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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 쓰게마씨
[제주어 쓰게마씨](1)어린이민요단 소리나라
옛 놀이하면서 제주어를 친숙하게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입력 : 2008. 01.03. 00:00:00

▲소리나라의 단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몇몇은 함께하지 못했다. 왼쪽부터 임대찬 이하은 강지연 주세연 주용준 어린이. /사진=김명선기자

"사투리 쓰는 것은 유치하다"는 요즘 아이들

소리나라는 공연하며 자연스레 제주어 익혀



○… 제주어가 유행처럼 뜨고 있다. 여기저기서 제주어를 오래도록 전해주자는 목소리가 들린다. 지난해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지역어 보전 조례인 제주어 보전 및 육성조례가 제정되기도 했다. 일찍이 제주어를 보듬었던 이들을 찾아나섰다. '제주어 쓰게마씨(제주어를 씁시다)'란 이름으로 2주에 한번꼴로 그들을 만나보자.…○

'물로 뱅뱅 돌아진 섬에 삼시굶엉 물질해영 이어싸 쳐라/ 우리 어멍 나를 날 때 어느바당 매역국 먹엉 이어쌰 쳐라/ 이어싸나 이어싸나 이어싸나 호이 호이/ 우리 배는 소낭배요 놈이네 배는 쑥대낭배라 이어싸 쳐라'

지난해 12월 제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민요패 소리왓의 정기공연. '나 놀래랑 산넘엉가라, 나 놀래랑 물넘엉가라'라는 이름이 달린 이날 공연에서 어린이민요단 '소리나라' 아이들은 수십년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났다. 해녀복인 물소중이를 입고 어린 잠수가 되어 물질을 했고, 천진하게 올레를 누볐다. 소리나라 단원들이 "깅이(게) 잡으러 가게"라며 가까운 바다로 우르르 몰려나가는 장면에선 객석의 웃음이 터졌다.

초등학생으로 이루어진 소리나라는 1996년 탄생했다. 민요패 소리왓이 개설한 어린이 민요교실에 쏠린 '폭발적인' 반응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전통문화를 재미나게 체험할 만한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일까. 열띤 분위기속에 강의가 이어졌고 제1회 어린이 민요교실 수강생을 주축으로 소리나라가 꾸려졌다. 창립 이듬해인 1997년에는 제15회 전국민요경창대회에 참가해 '멜 후리는 소리'로 학생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조만간 소리나라 아이들의 육성으로 녹음된 '제주전래동요'음반이 나온다.

소리나라는 인기있는 공연 단체다. 민요패 소리왓 창작국악동요제는 물론이고 전국민족극한마당 전야제, 4·3 전야제, 전교조 어린이날 행사, 제주평생학습축제, 제주어말하기대회 등에 초청돼 다양한 무대를 펼쳤다. 아이들은 제주 전래놀이, 전래동요, 민요 등을 통해 '낯선' 제주어를 친숙하게 만났고 그걸 또래 관객들에게 퍼뜨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달 29일 제주시 삼도1동의 민요패 소리왓 연습실에 소리나라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2007년 마지막 정기모임 자리였다.

"놀이하면서 부르는 노래가 너무너무 재밌어요. 사투리가 많이 나오지만 무슨 뜻인지 다 알아요. 근데요, 학교에서는 사투리 안써요."

이하은(외도초등교 2) 어린이가 말했다. 소리나라에 처음 발을 디딘 아이들은 제주어 노랫말이 나올 때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부터 묻는다. 하지만 곧 무슨 말인지 알게 된다고. 전래놀이를 하면서 부르는 노래는 더욱 빨리 배운다. 아이들중에 누군가 "사투리를 쓰는 건 유치하다"고 했다. 하지만 제주어를 좀체 사용할 기회가 없는 아이들이 소리나라를 통해 제주어를 한번이라도 더 쓸 수 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언어는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되는 법, 제주어를 쓸 기회가 그만큼 많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껏 소리나라를 거쳐간 아이들은 1백명이 넘는다. 점점 학원으로 내몰리는 현실 탓에 '열성'적인 단원들이 줄어들어 걱정이지만 소리나라에 계속 남고 싶다는 아이들도 많다. 소리나라 지도강사인 민요패 소리왓의 변향자씨는 "소리나라를 공연단이 아니라 강습 프로그램으로 여기는 부모들이 있어서 전문성을 쌓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면서 "조직을 더욱 튼실하게 꾸리면서 제주에서 유일한 어린이민요단의 특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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