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책세상] 위장막 저편에 숨은 편견부터 끌어내자
멜린다 게이츠의 ‘누구도 멈출 수 없다’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02.07. 00:00:00

아프리카 빈곤 현장 목격
여성 권한 강화 실천 담아


여느 엄마들처럼 아이들을 중심으로 돌아갔던 그의 일상은 2000년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을 설립한 이후 각국 정상들과 회담을 하고 국제기구 관계자들과 만남으로 채워진다. 세계 최대 민간 자선단체의 공동의장 역할을 했던 그이지만 '투명 인간'이 된 것 같았다. 남편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해도 언론은 그의 이름을 뺀 채 '빌의 재단'이란 표현을 썼다. 공개석상에서 발언할 때는 남편이 그 자리에 있었다. 결국 그는 이혼을 고민할 정도의 격렬한 싸움 끝에 연례 서한에 둘 모두의 이름을 올려놓았고 재단의 얼굴로 연설에 나섰다.

빌 게이츠의 아내 멜린다 게이츠. 그의 자전적 에세이 '누구도 멈출 수 없다'는 평등한 부부 관계를 쟁취하는 일은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라 문화를 바꿈으로써 해결 가능하다는 점을 새삼 일깨운다. 아프리카의 비통한 삶과 마주한 뒤 자선을 실천해온 행보를 통해 여성을 넘어 배제되고 소외된 자들 앞에 놓인 벽을 부술 때 빈곤, 질병, 불평등을 헤쳐갈 수 있다고 말한다.

멜린다는 '여성의 권한이 강화되면 인류는 번영한다'는 원리를 바탕으로 산모와 신생아 건강, 가족 계획, 여자아이 교육, 무급 노동, 조혼, 여성 농업 종사자, 여성의 직장 문화, 성 노동자 문제에 집중했다. 여성 차별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서남아시아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등에선 전통과 관습을 앞세워 재단 사업을 막았다. 그래서 현장으로 걸어들어갔다. 양질의 데이터를 구축하고 현지 사정을 잘 아는 내부 활동가나 단체에 자금을 지원하며 변화를 이끌었다.

그는 앞으로 10년 간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를 여성의 권한 강화에 쓸 예정이다. 그 목표는 여성들이 힘을 합쳐 남성들에 맞서자는 게 아니다. "우리가 위장막 저편에 숨어있는 성 편견을 끌어낼 때 점점 더 많은 남녀가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편견들을 보게 될 것이고 그에 맞서 싸울 것이다. 그것이 그동안 우리가 보지 못했던 편견들을 감추고 있는 규범들을 바꾸는 방법이다. 그것에 직면할 때 또한 그것을 끝낼 수 있다." 강혜정 옮김. 부키. 1만8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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