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代를 잇는 사람들
[代를잇는사람들](3)
3代째 한우 키우는 양진혁씨
"아직 '애송이’지만 꿈은 커요"
이현숙 기자 hslee@hallailbo.co.kr
입력 : 2008. 01.26. 00:00:00

▲토목공학을 전공해 타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고민 끝에 고향으로 내려온 양진혁씨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한우를 키우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gmkang@hallailbo.co.kr

직장생활 접고 고민 끝에 귀향 결심
잡지·인터넷 통해 공부에도 구슬땀
"정성으로 소 키워 후배들 길러야죠"
그를 두번째로 만난 건 갑자스레 기온이 뚝 떨어진 날이었다. 수개월전 한우들이 무더위를 어떻게 견디는지 취재차 찾았던 때와 마찬가지로 그날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양진혁씨(32)는 축사를 지키고 있었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눈웃음이 황소와 닮은 그는 아직'애송이' 축산인이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한우에 열정을 바치고 있는 사람이다.

"2006년 아버지가 위암 수술을 받으셨고 저는 그해 12월부터 제주에 내려와 아버지를 돕기 시작했어요. 그땐 수술도 잘 됐다고 해서 오래 아버지와 함께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난해 5월 갑자기…." 말끝이 흐려졌다.

그가 지키고 있는 회천한우단지는 아버지가 다른 2명과 함께 운영하던 곳이었다. 아버지의 동업자들은 이젠 양씨의 동업자로, 든든한 '삼촌'으로 그를 도와주고 있다.

3명이 함께 키우는 한우는 모두 4백마리에 이른다.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난 할아버지도 가끔 이곳을 찾는다.

양씨도 처음부터 가업을 물려받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토목공학을 전공한 그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고민 끝에 귀향을 결심했다. '육지살이'를 접고 제주행을 결심했을때 반대했던 아내도 지금은 믿고 의지해줘 고마운 마음 뿐이다.

여느 아버지처럼 궂은 일을 도맡아 했던 아버지덕에 그는 어릴때 축사에 놀러오는데 불과했다. 이제서야 '삼촌'들에게 제대로 배우고 있다. 그래선지 날이 갈수록 어린시절 왜 도와드리지 못했는지 후회스럽고 죄스런 마음이 앞선다.

아직은 소에 대해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진혁씨. 그래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축산분야 잡지, 인터넷 등을 통해 조금이라도 많이, 더 깊이 알기위해 애를 쓰지만 여전히 부족하기만 하다.

"소 한마리가 지난해에는 한달에 10만원어치를 먹습니다. 그런데 올해에는 사료값이 턱없이 올라 두배 가까이 들 것 같아요." 사료값 걱정을 하는 그의 모습이 제법 축산인 답다.

제주의 특성을 살린 '암반수 목야원'처럼 고급 한우만을 추려 브랜드로 만들고 유통단계까지 아우르는 매장을 갖는 것이 꿈이라는 그.

"'삼촌'들에 비하면 '어린 송아지'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후배들에게 제 노하우를 가르쳐 줄 날이 오겠죠? 그때 당당해지려면 지금 많이 배우고 노력해야죠. 또 자식을 돌보는 정성으로 소를 키우면서 한미 FTA로 인한 한파를 이겨내 보겠습니다."

그를 만나고 돌아서자 비가 눈으로 바뀌었다. 소리없이 내리는 눈처럼 한우를 사랑하는 마음이 수북히 쌓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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