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代를 잇는 사람들
[代를잇는사람들](36)전문건설업체 문일환씨 가족
"가족은 언제나 든든한 지원군"
문미숙 기자 msmoon@hallailbo.co.kr
입력 : 2008. 11.08. 00:00:00

▲문일환 대표(사진 가운데)와 큰아들 경천씨(사진 왼쪽), 셋째아들 낙천씨가 어린이용 미끄럼틀 제작 중간에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건설현장서 용접기술 익혀 1982년 창업
작업장서 뛰놀던 두 아들 이제 같은 길


6일 오후 제주시 화북공업단지내에 자리잡은 한 사업장. 철근 등 각종 자재가 쌓여있는 공장안에서 미끄럼틀 제작에 땀을 쏟는 두 남자와 곁에서 지켜보며 가끔씩 말을 건네는 이가 있다.

문일환 대표(60)와 큰아들 경천씨(38), 셋째아들 낙천씨(34)가 꾸려가는 흥아기업의 풍경이다.

조립식 건물에서부터 미끄럼틀 등 놀이기구, 시민들이 즐겨찾는 공원의 체육시설, 조경, 상하수도 공사 등을 해내는 전문건설업체의 역사는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너나없이 힘겨운 시절이었지만 4·3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집안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를 마치자마자 건설현장에 뛰어들어 막노동부터 시작했어요. 그렇게 건설현장에서 굳은일 마다않고 20년 가까이 일하면서 용접기술을 익혀서 자립한 거죠."

사업 초반 리어카 제작과 농기계 수리에서 시작해 사업영역을 점차 넓혀나가며 기반을 다졌고, 아버지가 일하는 작업장을 놀이터삼던 두 아들은 장성해 경천씨는 공장장, 낙천씨는 현장소장이란 직함을 달았다.

공고와 대학 건축과를 졸업한 경천씨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 일을 곧잘 거들곤 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자연스레 아버지 회사에 취직했고, 뒤이어 셋째아들도 가업에 합류했다. 문 대표는 이제 거래처 관리나 자재관리만 챙기면 놀이기구 제작에서부터 설치, 애프터서비스까지 두 아들이 도맡아 척척 해낸다. 가족이 꾸리는 기업이라 이점도 많다. 일감이 많을땐 야근도 잦지만 한가할 땐 출퇴근이 자유롭다.

"책임감이 더 무거운 게 사실이지만 가업을 잇길 잘했다는 생각이에요. 서로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돼 주거든요. 아버지요? 일을 가르칠 땐 엄하세요. 하지만 집에선 더없이 자상하신 분이에요." 과묵함이 닮은 경천씨와 낙천씨의 이구동성이다. 문 대표가 두 아들에게 엄격하게 안전을 강조하는 건 어린이놀이터에 설치할 놀이기구나 운동시설 제작이 많다보니 당연지사다.

"낙천이 장인어른께서 낙천이가 결혼하기 전에 제주시 한복판에서 버스승차대 설치공사를 하는 걸 우연히 봤대요. 편안한 일거리를 찾는 요즘 젊은이답지 않게 남의 시선을 아랑곳않고 묵묵히 땀흘리는 낙천이가 사윗감으로 더 맘에 들었다고 하시더라구요."

기업이 창업한지 올해로 26년째, 단골거래처가 늘고 일감이 꾸준할만큼 자리를 잡았다. 그 비결을 문 대표에게 물었다. '신뢰'라는 짧은 답이 돌아왔다. "좁은 지역사회라 하자없게 기술력과 성실함으로 신뢰를 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문 대표가 튼실한 기업을 꾸려나갈 수 있는 비결로 꼽는 게 있었다. 바로 화목한 가정이었고 거기엔 아내의 역할이 크다고 했다. 문 대표는 4대가 한 지붕안에 사는 대가족이다. 문 대표 부부와 두 아들 부부, 외동딸, 손자, 그리고 1984년부터 모시고 있는 장모까지 11명이 모여산다. 2년전에 돌아가신 장인어른까지 정성껏 모시면서 문 대표는 효행부문 대통령표상을 받을정도로 주변에선 소문난 효자로 통한다. 하지만 늘 마주치는 일상에서 가족간에 사소한 갈등이 없을 리가 없다. 그럴 때마다 대화로 갈등을 녹여내는 현명한 아내에게 늘 고맙다는 문 대표다.

신용과 성실함으로 20여년을 꾸려온 기업, 그리고 부친의 대를 이어 건물을 받치는 든든한 기둥역할을 해내는 두 아들을 키워낸 밑천은 문 대표가 거듭 강조하는 '건강한 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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