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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달라지는 112 신고시스템 문제점은
긴급사항만 출동… 약 될까, 독 될까
부정호 기자 jhbu@hallailbo.co.kr
입력 : 2009. 11.09. 00:00:00

▲경찰력 낭비를 줄이기 위해 긴급한 신고에 한해서만 선택적으로 현장에 나가도록 하는 112 신고시스템에 대한 일부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출동시간 단축 현장대응력 강화 기대
단순사건이 커질 경우 속수무책 우려


경찰력 낭비를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도입되는 112 신고 대응체계는 독이 될까 약이 될까.

경찰청은 모든 사안에 무조건 출동하는 현행 112 신고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는 판단 아래 긴급한 신고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현장에 나가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긴급신고의 출동시간을 단축시킴으로써 현장대응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일부 문제점도 우려된다.

▶달라지는 112 출동=경찰은 신체·생명 등의 위협으로 범죄 피해가 우려되거나 범인을 신속히 붙잡아야 하는 상황을 '코드(coad) 1(최우선 출동)'로 분류, 다른 업무보다 우선순위를 두고 경찰관을 현장에 즉각 출동시키기로 했다. 단순 형사사건 등의 상황은 '코드 2(일반출동)'로 구분돼 '코드 1'에 뒤이어 경찰관이 출동되며, 생활민원 등은 '코드 3(비출동)'으로 분류돼 경찰관 출동 없이 경찰민원정보안내센터(1566-0112번)나 정부민원안내종합콜센터(110번)로 연결된다.

이같은 조치는 인근 소란 등 민원성 112 신고에 대해서도 일단 출동해 현장을 파악하도록 한 기존의 시스템이 정작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제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 "112 신고건수는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지역경찰 인력과 장비는 거의 변함이 없어 신고 대응력이 저하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번 조치로 강력사건 등에 대한 경찰의 발빠른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력 낭비 사례='타이어에 펑크가 났다', '개가 짖어 시끄러워서 못살겠다', '중산간 도로에 말들이 나와 돌아다닌다', '교회에서 나는 예배소리 때문에 잠을 못자겠다', '술값이 너무 비싸다' 등의 민원성 사례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외 단순 주취자 처리문제를 비롯 주차로 인한 차량 이동문제, 아파트 층간 소음문제 등의 경우도 '단골성 민원'들이다.

제주지방경찰청이 올들어 10월 현재 접수한 112 신고 4만8986건 중 경찰관의 현장 출동이 필요하지 않은 민원성 전화는 전체의 35%인 1만713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4만5685건의 112 신고 중 1만6858(36.9%)건이 생활민원에 해당됐다.

▶문제점은 없나='코드 2'로 구분된 일반출동의 경우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단순 형사사건'이라는 막연함 때문이다. 가령 술자리에서 단순 폭행, 단순 말다툼의 민원성 신고가 112로 접수될 경우 '코드 2'로 분류됨으로써 최우선 출동에 이어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하지만 술자리에서의 사소한 다툼은 살인 등 강력사건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곤 한다. 다툼 상황이 긴박하더라도 '코드 1'과 같은 시간대에 민원이 접수될 경우 후순위로 밀려 출동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

자살기도자 예방에도 빈틈이 우려된다. 실제 최근 대전 대덕경찰서 신탄진지구대에서는 '여자가 울고 있다'는 민원성 112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살충제 농약을 마시고 신음중인 자살기도자(31)를 발견, 병원으로 긴급 후송해 목숨을 살렸다. 112 신고 대응체계가 개선돼 이같은 사례가 단순 민원인 '코드 3'으로 분류될 경우 자살기도자 예방에도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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