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낸 내면의 이야기

[책세상]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낸 내면의 이야기
스가 아쓰코의 '트리에스테의 언덕길'
  • 입력 : 2024. 08.30(금) 02:00  수정 : 2024. 08. 30(금) 09:05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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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책 '트리에스테의 언덕길'(뮤진트리 펴냄)은 자신만의 문체를 찾고자 분투했던 십삼 년간의 이탈리아 밀라노 생활을 회상하는 스가 아쓰코의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책에서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문체로 풀어냈다. "에세이라는 틀 안에 '소설'을 숨기고 있다고도 할 만큼 독창적인 작품"이라는 출판사의 소개글처럼 한 편 한 편이 마치 짧은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책엔 열 두 편의 에세이가 묶였다. 결혼 7년째에 세상을 떠난 남편 페피노와 그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단단한 골격과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문체에 담겼다. 이야기 속엔 직계가족 외에도 친척과 친척의 가족들, 함께한 이웃들,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이 등장한다. 가난한 철도원이었던 시아버지, 서점을 운영하는 남편,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가족에 걱정을 끼치는 시동생, 그리고 그런 가족을 이끌고 살아온 시어머니로부터 느껴진 건 가난과 불행의 짙은 그림자였지만, 저자는 그들을 다감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가난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온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저자의 시선은 글 곳곳에서 더욱 깊이감을 드러낸다.

말미엔 특별한 글이 실렸다. 편집자가 저자를 회상하며 작성한 노트로, 이를 통해 독자들은 작가의 삶의 이면을 더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송태욱 옮김. 1만8500원. 오은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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