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代를 잇는 사람들
[代를잇는사람들](29)안경점 부응규·문승씨 부자
"밝은 세상 보여주는 기쁨이 보람"
문미숙 기자 msmoon@hallailbo.co.kr
입력 : 2008. 09.06. 00:00:00

▲30년째 안경점을 운영하고 있는 부응규씨(왼쪽)와 아들 문승씨가 신제품 안경을 들여다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승철기자 sclee@hallailbo.co.kr

30년 가게 운영하며 낯익은 단골고객도 여럿
고객 시력보호에 중심 둔 서비스가 운영 철학


안경, 시력이 나쁜 이들에겐 꼭 필요한 물건이다. 지금은 시력보호의 측면을 넘어 패션의 한 소품으로까지 자리잡고 있는 유용한 발명품이다.

그 안경을 통해 시력이 좋지 않은 이들에게 밝은 세상을 보여주는 부자가 있다. 제주시 중앙로터리 인근에서 이태리안경을 운영중인 부응규씨(58)와 아들 문승씨(34) 부자다.

부씨가 안경점을 연 것은 1978년 12월로 올해로 딱 30년이 됐다. 당시 제주시 안경점이라야 모두 7군데 뿐이었다.

안경과 인연을 맺게 된 데는 형님의 영향이 컸다. 1970년대 초반 군대를 졸업한 부씨는 당시 중앙로 인근에서 안경전문점을 운영중인 형님을 도우며 자연스레 일을 배워나갔고 적성에도 맞는 것 같아 독립했다.

자신의 안경점을 차린 부씨는 부인 김응선씨와 함께 열정을 쏟았다. 등교하기 전의 학생손님을 맞기 위해 오전 6시에 문을 열어 밤 10시까지 쉬는 날도 없었다. 안경점이 꽤 이름을 알린 후는 물론이고 지금도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그 시간을 고집하는 이유는 손님과의 약속이란 생각에서다.

30년 전에 비하면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하기야 안경점 앞을 지나는 차량이 드문드문 했던 시절에서 꼬리무는 차량들로 도로가 넘쳐나는 세상이니 바뀌는 게 당연지사다.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었던 안경점이 제주시에만 줄잡아 50군데가 넘는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 하지만 변함없이 안경점을 찾아주는 다양한 계층의 고객들이 있고, 오랜 단골들도 꽤 된다.

"초창기 손님들 중엔 이제 70~8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되신 분이 많아요. 그 분들의 자녀에서 손자까지 3대에 걸친 단골고객도 있어요."

3대 단골의 비결을 물었다. "뭐 특별할 게 있나요? 우선 손님들을 편안하게 맞이하고 정확한 시력검사와 안경 판매는 물론 애프터서비스에 신경쓰는 것밖에요. "

부씨의 아들 문승씨. 주변으로부터 '안경집 아들'이란 소리를 귀에 못이 박이게 들으며 자랐지만 처음부터 안경에 흥미가 있었던 건 아니다. 어릴 적엔 안경점을 꾸리느라 바쁜 부모님이 늘 집에 없는 게 싫었다고 했다.

안경과는 무관한 대학을 졸업하고 2년동안 외국에 나가 있던 문승씨가 안경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이유가 궁금했다. "강요하진 않았지만 내심 두 아들 중 누군가는 가게를 이어갔으면 하는 아버지의 바람을 모르지 않았고, 장래를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었어요."

안경사의 길을 걸기로 결정한 문승씨는 야간 안경광학과를 다니면서 낮엔 안경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안경에 대한 실무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아버지가 꾸리는 안경점에 합류한 게 4년째다.

30년간 안경점을 지켜온데다 워낙 꼼꼼한 성격의 아버지와 세대갈등을 느낄 때도 있다는 문승씨. "안경시장이 포화상태인데다 손님들의 취향도 다양해져 예전보다 신경쓸 일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세대가 다른 아버지와 제가 안경점을 운영하며 똑같이 고집하는 경영철학이 있다면 고객 시력보호를 위한 철저한 서비스 정신이겠죠."

"나이드신 분들 중엔 10년 가까이 됐음직한 낡은 안경이 불편하다며 수리받고 가시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또 꼬마 손님이 안경을 맞춰끼고 잘 보인다고 해맑게 웃을 때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거죠 뭐."

두 부자가 안경점을 운영하며 느끼는 보람은 그렇게 소소한 일상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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