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代를 잇는 사람들
[代를잇는사람들](1)석공 송종원·창훈부자
딱딱한 돌에 父子의 온기 가득
이현숙 기자 hslee@hallailbo.co.kr
입력 : 2008. 01.12. 00:00:00

▲석공 명장인 송종원씨(오른쪽)와 가업을 잇고 있는 아들 창훈씨가 담소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김명선기자 mskim@hallailbo.co.kr

'한국명인' 아버지 뒤 이어 아들도 같은 길
"'결’을 다룰줄 알면 '돌쟁이’라고 해도 되죠"


○…대를 이어 같은 일을 한다는 것. 쉬울 것 같지만 어려운 일이다. 일본에 가면 대를 이어 맛집을 지키는 이들의 자긍심에 놀란 적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자신의 고생을 자식들에게는 물려주지 않겠다고 스스로 잇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 우리네 부모들의 모습이다. 지금은 달라졌다. 대를 잇는 것이 경쟁력인 시대가 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가업을 잇는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입학특례제를 도입하는가 하면 가업을 이을 경우 세액 공제까지 이뤄지고 있다. 제주에도 가업을 잇거나 같은 일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본보는 소박하지만 묵묵히 대를 잇어가는 이들을 통해 삶의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

돌 두드리는 소리가 뜰 안에 가득했다. 경쾌한 소리였다. 한쪽에서 '탁 탁 타닥탁'거리면 또 다른 쪽에서 '타닥탁 탁 탁'으로 화답한다.

석공예 명장 송종원씨(74)와 아들인 조각가 창훈씨(38)가 함께 작업하는 소리다. 제주시 아라동에 있는 부자의 작업장은 이들이 제주의 단단하고 딱딱한 돌에 따스한 온기와 생명을 불어넣는 곳이다.

아버지 송씨는 이미 제주돌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 제주의 돌을 이용해 돌하르방을 만들어왔고 물허벅 여인상과 잠녀상을 처음 만들어내는 등 그가 개발한 돌 민예품 종류만 50여종이 넘는다.

1963년 10월 돌 작업을 위해 망치를 잡았던 그는 1991년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 석공예 명장'으로 지정됐고 2006년 '한국명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아버지가 그 시절 대학교 영문학과를 나와 혼돈의 시절을 거쳐 돌에 정착한 것처럼 아들도 돌과는 상관없는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일을 돕던 그는 급기야 늦깍이 대학생으로 미술학과에 들어갔고 대학원을 마쳐 지금은 학생들에게 석공예를 가르치고 있다.

아들 창훈씨에게도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 제주교대 정문 조형물을 아버지와 함께 설치했던 때였다. 비바람이 치는 날씨 속에 힘든 작업을 하던 그는 '왜 이렇게 힘든 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희열을 느꼈고 제대로 배우고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서른살 나이에 미술학과에 입학한 그는 제주도미술대전 입선·특선에 이어 대상을 수상하면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수차례 가졌고 어느덧 제주석을 주재료로 한 조각가로 당당히 활동하고 있다.

몇해전 부자는 제주돌문화공원에 있는 돌하르방 48기를 함께 완성하는 대작업을 해냈다. 하루도 쉬지 못하고 22개월동안 해냈다. 이쯤되면 두사람이 함께하는 전시회도 충분할 것 같다. 그런데도 부자는 "아직은 부족하죠. 어설픈 전시회를 하고 싶진 않아요. 그래도 언젠가는 함께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여운을 남긴다.

아버지가 지켜보는 아들에 대해 물었다. "가르치지 않아도 돌을 다루는 법을 깨우친 아들이 대견하지. 절대 아버지에게 도와달란 적이 없어. 무엇이든 시작하면 꼼꼼하게 할때 보면 천성이다 싶어."

아버지는 아들이 돌 앞에서 늘 겸손해야한다는 자신의 깨우침을 늘 전해주고 있다. 아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아버지는 제가 넘을 수 없는 산이죠. 작품 의뢰가 들어오면 늘 연구하고 공부하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특히 아버지의 집중력은 따를 수 없어요."

부자에게 물었다. "돌이 왜 좋으세요?" "돌을 이용한 작품은 한번 실수하면 고칠 수 없어요. 돌 자체를 보는 눈도 배워야 하고 많이 다쳐보면서 돌에도 '결'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결'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다루는지를 알면 '돌쟁이'라고 해도 되겠죠."

※독자 여러분들이 직접 추천해주세요. 주변에 가업을 잇거나 대를 이어 일을 하는 이들을 알고 계시면 연락바랍니다. 한라일보 사회부 750-2232, 011-9110-8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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