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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만한 곳]수월봉 그곳엔 일몰의 장엄함과 바다의 낭만이…
/강동우 기자 dwkang@hallailbo.co.kr
입력 : 2003. 11.28. 16:30:28
 탁상용 달력을 보았다. 달랑 한장만 남아있다. 계미년 한해가 밝았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데 2004년을 한달 남겨 놓고 있다.

 이번주에는 2003년 한 해를 정리하는 여행길을 떠나본다.

 ‘성산일출’이 제주의 시작을 알린다면, 수월봉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올 한 해를 차분히 돌아보는데 부족하지 않았다.

 한경면 고산리 해안가에 자리잡은 수월봉(水月峰)은 해발 77m의 그야말로 나즈막한 동산이다.

 그러나 수월봉을 뒤로 하고 3백ha가 넘는 도내 최대의 평야지대의 끝자락에다 해안가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결코 낮게만 보이지 않는다.

 수월봉은 제주도의 서극단으로 봉우리 전체가 연안조류와 해식작용에 의해 깎여진 2km의 절벽지대는 병풍을 두른 듯 장관을 이루고 있다. 수월봉의 형상은 마치 바다에서 승천하는 용의 머리 형국을 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수봉월에 도착하니 안내문이 눈에 띈다. ‘해발 77m 높이의 제주 서부지역 조망봉으로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청량제처럼 가슴을 시원하게 해 준다.…이 해안절벽을 ‘엉알’ 이라 부르며 벼랑 곳곳에는 맑은 샘물이 흘러 녹고물이라는 약수터는 널리 알려져 있다.…’

 코앞에 있는 정상의 수월정에 올라 한라산쪽을 바라보았다. 드넓은 평야지대 너머로 구름에 가린 한라산 정상과 오름들이 보일듯 말듯 펼쳐지면서 그 장관은 글로 표현할 수조차 없었다.

 바닷쪽을 바라보니 눈앞에는 폭풍을 피해 우리 어선과 중국 어선들이 차귀도와 죽도 앞에 정박하고 있었다. 수직으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에 출렁이는 파도는 우리의 세상사를 아는 듯 모르는 듯 일렁이고 있다.

 수월봉에 전해지는 녹고와 수월 남매의 전설은 더욱 가슴을 찡하게 한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수월이가 홀어머니 병구완을 위해 오갈피라는 약초를 캐러 왔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자 녹고는 슬픔에 못이겨 17일 동안 울었는데 그 녹고의 눈물이 바로 해안절벽 곳곳에 맑은 샘물이 되어 솟아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멀리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올 한해를 정리해 본다. 계미년 새아침, 한 해를 설계했던 일과 계획했던 일은 제대로 해 왔는지 새삼 떠올리며 반성을 하게 됐다.

 수월봉 절벽쪽으로 산책로를 따라 차귀도까지 찬 바람을 맞으며 걸어가는 겨울바다의 낭만을 만끽할 수도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교통

 도 전역에서 일주도로를 따라 한경면 고산리를 찾은 후 이정표를 따라 바닷가쪽의 길을 이용하면 수월봉 정상 바로 아래까지 포장도로가 개설돼 있다. 돌아오는 길에 차귀도 앞 자구내 포구와 절부암을 들르는 것도 좋다.



[사진설명]북제주군 한경면 고산리 해안가에 자리한 수월봉 정상에 오르면 끝없는 바다가 덮칠듯 펼쳐져 가슴까지 파고든다./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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