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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탐사
[大河기획 / 한라산 학술 대탐사(235회)]
제2부 한라대맥을 찾아서(69)
바람 막아 마을 형성케 한 鎭山
입력 : 2005. 03.11. 00:00:00

▲금오름은 한라산 자락으로부터 계속 뻗어져 내려오는 험한 산세를 막아내는 듯한 형국으로 거센 제주바람을 막아 마을을 보호하고 있다. /사진=김명선기자mskim@hallailbo.co.kr

느지리오름·금오름

 2월의 마지막 토요일, 탐사는 한림읍 상명리 지경의 느지리오름(일명 망오름)을 오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겨울이 가는 것을 아쉬워 하듯 날씨가 잔뜩 흐리더니 함박눈이 내린다. 눈이야 어디에 내리든 아름답지만 역시 오름과 같은 자연속에 내리는 함박눈이 보기에 제격이다. 어느새 온 들녘은 흰눈으로 덮여 버렸다. 눈이 내리는 오름을 오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어디선가 제주휘파람새의 ‘호오익’하는 길고 청아한 소리가 들린다. 한 겨울 눈덮인 숲속에서 피어나는 복수초가 화사한 빛깔로 겨울이 물러가고 있음을 알린다면 제주휘파람새는 싱그러운 목소리로 봄소식을 전해주는 ‘봄의 전령사’다. 휘파람새는 2월 중순부터 한라산 저지대서부터 울기 시작해 점차 봄기온이 퍼짐에 따라 곶자왈에서 한라산 계곡으로 옮겨 간다. 이처럼 제주의 봄은 복수초와 휘파람새의 향연으로 열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느지리오름은 온통 가시덤불로 뒤덮혀 사람들의 보행을 어렵게 한다. 덤불속에는 맥문동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오름정상에는 봉수대터가 남아 있는데 망로름이라는 별칭은 여기에서 유래했다. 동과 서에는 두 개의 분화구를 거느리고 있다. 동사면에는 말굽형, 서사면에는 원형분화구가 있어 사람들은 이를 ‘안경형 분화구’라 부르기도 한다.

 느지리오름을 내려와 차로 이동한 뒤 금악리에 있는 금오름(今岳)을 올랐다. 오름 입구에는 마소들을 위한 방죽과 사람들의 식수로 이용됐음직한 물통이 남아 있다. 이 물통은 둥그런 형태로 석축을 쌓아 있는데 물통주변에 심어진 고목과 송악넝쿨이 오래전부터 이곳을 사용했던 사람들의 흔적을 설명하고 있다.

 금오름은 한림읍 금악리에 위치해 있다. 금악리라는 마을 이름은 바로 금오름(今岳)에서 따온 것이다. 오름정상에 오르면 금악리가 바로 서북사면에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주의 오름들은 대부분 금악리처럼 마을을 품고 있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품을 갖고 있는 오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바람 거센 제주 그리고 섬에서 오름은 사람들을 지켜주는 거대한 병풍과 같은 존재다. 뿐만 아니라 오름은 그 기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땔감과 가축과 농사를 위한 들판, 그리고 마침내 사람들이 죽으면 그들이 영원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무덤자리도 제공한다. 금오름 정상에 오르면 금악리 주민들이 오름을 중심으로 삶을 살아 온 모습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오름은 마을 목장으로 이용되고 있고, 그 주변에는 인공적으로 심어 놓은 삼나무림이 펼쳐져 있다. 동쪽 기슭에는 이시돌목장과 축사, 목장과 마을, 농로를 잇는 여러 길이 보인다. 그야말로 금오름은 이 마을의 진산이면서 조상대대로 이어져 온 삶의 터전인 것이다. 제주의 오름이 제주인들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알려면 금오름을 찾아 볼 일이다.

/특별취재팀



[전문가 리포트]제주조상의 지혜 엿보여

 금오름(今岳)은 한림읍 금악 마을의 진산(鎭山)이다. 금오름은 한라산 자락으로부터 계속 뻗어져 내려오는 험한 산세(山勢)를 막아내는 듯한 형국으로, 금악 마을의 남동쪽에 위엄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금오름과 같이 험하지 않은 산 하나를 지척에 두고, 마을이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은 제주도만이 누릴 수 있는 자연의 혜택이자, 또한 제주조상들의 지혜가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금오름은 지방도인 한창로(1116호) 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 도로변에서 오름 정상부근까지는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으며, 이 도로를 따라 25분 정도만 걸으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가쁜 숨을 고르며 인간과 자연이 합작으로 만들어 놓은 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또 다른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금오름은 두 개의 봉우리를 남북으로 두고 분화구가 좌우로 긴 타원형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남쪽의 봉우리는 해발 428m, 북쪽의 봉우리는 404m이다. 분화구는 지형도 상에서 볼 때 화구호(火口湖)로 나타나고 있으나, 일설에는 금악 마을 사람들이 방목을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탐사대가 찾았을 때는 겨울철이라 물은 고여있지 않았다.

 금오름은 정상부의 능선이 초지로 이루어져 있고, 또한 능선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일주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능선의 오르내림도 그다지 심하지 않다. 연인과 도란도란 얘기를 주고받으며 걷다보면, 금새 일주가 끝나버릴 정도의 거리다.

 새봄이 오는 길목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탐방해 볼만한 오름이 아닐까 생각된다.

<정광중 탐사위원(제주교대 교수/인문지리분야)>



[전문가 리포트]제주 휘파람새의 둥지

제주어 '호비작새'가 휘파람새이다.

 종명에 diphone 은 두 가지(di-) 음(phone)을 낸다는 뜻인데, 휘파람새는 알파와 베타 울음소리를 지니고 있다. 박시룡 교수팀(한국교원대학교)은 다년간 연구를 통해 휘파람새가 내는 알파음(휘-익)은 암컷을 유인하기 위한 음으로 노래를 시작할 때 내며, 베타음(호르륵)은 자기영역에 포식자나 침입자가 나타났을 때 내는 소리이다. 여기서 주목할만 것은 단위 면적당 개체수 밀도가 제주휘파람새가 높기 때문에 배우자를 차지하기 위한 수컷끼리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려면 번식음이 다양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마 철새였던 휘파람새가 제주도와 같은 섬지역에 언제부터 텃새화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이야기하기는 곤란하지만,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고립되어 적응하면서 독특한 음을 지니게 되었던 것이다.

 제주휘파람새는 회색빛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둥지는 곶자왈이나 오름의 관목류, 계곡변의 제주조릿대 군락에서 볼 수 있으며 보통 몸을 드러내지 않은 채 혼자서 생활한다. 겨울에는 한라산 고지대에서 저지대로 내려와 지내며 울음소리도 ’츱, 츱, 츱’하고 굴뚝새와 비슷하다.

 제주휘파람새는 3월부터 울기 시작하는 내륙 휘파람새와 달리 2월중순부터 번식기 노랫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한라수목원, 천지연, 천제연, 신산공원과 같은 저지대의 관목림이나 계곡림에서 들을 수 있으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3∼5월에는 곶자왈과 오름을 비롯하여 한라산의 계곡 주변과 윗세오름 일대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다.

<김완병 탐사위원(제주자연사박물관/조류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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