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 베어진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 자연이 사라진 곳에 자리한 건?

비자림로 베어진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 자연이 사라진 곳에 자리한 건?
이승수 작가 개인전 '기호화된 자연' 통해 전하는 불편한 진실
내달 22일까지 '문화공간 양'에서... 예약시 큐레이터 설명도
  • 입력 : 2024. 01.16(화) 17:14  수정 : 2024. 01. 16(화) 19:49
  • 오은지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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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수 작 '멈춤'

[한라일보]오랫동안 자연을 파괴하는 개발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이어온 이승수 작가. 이번엔 비자림로에서 베어진 나무를 재료로 작품을 만들어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킨다. 기호가 된, 작품이 된 베어진 나무들은 관람객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제주시 화북동에 위치한 문화공간 양에서 이승수 작가의 개인전 '기호화된 자연'이 진행 중이다.

작가는 도로 확장을 이유로 비자림로의 나무가 베어지는 광경을 보고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비자림로에서 베어진 나무가 있다는 목재소에 가서 가져온 삼나무를 재료로 조각, 판화, 사진, 설치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만들어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고 있다.

작가가 나무를 깎아 전기톱, 안전모, 타이어를 만들고 표면을 불로 검게 태웠다. 그렇게 잘린 나무를 재료로 삼아 그 나무를 자른 톱을, 그 톱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쓰는 안전모를, 또 나무가 잘려 나간 땅 위를 달리는 타이어를 만들어냈다. '안전모를 쓴 나무', '엔진 톱을 품은 나무', '타이어가 된 나무'라고 이름 붙인 역설적인 제목에서 숨겨진 작가의 날카로운 비판을 엿볼 수 있다.

이승수 작 '타이어가 된 나무'

이승수 작 '기호화된 풍경'



설치작품 '기호화된 풍경'에서 삼나무는 그곳에 살고 있던 동물과 멸종 위기의 곤충, 새 등이 그려진 일종의 표지판이 됐다. 전시장 바닥을 가득 채운 나무판 가운데는 굵은 나무 기둥이 서 있고, 수많은 나무판과 검게 태워진 나무 기둥은 얼마나 큰 나무가 베어졌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기호화된 풍경'이 삼나무 향으로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면, 나무판이 턴테이블 위헤서 돌아가는 '나무의 소리'는 나무개 내는 소리로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이승수 작 '나무의 소리'(부분)



이처럼 이번 전시에선 시각을 비롯 후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작품을 경험할 수 있다.

작가는 삼나무 외에도 제주의 자연을 거닐며 이곳저곳서 주워 온 나무조각으로 만든 작품들도 선보인다.

문화공간 양은 "기호가 된 나무는 자연이 인간에 의해 어떻게 사라져가고 있는지를 들려준다"며 "자연이 사라진 곳을 채우는 인간의 욕망을 나무판에 'STOP'을 새겨 판화로 찍은 작품이 말해주듯 이제는 그만 멈추라고 말한다"고 소개했다.

전시는 내달 22일까지 이어지며, 매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설 연휴인 2월 9일부터 12일까지는 휴관한다.

관람 예약을 하면 전시 설명을 큐레이터에게 직접 들을 수도 있다. 문의 064-755-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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