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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지방문화원, 갈림길에 서다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입력 : 2008. 06.24. 00:00:00
통폐합 권고 4개월 만에 지방문화원 두군데 해산
육성조례 제정 초심으로


찬바람이 가시지 않은 지난 2월이었다. 4개 지방문화원에 제주도에서 보낸 공문이 일제히 날아들었다. 특별자치도 출범 취지에 맞게 문화원간 통폐합을 권고하니 적극 협조해달라는 내용이 적혔다. 북제주문화원과 제주문화원을, 남제주문화원과 서귀포문화원을 각각 통폐합하라는 주문이었다.

제주도는 통폐합을 권고한다고 했지만 으름장이나 다름없었다. 통폐합 여부에 따라 재정 지원을 재고하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아닌게아니라 제주도는 당장 문화원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중단했다. 지방문화원마다 운영비를 대기 위해 적금을 깨듯 이사 출연금 등으로 모아온 적립금을 털어내 썼다. 어떤 문화원은 적립금이 없어 빚을 졌다.

이같은 극약 처방을 놓고 "제주도가 지독히 비문화적인 절차로 지방문화원을 없애려 한다"는 내부 불만이 간간이 나왔지만 통폐합 권고를 거스른 문화원은 없었다. 해산 등기에 이어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북제주·남제주 문화원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2주년이 되는 다음달이면 사실상 공중에 흩어진다. 대신 상근 직원들은 제주문화원에, 서귀포문화원에 각각 둥지를 틀기로 했다. 두 문화원이 2003년에 문을 연 지 5년만의 일이다.

지방문화원은 지방문화원진흥법에 따라 만들어졌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방문화원을 지원·육성하여야 한다'는 지방문화원법 조항에 따라 이들 특수법인에 대한 재정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때 제주도의 지방문화원 사랑은 남달라 보였다. 2006년 5월 제주도지방문화원지원및육성에관한조례를 제정했고 그해 7월 행정구조 개편에 따라 시·군이 폐지됨에도 4개 지방문화원을 존속시켰다. '지방문화원은 시·군 또는 자치구별로 1개의 원을 둔다'는 지방문화원진흥법에 제주도는 예외로 한다는 부칙을 추가하는 데도 힘을 보탰다.

제주도가 돌연 '변심'한 사유를 놓고 추측이 나오지만 새삼 그걸 거론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번 일이 지역문화에 대한 제주도의 무관심을 반영하는 처사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애월읍 하귀리의 북제주문화원, 성산읍 오조리의 남제주문화원은 어떻든 지역주민에게 문화적 영향을 미쳤다.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그들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는 없다.

지역의 문화 역량을 키우는 일은 주민 곁에 있는 지방문화원에서 시작될 수 있다. 지방문화원은 문화예술과 지역주민간 다리를 놓아주는 곳이다. '제주도는 문화원을 지원·육성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또렷이 박힌 제주도 지방문화원 조례 제정의 초심을 돌아볼 때다. 물론 지방문화원에선 운영의 투명성과 활동의 공공성이라는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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