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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전적지를 가다
송악산 외륜 동굴진지 규모 밝혀져
역사문화진흥원 국제워크숍… 출입구도 39곳 달해
"당시 일본토 사수 수단으로 '인간특공' 결전 준비"
표성준 기자 sjpyo@hallailbo.co.kr
입력 : 2009. 04.20. 00:00:00

▲제주역사문화진흥원이 주관한 2009 국제워크숍이 18일 제주칼호텔에서 '등록문화제 일제 군사시설 조사·보존·활용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렸다. /사진=이승철기자 sclee@hallailbo.co.kr

일제가 태평양전쟁 말기 제주에 남긴 군사시설 가운데 하나인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외륜 동굴진지는 길이가 1.5㎞에 달하고 출입구도 39곳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인 것으로 밝혀졌다. 송악산 외륜 동굴진지의 규모와 구조가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사)제주역사문화진흥원이 주관한 '2009 국제워크숍'이 '등록문화제 일제 군사시설 조사·보존·활용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18일 제주칼호텔에서 개최됐다. 제1부 '오키나와 일본군 전적지 현황과 정비·활용사례'와 제2부 '제주도 일본군 전적지-서귀포시권 등록문화재 중심'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한국과 일본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일제가 60여년 전 제주섬에 남긴 군사시설을 조사하고 보존 및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윤형 한라일보 일제전적지 탐사팀장은 '일제 동굴진지 등록문화재 조사현황'에 대한 주제 발표를 통해 셋알오름과 송악산 외륜 동굴진지, 송악산 해안과 일출봉 해안 동굴진지 실태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송악산 외륜 일제 동굴진지는 12개의 동굴진지로 구성돼 있으며, 출입구는 지금까지 밝혀진 것 중 도내에서 가장 많은 39곳으로 총 연장 1434m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송악산 외륜의 주 동굴진지인 '동굴진지 1'의 규모는 단일 동굴진지로는 '셋알오름 동굴진지 1'(995m)에 이은 도내에서 두번째이며, '가마오름 동굴진지 1'(969m)보다 긴 것이다.

이 팀장은 "송악산 외륜 동굴진지는 구조와 규모면에서 제주도 일제 군사시설을 대표하는 곳 중 하나로 일제 당시 전쟁유적으로서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며 "하지만 인위적으로 혹은 자연적으로 훼손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을 위한 진지한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본본토와 제주도에서의 특공작전'을 주제로 발표한 츠카사키 마사유키 오사카경제법과대학 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일제가 당시 일본토를 사수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송악산 전진기지와 제주도 민중을 이용한 '인간특공'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츠카사키 연구원은 "당시 제주도사령관은 '(섬에) 남는 사람은 미군 상륙 때 산에 들어간 군과 행동을 함께 할 준비를 했다'고 회상하는 것처럼 오키나와전과 마찬가지로 일반주민도 전투에 끌어들이려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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