희비 엇갈린 각당 대표들

희비 엇갈린 각당 대표들
  • 입력 : 2004. 04.16(금)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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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민주세력 첫 1당’ 축제
17대 총선 후 열린우리당은 참여정부와 호흡을 맞추는 강력한 집권 여당으로서 각종 개혁프로그램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중 정부 이후 번번이 거야(巨野)에 발목이 잡혔던 각종 개혁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국정과 사회 전반에 걸친 혁신작업에 추동력을 제공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리당이 총선공약으로 제시한 불법정치자금 국고환수법 제정을 비롯, 국민소환제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제한, 호주제 폐지, 재벌계좌추적권, 친일규명법 개정안이 17대 국회 개원 후 조속한 처리가 예상되는 개혁 관련 법안들이다.
 과반 의석이 된 만큼 과거 끌려다니기에 바빴던 대야(對野) 관계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당은 총선 결과를 떠나 야당에 대해 상생과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원내 2당인 한나라당과는 이념적 간극이 넓다는 점에서 사안의 성격에 따라 선거대 여당의 면모를 보이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없지 않다.
 우리당의 외연을 더욱 넓히는 ‘소규모’ 정계개편도 생각해볼 수 있다. 민주당일부 의원들이 우리당에 가세할 가능성이 크고, 오는 6월 전당대회를 여는 한나라당의 당권 향배에 따라 개혁성향의 일부 의원들이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와의 관계도 보다 긴밀해질 것을 보인다. 아직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남았지만, 우리당은 재신임의 굴레를 벗은 노무현 대통령의 입당을 앞당겨 여권의 진용을 새롭게 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당내에서는 3배나 커진 의석 규모가 가뜩이나 이념적 편차가 큰 당의 결속력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 정동영 의장의 거취 문제와 한달 앞으로 다가온 원내대표 경선이 맞물리면서 당내 보·혁 진영간의 당권경쟁과 노선갈등이 조기에 가시화될 수도 있다.

▶한나라당-위기극복 재도약 도모
 한나라당은 4.15 총선 개표결과 원내2당으로 전락했지만 개헌저지선인 1백석을 돌파했다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제 1야당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면서 재기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공식선거전 개막 직전인 지난 1일까지만 해도 ‘탄핵역풍’으로 50석 확보도 힘든 상황이었던 터라 ‘개헌저지선 확보면 성공’이란 입장을 유지했고, 일각에선 일찌감치 ‘원내1당이 안 되는 것이 차기 대선을 위해서 낫다’는 말도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제 1야당의 책무인 ‘견제와 균형’에 무게중심을 두고 ‘정쟁 지양, 상생 정치’라는 박근혜 대표의 방침에 따라 민생과 경제를 챙기는 정책정당을 지향할 것으로 보여 대여관계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박 대표는 개표결과를 지켜보면서 “이번 선거에서 국민이 정치권에 많은 교훈을 주셨고, 무엇을 바라는지 느낄 수 있었다”며 “한나라당을 고쳐서 정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정당, 행동하고 실천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윤여준 선대위 상임부본부장도 “총선결과는 국민들이 현정권의 국정실패를 인정하면서도 한나라당을 대안세력으로 평가하지 않음을 보여줬다”며 “당을 혁명적으로 쇄신해 대안세력으로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 비춰 박 대표는 일단 빠른 시일내에 당체제를 정비하고 총선공약 실천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박 대표는 총선에서 이른바 ‘박풍(朴風)’을 일으키면서 개헌저지선 확보에 결정적으로 기여함으로써 ‘롱런’을 보장받은데다 당대표 취임 후 ‘신보수’를 슬로건으로 당개혁을 주창해 왔다는 점에서 개혁고삐도 바짝 죌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표는 이미 선거전에서 남북공동 발전 및 방북용의 등 유연한 대북정책 공약을 선보였고,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폄훼 발언 등 여권의 악재에 대해서도 네거티브식 대응 자제를 지시하는 등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민주노동당-진보정당 원내진출 숙원 이뤄
