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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지역의 소극장에 힘을 싣자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입력 : 2009. 02.24. 00:00:00
근근이 꾸려나가는 소극장
제풀에 지쳐 포기할까 걱정
실질적 지원 방안 헤아려야


몇 달 만에 그곳을 찾았다. 많이 달라져 있었다. 무대 한쪽에 버티고 서서 관객의 시야를 가렸던 기둥이 사라졌다. 알고 보니 무대 위치를 바꾼 거였다. 관객석도 새롭게 단장했다. 50석 남짓의 객석은 배우와 관객이 한층 가까워지는 소극장에 맞춤해보였다.

지난 20일 제주시 연동에 있는 세이레아트센터. 극단 세이레가 한달간 안톤 체홉 원작의 연극 '백조의 노래'를 공연하는 곳이다. 15명의 관객이 자리를 지켰다. 공연이 시작된 이래 이날은 제법 '많은' 청중이 찾아든 거라고 했다.

극단 세이레가 운영하는 세이레아트센터는 '백조의 노래'를 시작하면서 이 작품이 '2009소극장운동'의 출발임을 알렸다. 4월엔 소극장운동 두번째 작품으로 '외할머니'를 선보인다. 소극장운동과 연계한 관객평가단도 구성한다.

소극장을 리모델링한 것은 최근의 일이라고 했다. 몇 안되는 단원들이 모여들어 공사를 벌였다. 외부의 힘을 빌릴 여건이 안됐기 때문이다. 객석용 의자는 재활용품이라고 했다. 안쓰고 버리는 사무용품은 이곳 소극장에서 요긴한 자원이 된다.

제주엔 연극을 주로 하는 소극장이 몇 군데 있다. 제주시 아라동에 테러제이 간드락소극장이 있고, 중앙로에는 극단 이어도의 미예랑소극장이 들어섰다. 이들 은 지역 공연문화에 열기를 지피겠다는 목표를 안고 출발해 서로에게 자극을 주며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뜻대로 안되는 일이 많은 것 같다.

간드락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삼승할망 이야기'는 관객이 없어 몇차례 공연을 취소해야 했다. 프리뷰를 마치고 이번주부터 유료 공연에 들어간 '백조의 노래'도 관객 확보에 어려움이 있긴 마찬가지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소극장은 제도적 지원의 관심밖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몇달치 수도세나 전기세를 내지 못하는 소극장이 있어도 이들을 도울 방법이 없다. 매년 어렵사리 임대 기간을 연장하는 탓에 언제까지 소극장을 끌어갈 수 있을지 불안한 처지인 곳도 있다.

이들 소극장은 때로 도립예술단체에서 미루고 있는 상설공연을 기획하거나 초청하는 일을 한다. 간드락소극장이나 미예랑소극장은 연극만이 아니라 음악 등 여러 장르와 만나며 이용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지역문화 활성화에 대한 소극장의 공헌도를 헤아릴 필요가 있겠다. 물론, 소극장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의 완성도를 따지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공공기관에서 청년인턴제를 활용하는 것처럼 소극장 운영에 꼭 필요한 조명이나 음향 스태프에 대한 인건비를 지원해줄 수는 없을까. 문화예술 인력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혹여, 소극장을 근근이 꾸려가던 이들이 제풀에 지쳐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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