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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도립예술단 통합 걸음마 떼나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입력 : 2008. 10.28. 00:00:00
'조례만 통합' 5개 예술단…내년에 중장기발전 용역
예술단 존재이유 고민을


제주특별자치도에는 5개 도립예술단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립무용단, 제주특별자치도립제주교향악단, 제주특별자치도립제주합창단, 제주특별자치도립서귀포관악단, 제주특별자치도립서귀포합창단이다. '누가 누가 긴 이름을 가졌나' 싶은 이들 예술단의 명칭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새롭게 붙여졌다.

익히 알고 있듯, 시·군이 폐지되는 과정에서 몇몇 예술단의 존속 여부는 큰 관심사였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각각 운영되던 합창단, 제주시립교향악단과 서귀포시립관악단은 도립예술단 통합 논의에서 뜨거운 이야깃거리가 됐다. 지역주민의 문화 향수권 확대를 위해선 지역에 예술단을 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과 제주특별자치도립으로 묶이면서 같은 장르의 예술단이 두개씩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누구도 시원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 지난해 7월 '제주특별자치도립예술단 설치 및 운영조례'가 만들어졌다. '행정조직 개편에도 도립예술단을 이대로 둘 것인가'란 여론에 밀려 통합조례를 만들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5개 예술단 운영 체제를 그대로 살리면서 조례만 통합해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는 도립예술단 총괄업무가 제주도에서 제주도문화진흥본부로 이관됐다. 도립무용단만 운영해오던 도문화진흥본부(옛 도문화진흥원)에 하루아침에 5개 예술단 업무가 떠맡겨진 셈이다. 제주시나 서귀포시가 도립무용단을 제외한 4개 예술단 업무를 종전처럼 수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도문화진흥본부의 역할은 한계가 있었다.

도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도립예술단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도민의 문화체감 지수가 달라진다. 지역에서 손꼽히는 기량을 갖춘 예술가들이 도립예술단원이 되어야 하고, 세금을 내는 도민들로서도 예술단원들에게 그만한 예술적 역량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무용, 합창, 관현악 등 예외가 없다. 도립예술단 통합이나 효율적 운영에 관한 논의가 이해관계에 얽히기보다는 제주도민의 시선으로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도문화진흥본부는 다음달 말 5개 도립예술단이 함께하는 공연을 준비했다. 도내 공립예술단이 생겨난 이래 이들이 한 무대에 서는 일은 드물었다. 도립예술단이 누구를 위해 운영되는가라고 물었을 때, 이같은 기획 무대를 도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예술단 통합 논의는 비로소 내년에 시작될 듯 하다. 최근 도립예술단 통합운영을 위한 중장기발전계획 용역을 실시하기로 확정했다. 그동안 문화계에서는 5개 예술단 존치 여부를 냉정히 들여다보고 인력,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끌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던 터라 이들 조직에 대한 진단 결과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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