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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
대구서 온 '만화방 미숙이'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입력 : 2008. 06.10. 00:00:00
100% 대구산 창작뮤지컬…아트마켓에 올해 첫 참가
"문화도시 브랜드화 일조"


"아트마켓이란 행사가 있는 줄 몰랐어요. 서울 공연하면서 정보를 듣고 올해 처음 이곳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지난 9일 서귀포시 표선면 해비치호텔제주. 건물 지하에 마련된 아트마켓에 참가한 대구 뉴컴퍼니의 이동수 기획실장은 '고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객은 다름아닌 전국에서 모여든 지방문예회관 관계자들이다.

행사장 맨 구석에 부스를 차린 이들이 가져온 작품은 '만화방 미숙이'였다. 작가, 연출, 작곡, 배우 등 '100% 대구산 창작뮤지컬'이다. 지난해 1월 초연 이래 2백80회가 넘는 공연을 통해 3만명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경상도 사람들도 더러 알아듣기 어렵다는 사투리로 만들어졌지만 최근 서울에 진출해 성공을 거뒀고 지난해엔 중국 상하이 등에서 공연을 치렀다.

제작사인 뉴컴퍼니측은 '만화방 미숙이'가 대구에서 이미 작품성과 흥행을 검증받은 터라 서울 관객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고 싶어 대학로로 향했다. 이들은 지방 뮤지컬 사상 최초로 서울서 공연된 '만화방 미숙이'가 대구를 문화도시 브랜드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자부심이 컸다. 어둡고 보수적인 대구 이미지를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바꾸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부스옆에서 방문객을 맞이하던 또한명은 대구시 문화산업과의 오준혁 사무관이었다. '만화방 미숙이'가 아트마켓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제작사를 응원하기 위해 제주까지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구 시장이 이 공연을 보고 감동을 받은 이유도 작용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는 문예회관 관계자들을 만나는 대로 명함을 챙기며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대구가 '공연문화중심도시'의 전망을 그려가고 있다면서.

그동안 아트마켓에 참여해온 지방 공연단체나 기획사는 드물었다. 작품을 검증받을 기회가 적은 데다 안정적으로 관객을 확보하려는 지방 문예회관으로선 서울에서 인기를 끌거나 유명 배우가 나오는 공연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만화방 미숙이'처럼 지방 창작 공연에 대한 기대를 접을 수는 없다.

이즈막의 지방 무대는 '서울 공연의 소비 시장'이라는 말이 나온다. 제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서울에서 관객몰이를 한 작품을 불러오거나 몇해전 대학로에서 히트친 작품을 지역의 연극인들이 재공연하기도 한다.

대구의 뉴컴퍼니는 '만화방 미숙이'의 사례를 두고 '대구가 문화소비도시가 아닌 문화생산기지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의미를 뒀다. 제주에서도 잘 만든 공연하나, 제대로 키워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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