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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觀] 이별의 정원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입력 : 2020. 12.18. 00:00:00

영화 '굿, 바이'.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혹은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슬픈 장면, 이를테면 울기 딱 좋은 장면들 앞에서 나는 잘 울어지지 않는다. 경험상 정교하게 가공된 슬픔의 세계는 나를 잘 울리지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일상 속에서 나의 눈물은 자주, 빠르게 작동 되어진다. 다친 고양이를 우연히 보았을 때, 어린 아이가 갑자기 웃으면서 뛰기 시작할 때 또는 추억 속에 누군가가 마치 되살아난 것처럼 선명한 기억으로 찾아올 때 나는 기다렸다는 듯 울기 시작한다.

얼마 전 텔레비전이 나를 울렸다. 드문 일이었는데 그만 펑펑 울어버렸다. 최근 2부작으로 방영된 다큐멘터리 '너의 장례식을 응원해'를 보면서였다.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들은 20대의 청년들이다. 그 또래의 친구들처럼 밝고 해사한, 치어리딩 동아리를 함께하는 건강한 육체를 지닌 젊은이들이다. 새로 산 공처럼 튀어 오르는 이 젊은이들은 장례지도학과의 대학생들이다.

화면 속에서 '죽음을 다루면서 삶을 배우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 친구가 이야기했다.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또 다른 친구들은 호스피스 병동을 찾아가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다정한 시간을 선물했다. 눈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또 다른 친구는 요양원을 선택한 자신의 할머니를 찾아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눈을 깜박이며 보고 싶었다고, 미안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그 장면에서 내 눈물이 터져버렸다. 세상을 떠난 나의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내가 티비를 보던 소파 옆으로 내려 앉는 것 같았다. 티비에서 나오는 소리에 우리 할머니의 목소리가 겹쳐지더니 내 울음 소리가 그 소리들을 덮어 버렸다.

화면 속 친구들이 말해줬다. 응원의 몸짓을 담은 치어리딩을 마치고 나면 보는 이들이 고마웠다, 좋았다고 말해주는 순간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이다. 그리고 죽음 역시 치어리딩처럼 누군가를 응원하는 일 같다고도 이야기해줬다. 세상을 떠나는 이의 마지막을 곁에서 돌보는 일, 그 어려운 직업을 진심으로 귀하게 여기는 젊은이들의 밝은 미소가 나를 엉엉 울려 버렸다.

죽음을 다루는 영화들은 많다.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는 환자의 이야기들을 담은 드라마들이 생각나고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들의 죽음에 아파하는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들도 떠오른다. 내가 오랜 시간 동안 소중하게 좋아해 온 작품 역시 다큐멘터리 '너의 장례식을 응원해'처럼 죽음을 다루는 이가 주인공이다. 첼리스트였던 한 남자가 납관사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는 줄거리의 영화 '굿,바이'다.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다키타 요지로 감독의 작품인 '굿,바이'에는 삶과 죽음이 만나는 순간들이 선율처럼 흐른다. 삶의 마디에 스며드는 죽음의 순간들을 경건하고 영롱하게 연주하는 이 작품은 슬프지만 아름답다는 말을 영화적으로 구현해내는 수작이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기도 한 이 영화는 올해 마지막 날, 재개봉 된다고 한다.

'너의 장례식을 응원해'의 또다른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는 무연고자의 죽음에 예를 다해 배웅을 하는 장례지도사들의 세심한 손길을 담은 장면이었다. 유족 없이 홀로 세상을 떠나는 이들은 '유택동산'에서 남겨진다고 한다. 장례지도사들은 그 고독한 망자의 생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죽음이 묻히는 이별의 정원에서 다시 피어날 새로운 소망이 반드시 육체의 탄생이라는 가시적 행위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탄생이 그러하듯 모든 죽음도 마음을 다하는 애도와 응원 속에 쉬이 잊혀지지 않기를, 아름답고 귀하게 기억되기를 바란다.

<진명현·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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