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路 떠나다]제주목관아와 무근성 방삿길

[길 路 떠나다]제주목관아와 무근성 방삿길
걸으며 보고 느끼는 그 옛날 제주인들의 삶
2000년 도읍 유적 고스란히
  • 입력 : 2015. 11.20(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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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탐라국 이래 제주의 행정 중심지였던 제주목관아는 지난 2002년 12월 복원을 마무리한 이후 남다른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선사하며 원도심 탐방의 핵심장소로 부각했다.

원도심 ‘무근성 방삿길’ 조성
폭 130㎝ 옛길 흔적과의 만남


지난 여름 제주목관아의 재발견이 이뤄졌다. 2002년 12월에 복원을 마무리하고 일반에 개방됐지만 제주도민들은 그동안 이곳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혹자는 2000년 도읍을 상징하는 유적이라고도 평했지만 쇠락해져가는 원도심의 상징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그런 곳이 지난 여름 야간개장과 음악회 공연을 통해 전성기를 맞았다. 제주목관아와 관덕정, 무근성 골목길로 묶을 수 있는 원도심 탐방 코스가 빛을 보게 된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탐라국 이래 제주지방 행정의 중심지였던 제주목관아는 남다른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선사한다. 그러나 제주도에 많은 인구가 유입되고 제주시는 날로 팽창해져가는데도 원도심은 인구 감소와 상권 위축 현상이 심화됐다. 복원되어 그 고풍스런 위용을 자랑하면서도 밤이면 문을 꼭 걸어잠근 제주목관아도 원도심 쇠락의 책임을 면할 수 없었다. 원도심 재생을 위해서는 원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제주목관아에 사람들을 유인할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문화원은 지난 8월 29일과 9월 12일 두 차례에 걸쳐 '제주목관아 작음음악회'를 진행했다. 오후 7시부터 8시 30분까지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이 음악회는 제주목관아의 진가를 보여줬다. 별다른 무대설비도 없이 조명 정도만 준비한 공연이었지만 '연희각' 그 자체 만으로도 무대장치로 손색이 없었다. 제주목관아에서 이색 공연을 감상한 도민과 관광객들이 연속 공연을 요청할 정도였다.

제주관광공사도 제주목관아 앞마당(관덕정 광장)에서 7~8월 매주 토요일 저녁 '원도심 한여름밤의 작은 음악회'를 마련해 제주목관아 활성화를 거들었다. 그 결과 야간 개장 시간에만 400~500명이 이곳을 찾았다. 그렇게 하루 평균 관람객이 2배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제주목관아는 이 같은 호응에 힘입어 올해 여름 처음으로 시도했던 야간 개장을 내년에는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로폭 130cm의 무근성 옛길.

최근 목관아 주변에 '무근성 방삿길'도 조성됐다. 방삿길은 민간과 행정, 경찰 등이 공동으로 추진한 범죄예방 디자인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사실 이들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더니 "어둡고 좁아서 무서워요", "저녁 이후엔 가급적 집 밖에 안 나가게 돼요", "가로등이 부족해요", "밝고 안전해졌으면 좋겠어요" 등의 답변이 수두룩했다. 그렇게 해서 취약지역을 새롭게 디자인해 범죄를 차단하는 범죄예방 환경디자인으로 조성된 이 길이 지금 관덕정 서쪽 골목길에서 시작해 중앙지구대까지 1.56㎞ 구간으로 이어진다. 가로등을 바꾸고, 벽부등을 새로 설치하고, 야광페인트를 입히고, 담장을 정비하는 등 새로운 모습을 갖춘 골목길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방삿길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무근성에는 옛길의 흔적도 남아있다. 관덕정과 서문로터리 사이의 골목길인데, 도로폭이 좁은 곳은 약 130㎝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옛길이 넓혀지고 정비되면서 그 원형을 잃어버렸지만 이 골목길만큼은 세월을 비켜갈 수 있었다. 어찌보면 2000년 도읍지의 흔적이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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