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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탐사
[전문가기고]
입력 : 2005. 04.29. 00:00:00
자연·역사·문화관련 정보 발굴 의미

 지난 4월 2일 한경면 고산마을에 자리잡은 수월봉과 당산봉 탐사를 끝으로, ‘한라대맥을 찾아서’란 제하(題下)의 오름 탐사가 모두 마무리되었다. 2003년 9월 중순경 우도의 소머리오름 탐사에 첫발을 내디딘 지 약 1년 7개월 동안 이어진 셈이다. 탐사위원으로서 나름대로 회고해 본다면, 시간적으로는 그리 긴 시간이라 할 수 없으나 공간적으로는 ‘한라대맥(漢拏大脈)’이라는 키워드가 상징적으로 의미하듯 꽤 넓은 지역을 커버하며 탐사해온 듯한 느낌이 든다.

 ‘한라대맥을 찾아서’란 기획에서의 탐사대상은 주로 오름군(群)이었다. 다시 말하면, 제주도의 최장축선(最長軸線)인 우도와 성산포 지역에서부터 한라산국립공원 내를 가로질러 고산 차귀도 앞 해안까지 남북으로 위치하는 중요한 오름들을 탐사하는 것이었고, 탐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여러 오름의 자연과 역사와 문화와 관련되는 정보를 발굴하여 제주도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홍보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작업은 이미 고(故) 김종철 선생이 전도(全島)에 걸쳐 시도한 바 있으며, 그 결과물인 ’오름나그네’는 탐사단에게 훌륭한 안내자 역할을 해주었다.

 이번 한라일보의 대하기획에서는 김종철 선생이 먼저 탐사한 오름들 중에서도 극히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시각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어내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각 분야의 탐사위원들은 탐사하는 오름마다 제각기 독특한 자연생태를 비롯하여 역사와 문화관련 요소들을 발견하려고 노력하였다.

 필자가 담당한 인문지리분야에서는 오름의 기본적 속성(지리적 위치, 면적, 외형적 특징)을 바탕으로 현대지도, 고지도 및 고문헌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사실들을 파악하고 실제현장에서는 제주주민들의 오름의 이용실태와 훼손실태, 경관적 특성과 문화적 특성(고고유적, 역사유적, 민속유적, 신앙유적 등의 존재유무) 등을 주로 파악해 보려고 애를 썼다. 그렇지만, 필자의 능력부족으로 인해 예상했던 것만큼 다양한 정보를 얻어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가 한라일보 탐사단이 탐사한 오름을 오르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이번에 알려진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더욱 소중하고 값진 정보를 쌓아갈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큰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정광중(인문지리분야/ 제주교대 교수)>



오름의 가치 재조명 기회

한라산을 비롯한 제주의 오름의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하여 각 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탐사팀이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서장축을 한라대맥이라 칭하여 우도봉에서 수월봉까지 18개월 여에 걸쳐 탐사를 실시했다.

 오랫동안 산악활동을 해온 필자로서는 그 동안 많은 오름을 다니면서 보고들은 부분들을 이번 탐사에서 전문가들과 많은 토론과정을 통해 나름대로 정리하고픈 욕심이 있었다. 전문가들과의 동행은 오름탐사의 깊이를 더하게 만들었다.

 한정된 탐사시간과 기상의 변화 등 탐사활동을 제약하는 요인들에 의해 다소 미진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끝없는 열정으로 이를 극복해 나가면서 별다른 대과없이 무사히 탐사를 마친 데 대하여 탐사에 열중하였던 탐사위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탐사과정에서 특히 서검은오름의 가치를 지질, 식생, 역사, 인문지리, 풍수 등 다각도의 방향에서 조명하고, 보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린 결과로서 지난해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오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느 오름이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가라고 물었을 때 다수가 따라비오름이라 답한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서부지역에서 가장 보호가 시급한 오름은 도너리오름이라고들 한다. 이 오름들이 더 이상 원형이 훼손되기 전에 보호를 위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이 된다.

 우리들은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제주사람은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을 터전으로 삼아 생활하다가 오름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이러한 말은 그만큼 제주의 오름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생각된다. 오름보호, 자연보호 말로만 그치지 말고 적극적인 보호의지가 요구된다.

<오문필(산악분야/제주도산악연맹)>



오름 식물탐사의 시작이자 디딤돌

성산일출봉 대나무군락의 확산에 따른 문제제기로 시작된 식물분야의 한라대맥탐사는 오름의 다양한 식물세계를 접하고 용수리 절부암 지역에 자생하는 희귀식물 박달목서의 관찰과 함께 고산 당산봉과 수월봉의 식생조사를 끝으로 대단원이 마감되었다.

 그동안 이루어진 오름 탐사는 해안식물에서 한라산 정상식물까지 제주도 전체의 수직식물대를 관찰하고 오름마다 지닌 특유의 식생구조와 다양한 식물을 관찰하는 기회를 제공한 탐사라 할 수 있다.

