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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만의 새이야기
[강희만의 새 이야기]까마귀
`역사의 애환’ 함께 한 제주의 새
/글·강희만 기자 hmkang@hallailbo.co.kr
입력 : 2005. 10.28. 00:00:00

▲제주의 하늘에서 수백마리씩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것을 볼 수 있는 떼까마귀는 갈까마귀와 까마귀와 함께 겨울철새로 분류된다. 떼까마귀는 잡식성으로 농작물의 이삭을 마구잡이로 먹어치워 농민들의 골치거리가 되고 있다.

다른 조류에 비해 지능 높아 도구까지 사용

겨울철새 3종·텃새 1종 등 4종류 제주 서식


 제주인은 아주 오랜 세월동안 까마귀와 함께 제주의 역사를 써왔다고 할 수 있다. 제주의 역사에 까마귀와 관련이 있는 오래된 문헌을 찾아 볼수 있다.

 김행락(1708∼1766)의 탐오란의 작품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제주섬에 귀향가 있을 때, 집안은 물론 부엌까지 들어와 그릇을 깨뜨리고 밥이고 고기고 간에 사정없이 먹어치우던 까마귀떼의 난폭함과, 참다못해 화살로 쏘아봤자 워낙 무리가 많아 소용이 없고, 작대기를 쳐도 꿈쩍도 않고 맞는다. 밤에는 나무 가득 새까맣게 올라 잠을 자다가 날이 밝기가 무섭게 까악까악 대며 먹을 것을 찾아 집 근처로 몰려든다.”

 이런 내용으로 봐서 제주에서는 아주 오래전 부터 까마귀가 제주인들과 애환을 함께 나누며 지금까지 살아 왔다고 볼 수 있다.

▲독극물 중독으로 희생당한 떼까마귀떼.

 까마귀는 울음소리로 인해 사람들에게 편견을 심어준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찾아 온다는 옛 이야기로 인해 까치가 환대를 받은 데 비해 까마귀는 흉조로 새로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까마귀의 머리가 나쁘다고 인식, 주변 사람들이 실수를 하거나 엉뚱한 행동을 하면 까마귀와 비교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까마귀는 그렇지않다. 까마귀는 다른 조류와 비교를 해도 대단히 영리한 새라고 한다.

 최근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에서 까마귀의 지능을 알아보기 연구를 하고 있다. 그 결과 까마귀의 지능이 아주 높아먹이를 먹기 위해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연구진들의 감탄을 받았다고 한다.

 제주에서 볼 수 있는 까마귀의 종류는 갈까마귀, 떼까마귀, 까마귀, 큰부리까마귀등 총 4종이다. 이중 떼까마귀와 까마귀, 갈까마귀는 겨울철새이고 큰부리까마귀는 제주에서 지내는 텃새이다.

 제주에서 어르신들이 기억을 하고 있는 까마귀는 아마도 떼까마귀일 것이다. 그 이유는 수백마리에서 수천마리의 까마귀들이 무리를 지어 하늘을 뒤덮으며 날고 있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증언을 보면 알수 있다. 떼까마귀는 제주의 겨울철새로 바람까마귀로 불리며 무리를 지어 제주에 찾아와 하늘에서 군무의 장관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까마귀 종류 중 제주의 텃새인 큰부리까마귀.

 떼까마귀는 잡식성으로 겨울철에 먹이 부족으로 농경지 이삭을 마구잡이로 먹어 치워 농민들이 골치를 앓고 있으며 지난 몇년간 떼까마귀들이 독극물 중독으로 안타까운 희생을 당하는 경우도 일어났다.

 큰부리까마귀는 한라산 어리목 광장이나 관음사 매표소 광장에서 수십마리의 큰부리까마귀들이 등반객들이 던져주는 먹이감을 가지고 쟁탈전을 벌이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울음소리로 인한 까마귀의 부정적 이미지가 몇해전 제주에 도입된 까치의 만행(?)으로 인해 다소 씻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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