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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전적지를 가다
['고난의 역사현장'일제전적지를 가다](129)
-제주·일본 제3차 해외비교-④다테야마 아카야마 지하호
특공기지·격납고 등 전쟁유적 제주와 매우 유사
입력 : 2009. 07.02. 00:00:00

▲다테야마 아카야마 지하호 내부. 전기가설을 해서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사진=이승철기자

다테야마 군사시설 구축에도 韓人 동원
평화학습· 지질답사코스로 활발한 모색


태평양 상의 조그만 섬 하치조지마에 이어 취재팀이 찾은 곳은 도쿄만 입구에 있는 다테야마(館山)다. 다테야마는 도쿄만의 요새지라 불릴 만큼 도쿄를 방어하는데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태평양전쟁 당시에는 미군의 일본 본토 공격 작전 가운데 하나인 코로넷작전(Operation Coronet)의 주요 결전 예상지였다. 코로넷작전은 일본 중부 혼슈 해안으로 상륙하여 최종적으로 도쿄를 점령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다테야마는 바로 코로넷작전의 길목에 위치한 형국이다. 이를 보여주듯 다테야마 일대는 47개 전쟁 유적지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아카야마 지하호(赤山地下壕) 1곳이 2005년 다테야마 시지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아카야마는 응회암질 사암으로 이뤄진 조그만 산으로 표고 60m에 불과하다. 하지만 산 지하는 총길이 2km에 이르는 지하호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어 지하요새를 방불케 한다. 이 가운데 길이 250미터가 일반에 공개돼 평화학습과 지질 답사코스로 이용되고 있다.

▲알뜨르비행장과 유사한 엄체호.

아카야마 지하호는 1930년대 중반부터 극비리에 건설되기 시작해서 태평양전쟁을 거치는 동안에 사용됐다. 지하호 내부에서는 사령부실과 봉안전(奉安殿), 디젤발전기 좌대, 변전소 등의 공간과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전투지휘소나 병사(兵舍), 항공기부품 격납고, 병기 저장고, 연료보관소 등의 시설도 만들어졌다. 중요시설이 위치한 지점은 벽면이 콘크리트로 돼 있다. 그물망 같은 것을 덮고 시멘트를 분사해서 콘크리트로 마감했다고 한다.

아카야마 지하호는 중요 군사시설을 지하에 은닉하기 위해 만든 탓에 내부는 폭 4m, 높이 5m, 길이 30m 정도 되는 공간 30개가 격자형으로 구축되는 등 짜임새 있는 구조를 보여준다. 전체적으로는 3층 구조로 된 지하호다. 아카야마 지하호 건설에도 조선인들이 많이 동원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취재팀을 안내한 아와문화포럼의 아이자와 노부오(愛澤伸雄) 이사장은 "지하호 인근에는 당시 기지건설을 위해 동원됐던 조선인과 대만인 노동자들의 숙소가 설치됐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당시 조선인들이 어느 정도 동원됐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테야마시의 하사만(波左間) 지역은 신요(震洋)특공기지로 만들어졌다. 이곳에서는 자살특공정인 신요 발진을 위한 유도로 시설이 잘 남아있다. 시멘트와 자갈 등을 혼합해서 평탄하게 만든 유도로 시설은 제주도 일출봉 해안에 남아있는 것과 아주 흡사하다는 점에서 좋은 비교가 된다.

▲다테야마 하사만의 신요 유도로 시설로. 일출봉 특공기지 유도로와 비슷하다(사진 왼쪽). 로켓특공기인 오우카 발진시설.

일출봉 해안 역시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해군 신요특공기지로 구축됐고, 현재 18곳의 동굴진지와 유도로 시설 3곳이 확인되고 있다.

다테야마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전투기용 엄체호(격납고)다. 엄체호는 다테야마 해군항공대와 아카야마시의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엄체호는 봉분 모양의 흙을 쌓은 뒤 그 위에 목재로 거푸집을 만든 다음 콘크리트를 부어서 굳은 뒤에 흙을 파내는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외관이나 크기는 모슬포 알뜨르비행장에 남아있는 격납고와 아주 흡사하다.

이외에도 해군 스노사키항공대 나카시마분견대 전투지휘소호(128고지전투지휘소 지하호)는 내부 전체가 콘크리트로 견고하게 만들어졌다. 또한 로켓 특공기인 오우카(櫻花) 발진시설 등 다양하게 남아있다. 역시 오우카 기지 건설에는 조선인 노동자가 많이 동원됐다고 한다.

하치조지마에서 느꼈던 식민지시대의 아픔과 전쟁의 비극은 이곳 다테야마에서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아이자와 이사장은 "다테야마에는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가해자로서 전쟁유적이 잘 남아있다"며 "제주도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도시"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이윤형·표성준·이승철기자

[인터뷰 / 아와문화포럼 아이자와노부오 이사장]"전쟁유적 등 비슷한 역사문화 지녀"

다테야마의 전쟁유적을 통해 평화학습을 실천하고 있는 시민단체인 아와문화포럼의 아이자와 노부오(愛澤伸雄) 이사장은 양 지역은 역사 문화적으로 공통점이 많다며 교류를 갖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아이자와 이사장은 "제주도와 다테야마는 비슷한 역사 문화환경을 지니고 있다"며 "메이지 시대부터 제주 해녀들은 이곳에 와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등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쟁유적지가 많이 남아있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등 양 지역은 역사 문화적으로 상당한 관련 있는 도시"라며 앞으로 시민 사회단체간 교류를 희망했다.

아이자와 이사장은 아카야마 지하호의 사례를 들며 "전쟁유적으로만 평화교육을 하기에는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며 "여기에 문화 같은 것을 결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즉 전쟁유적지를 연구하고 보존하는 것 못지않게 더 넓은 세상과 많은 사람들에게 전쟁의 비극과 평화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알려주는 것이 좋은가를 고민해서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아카야마 지하호의 경우도 단순하게 전쟁유적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고 유적을 통해 지질 자연 생태학적으로 체험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개하기 전에 진동을 가해서 붕괴될지 여부를 조사한 후에 벽이 벗겨지거나 금이 간 곳은 수리하고 2004년부터 공개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윤형기자 yh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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