 특히 성산일출봉 탐사 후 이루어진 당국의 정밀식생조사와 식생관리대책의 수립, 백록담과 선작지왓 등을 중심으로 하는 아고산지역 식물자원의 가치에 대한 탐사보고는 앞으로 한라산 식생 보전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더욱이 다랑쉬오름의 한국특산식물 소사나무 최대 군락지 발견, 서검은오름일대 식나무와 붓순나무 군락지 보고 등을 통한 천연기념물 지정 등은 오름의 식물자원의 가치를 알리는 큰 성과중 하나라 볼 수 있다. 더불어 오름 식생의 특징과 함께 중산간 지역 오름을 중심으로 해송군락의 확산 등 급속한 식생천이의 현상, 삼나무 등 오름내 인공조림의 생태적, 경관적 특징을 제시하면서 오랜 세월동안 유지되어온 오름 특유의 경관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나갈 것인가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번 탐사는 시간적, 공간적 제한성 등으로 오름이 갖고 있는 식물자원의 분포, 가치 등을 정밀하게 조사하고 알리는 데 부족한 측면이 너무나 많다. 어쩌면 스케치하는 정도였을 뿐 극히 일부분만을 우리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탐사는 오름 식물탐사의 시작이라 볼 수 있으며, 누군가에 의해 그 숨겨진 가치를 밝혀나가는 데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고정군(식물분야/한라산연구소)>



주민들 오름 지키는 핵심 돼야

 1년 7개월간의 ‘한라대맥을 찾아서’ 탐사활동을 마친 뒤 이달초에 초등학생과 일반인들과 함께 맨발로 용눈이오름을 올랐다. 왜 어리석은 어른들 때문에 우리 아이들과 제주의 오름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정상 일부 구역은 사람들의 발길에 의해 맨 땅이 드러나 있었고, 저 멀리 다랑쉬오름 앞은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이날 따라 늘 오름을 지키던 말똥가리도 보이지 않았다.

 오름나그네 김종철 선생님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오름을 오르는 모임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오름을 오르고 만끽하는 데 급급했지, 정작 오름에 대한 생태적 가치와 자원화에 대한 논의는 소홀했다. 오름과 오름 사이에 도로가 뚫리고 골프장이 개설되고, 전신주가 지나가고, 심지어 오름 정상에 통신탑과 같은 각종 시설물이 들어서면서, 오름의 생태적, 경관적 가치가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

 다행히 제주도에서 오름의 보전관리 기본계획을 마련하기 시작하였는데, 이제는 전 도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라 본다. 지난 3월초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 관리계획 공청회에서 제시됐듯이, 오름을 포함한 생물권보전지역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주민참여가 절대적이다. 행정적 편의와 전문가 위주 그리고 지역 주민의 일방적 참여를 강요하는 관리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초기 단계부터 지역 주민의 참여방법과 제도적 지원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상 대대로 이용해 온 생업공간인 오름에 대해 새로운 기대를 가짐과 동시에 오름을 지키는 핵심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지역 생태전문가와 시민단체, 자치단체, 대중매체들이 자발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며, 특히 지난 2년간 오름을 주도적으로 탐사해 온 한라일보사가 중추적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김완병(동물분야/제주도자연사박물관)>



오름의 화산활동사 접근 성과

  2003년 9월 20일 우도의 소머리오름에서 시작하여 2005년 4월 2일 차귀도를 바라보는 수월봉과 당산봉까지의 ‘한라대맥을 찾아서’ 탐사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마무리하였다.

 종달리의 지미봉에서 성판악휴게소에 이르는 탐사구간에서는 오름들이 만들고 있는 다양한 형태와 구성성분이 매우 흥미로운 주제였으며, 특히 다랑쉬, 서거문오름과 체오름에서는 오름 산체에 가까이 갈수록 검붉은 가스연기와 화산쇄설물을 분출하는 불기둥과 해안선으로 많은 용암을 유출시킨 화산활동이 바로 어제 끝나고 생성된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였다. 백록담을 포함하는 한라산 정상부의 탐사는 제주도의 형성과 한라산 화산활동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지역에 대한 기대감과 탐사에 대한 충족감이 특히 높았던 구간이었다. 제주도는 동부와 서부는 지표지질 분포가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서부에 분포하는 오름들을 탐사할 때는 이미 탐사과정을 통해 자료를 모아온 동부의 오름군과 서로 특징들을 비교할 수 있어 매우 유익하였다. 특히, 곶자왈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아아용암류가 분출되어 하류로 흘러내려 간 흔적을 뚜렷이 관찰 할 수 있는 특정 오름들에 대한 관찰은 오름 화산활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넓혀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탐사의 성과는 우선 백록담과 한라대맥을 따라 분포하는 많은 오름들을 관찰하고 지질학적인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다는 것이고, 오름의 다양한 지질 및 지형으로부터 형성과정에 관한 추론을 만들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오름을 조사하고 분석할 때에도 조사자료가 정밀하고 풍부할수록 보다 현실에 근접한 화산활동사를 구성하고 조합할 수 있음과 같이 금번의 종합적인 탐사를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한라산 지질에 관한 조사가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정차연(지질분야/농업기반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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