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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제주워터' 시판 논란
공공재 '제주지하수' 돈벌이용으로 전락하나
위영석 기자 yswi@hallailbo.co.kr
입력 : 2008. 02.18. 00:00:00

▲현재 한국공항의 취수량은 연간 3만6천톤 정도다. 1일 1백톤으로 삼다수의 1%도 안되는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공항측은 삼다수로 다져진 제주지하수의 인지도를 이용, 적은 물량을 비싸게 파는 프리미엄급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주생명수 사유화 막기 위한 구체적 대책 필요
道, 사기업 이윤추구 목적 무분별 개발 절대 불가
한국공항, '공수개념' 동의... 윈윈전략 위해 노력


대한항공이 대형기를 줄여 제주노선 좌석수를 축소한데 이어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이 10여년간의 법정싸움 끝에 제주민심을 등지고 기어이 지난 12일 '물장사'에 나섰다.

제주자치도는 법률적 문제를 떠나 제주도민들의 생명수를 국내 10대 재벌그룹이 판매에 나선 행위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 대기업이 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 판매에 진출하면서까지 이윤추구에 급급한다면 국민적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한국공항은 지난해 법정판결로 제주지하수 시판논쟁은 이미 끝난 상태이며 올해 지하수 이용허가서에도 먹는샘물 판매로 허가를 받았고 제주의 물을 프랑스의 '에비앙'과 같은 명물로 만들어나가겠다는 포부를 내비치고 있다.

▶달아오르는 먹는샘물 시장=2007년 기준 국내 생수시장 규모는 연간 3천9백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군소업체까지 포함, 70여개 업체가 먹는샘수 제조·판매에 나서고 있는데 앞으로 일반 먹는샘물보다는 프리미엄급 먹는샘물로 사업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제주자치도지방개발공사도 해양심층수와 광천수 등을 개발하는 등 고급 먹는샘물 시장 진입을 위해 준비중이다. 식품업계 1위 업체인 CJ제일제당이 지난해 10월부터 해양심층수 판매에 나서고 있고 하이트계열의 석수와 퓨리스는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가격면에서 해양심층수는 울릉미네워터는 5백㎖에 1천2백원, 삼다수는 3백50원(할인점 기준)으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면 한진그룹은 왜 먹는샘물 시장에 뛰어들었을까. 현재 한국공항의 취수량은 현재 연간 3만6천톤정도다. 1일 1백톤으로 삼다수의 1%도 안되는 미미한 수준이다. 생산 확대여부도 정해진게 없다면서도 마케팅은 적극적이다. 구매고객에게 대한항공의 스카이패스 마일리지 5백마일을 전환할 수 있는 사이버포인트 1천점을 주는 등 마케팅에 열심이다.

게다가 가격에서도 1.5ℓ에 1천2백50원으로 삼다수 2ℓ 7백80원(할인점 기준)보다 비싸다. 이와함께 지난 2006년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인증을 통과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삼다수로 다져진 제주지하수의 인지도를 이용, 적은 물량은 비싸게 파는 프리미엄급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제주자치도가 추가로 지하수 증산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바탕으로 기존의 월간 3천톤으로 중산층에게 판매할 경우 시장점유가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는 것 같다.

▶제주 생명수 유출 논란=한진그룹의 '제주워터'시판으로 터져나온 것이 제주생명수인 지하수의 사유화 문제다. 제주자치도는 지난 1995년 먹는샘물 국내 시판 완전 허용으로 지하수의 난개발이 우려되자 지방공기업에게만 먹는 샘물 제조·판매용 지하수 개발을 허용하도록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반영했다. 그 과정에서 제주자치도는 이미 지난 1984년 먹는샘물 허가를 내줬기 때문에 한진그룹의 기존 영업활동과 허가를 제한할 수 없다는 점과 한진그룹의 제주지역 발전에 기여해온 점 등을 고려, 계열사 임직원용 판매라는 조건을 달아 먹는샘물 제조·판매를 계속 허가했다.

그런데 지난 2005년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잇따라 제기하고 2007년 대법원에서 시중판매를 제한하고 있는 제주자치도의 행정행위는 과도한 것으로 규정되면서 공공재인 제주지하수의 유출논란을 더욱 불거지게 됐다. 제주지하수에 대한 빗장이 풀린 셈이다.

섬 지역인 제주의 경우 다른 지역과 달리 지하수를 무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데 있다. 이미 해안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바닷물이 침투해 있는 상태이고 장기간 건조한 날씨가 계속될 경우 지하수 수위는 매년 낮아진다. 이럴 경우 제주도민 뿐만 아니라 제주의 자연이 위협받게 된다.

이에따라 올해 8월 증산하는 제주삼다수도 지하수 관측망을 갖추도록 했고 영향평가를 반드시 실시하도록 하는 보완장치를 마련했다. 그리고 수익금 중 일부는 반드시 지하수 보호를 위해 투자하도록 하고 있다.

제주자치도도 이처럼 지하수 공수개념을 도입하는 등 체계적인 보전·관리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제주의 지하수를 공공재로서 확고히하고 사기업의 이윤 추구로 인해 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가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것을 막고자하는 의지이자, 제주자치도가 추구하는 지하수의 공익적 이용원칙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한국공항은 지난해 먹는샘물 판매 문제로 제주자치도와 불가피하게 소송을 했지만 앞으로는 제주자치도와 서로 윈윈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제주자치도의회가 요구한 '빗물 증발산량 및 하천 유출량 관측시스템' 설치, 지하수의 보전 및 효율적인 이용을 목적으로 과학적인 조사 연구를 하겠다고 밝혀 '제주지하수의 공수개념'에는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한국공항측이 증산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특히 지리적 표시성격을 띤 '제주워터'에 대한 상표 분쟁이 계속될 경우에는 한진그룹에 대한 도민 반발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제주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김행담 의원은 "FTA 등 우리 국내법으로 다스리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등 우리가 갖고 있는 특별법과 조례만으로 먹는물을 지키려고 하면 오산"이라며 "더 이상 제주지하수를 사유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정다툼 재시동?…'제주워터' 상표권 분쟁 불가피

제주자치도와 한진그룹간의 먹는샘물 분쟁이 지난 2005년에 이어 다시 법정 소송으로 번질 우려를 낳고 있다. 제주자치도가 한진그룹의 '제주워터'시판에 대해 변호사와 변리사 등으로 TF팀을 꾸리고 상표권 다툼 뿐만아니라 취수량 제한 등에 대한 한진그룹의 추가 행정소송에 대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제주자치도와 한진간의 갈등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공항은 1996년 제주도가 제주광천수를 일반인에게 시판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은 영업 자유의 중대한 제한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제주도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한국공항은 행정소송을 취하하고 대외적으로 시판 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한진은 지난 2005년 2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가 기각당하자 8월 행정소송을 다시 제기, 1심에선 제주자치도가 승소했으나 광주고법과 대법원에서는 한진이 승소, 시중판매가 가능해졌다.

당시에도 제주자치도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제주지하수의 공수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진이 지난해 10월 '제주워터'라는 상표를 등록하면서 이제는 상표권 분쟁으로 법정 다툼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자치도는 '제주워터'가 지하수 관리주체인 제주특별자치도만이 지하수의 공익적 이용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상표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은 변호사 자문 등을 거쳐 향후 제기될 법정 소송에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제주자치도와 한진그룹측이 상호 윈-윈하는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또 한번의 법정 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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