 44년만의 원내진출이라는 숙원을 이룬 민주노동당은 기존 정당에서 볼 수 없었던 진보적 성격의 정책표방으로 보수세력이 주도해온 국회운영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열린우리당과 일부 지지층이 겹치면서 선거기간 우리당과 공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민노당으로서는 진보정당의 색깔을 분명히 하기 위해 차별화된 정책 생산에 역점을 둘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민노당은 이미 17대 국회개원과 동시에 이라크 파병철회 동의안을 제출하는 한편, 부유세 도입 등의 ‘혁신적’인 정책을 당장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민노당의 의석수만으로는 이런 정책들이 당장 현실화 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지만 입법 추진 과정을 통해 선명성 부각은 물론 국민적 논의를 확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우리 사회의 주류에서 벗어나 있던 노동자와 농민 등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도 17대 국회가 갖는 정치사적 의미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그렇지만 민노당의 갈 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정책의 현실화 문제와 함께 지난 지방선거때 당선됐던 민노당 출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겪었던 것과 같은 현실정치에 경험 부족 등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새천년민주당-원내 제2당서 존망 위기로
새천년민주당 원내 제2당이던 민주당이 17대 총선에서 원내 교섭단체(20석)에 훨씬 미달하는 의석에 그침에 따라 존망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민주당은 16대 국회 개원시 비례대표를 포함 1백19석으로 출발했으나, 2002년 16대 대선과 지난해 분당 과정을 거치면서 61석으로 줄었고, 급기야 17대 총선에서 교섭단체 구성에도 실패하는 참패를 당했다.
 삼보일배(三步一拜)로 온몸을 던지며 당 살리기에 나섰던 추미애 선대위원장마저도 낙선의 고배를 마시는 등 서울과 수도권에서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했고, 전남 일부 지역에서만 겨우 명맥을 유지했다.
 이같은 결과는 주요 선거때마다 전략적인 투표 성향을 보여온 호남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의 1당 확보를 견제하기 위해 열린우리당쪽에 표를 몰아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어쨌든 민주당은 텃밭인 호남의 유권자로부터도 대부분 외면을 당한 것으로 양당 체제로 재편된 정국 구도에서 쉽게 활로를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실 민주당의 총선 참패는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무원칙한 한·민 공조 노선과대통령 탄핵안 가결 강행, 물갈이 여론을 끝내 외면하고 ‘호남 자민련’ 전략에 안주해 기득권에 집착한 호남 중진들의 모습, 공식선거운동 직전까지 끝없이 이어진 당내분 등이 자멸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자유민주연합-참패로 ‘충청의 맹주’ 치명상
 자민련이 17대 총선에서 참패함에 따라 창당 9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황색돌풍을 일으키며 41석을 얻었던 15대 총선은 물론 12석을 얻었던 16대 총선마저 머나먼 옛 일이 됐을 뿐더러 졸지에 원내 5당으로 전락, ‘캐스팅 보트’ 역할 또한 완전히 손밖을 벗어나 존립 기반까지 무너질 처지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당내 개혁론자인 정우택, 정진석 의원까지 낙선하는 등 ‘안방’인 충청권을 열린우리당에게 통째로 넘겨주다시피하면서 ‘충청의 맹주’라는 자존심에도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에 따라 김종필 총재의 정치적 위상은 물론 당내 위상까지도 그의 10선 고지 등정 여부와 관계 없이 급추락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재는 이미 지난해 11월 당내의 ‘총선전 2선후퇴’ 주장을 일축하면서 자신의 손으로 총선을 지휘한 뒤 국민의 심판에 따라 진퇴 결론을 내겠다는 뜻을 밝힌바 있어 거취가 주목된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당내에선 김학원 원내총무와 이인제 부총재 등이 ‘포스트 JP’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향후 정계 개편 기회가 있을 때 의원들이 ‘제살길 찾기’에 나섬으로써 자민련은 산산조각 나고말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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