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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전적지를 가다
日帝 군사시설 실체규명 시급
갱도진지 등 거의 실태조차 파악못해
이윤형 기자 yhlee@hallailbo.co.kr
입력 : 2009. 01.22. 00:00:00

▲일제가 모슬포에 만든 알뜨르비행장 전경. 이 곳에는 격납고 20기를 비롯 수많은 일제 군사시설이 남아있다. /사진=이승철기자

무관심속에 사실상 방치 갈수록 훼손
전수조사·역사성 규명작업 서둘러야
오는 24일 KBS1 '역사추적' 2부 방송


태평양전쟁 당시 일제가 제주도에 구축한 지하 갱도진지 등 수많은 군사시설에 대한 전수 조사 및 역사성 규명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에는 일제가 일본 본토사수를 위해 제주도민을 비롯 다른 지방 사람들까지 강제동원해서 구축한 수많은 군사시설이 남아있다. 본보 탐사보도팀이 지난 2005년 이후 지속적으로 취재 결과 태평양전쟁 당시 군사시설은 알뜨르비행장 등 군사비행장 4곳 뿐 아니라 격납고와 지하벙커 및 고사포진지, 오름 지하의 갱도진지, 해안가의 자살특공기지, 병참도로인 하치마키도로 등 수백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등록된 8곳에 대한 학술조사만 실시되고 있을 뿐 갱도진지를 비롯 거의 대부분 태평양전쟁 당시 군사시설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무관심속에 방치되면서 인위적·자연적으로 무너지거나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당시 강제 동원된 사람들이 고령으로 인해 운명을 달리하면서 이들에 대한 증언채록과 함께 다른 지역과의 비교 연구조사 등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난주 KBS '역사추적'을 통해 제주도 일본군 동굴진지에 대한 프로그램이 전국에 방영되면서 태평양전쟁 관련 군사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것과 동시에 실체규명을 통한 역사성 규명 및 정비 보존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KBS1은 지난 17일 '역사추적'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도 동굴진지의 비밀' 2부작 중 제1부 '결 7호 작전 제주도를 사수하라'를 내보냈다.

1부를 연출한 김종석PD는 "시청률이 상당히 높게 나오는 등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며 "촬영하면서 제주도에 남겨진 태평양전쟁 당시 거대한 군사시설을 보고 놀랐고, 한편으로는 이러한 것들에 대해 그동안 잘 몰랐다는 점에 대해 부끄럽기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사학계와 민간연구소를 중심으로도 태평양전쟁 관련 군사시설에 대한 조사 보존 정비방안 마련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동전 제주대 사학과 교수는 "제주도 일본군 군사시설은 그 자체가 아픈 역사현장으로 중요하다"며 "제주도 전역에 대한 전체적이며 체계적인 조사가 실시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등록문화재로 된 곳을 포함해 정비 보존 활용방안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순원 제주역사문화진흥원 연구원도 "태평양전쟁 관련 일본군 군사시설은 단순한 일제의 잔재가 아니라 일본의 침략상과 이로 인한 제주도민의 고통을 느끼게 해주는 살아있는 역사현장"이라며 "실태조사를 통한 학술적 실체규명 및 역사교육으로 활용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2부 '자살특공기지를 구축하라'(연출 이완희PD)는 오는 24일 오후 8시10분 KBS1 '역사추적'을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이윤형기자yh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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