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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물드리네'가 전하는 말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입력 : 2009. 12.08. 00:00:00
감물로 대표되는 천연 염색
청도·나주의 적극 지원 주목
디자인·마케팅에 투자해야


지난달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감물염색 제품을 만난 기억이 있다. 경북 청도군의 특산품을 판매하는 행사장이었다. 청도군은 소싸움으로 귀익은 지명이다. 청도군 특산품으로 나온 게 감물염색 제품이었다. 청도군 사람들은 원피스, 주머니 등 낯익은 감물염색 제품을 펼쳐놓고 홍보했다.

2년전, '제주섬 문화유산 다시 읽기'를 통해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감물염색 제품은 더 이상 제주만의 브랜드가 아니다. 돌하르방처럼 갈옷으로 통칭되는 감물염색 제품들이 원조를 따지기가 어려울 만큼 여러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어서다.

전국 떫은 감 생산량의 30%를 맡고 있는 청도군은 일찌감치 감물 천연염색에 눈길을 돌렸다. 염색체험장 건립이나 염색기술 향상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감물염색 의상으로 꾸준히 패션쇼를 열며 청도군의 또다른 이미지를 알려나가고 있다.

이곳만이 아니다. 전남 나주시에는 천연염색문화관이 세워졌다. 2006년 문을 열었다. 나주시의 지원으로 전시, 교육, 연구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나주 천염염색 산업화를 위한 산·관·학·연 네트워크 구축을 목적으로 포럼을 여는 등 감물염색을 포함한 천연염색의 전망을 찾아가는 일에 적극적이다.

제주도는 일찍이 갈옷으로 대표되는 천연염색 제품을 생산해왔다. 언제부터 입었는지 기록이 정확치 않지만 갈옷은 1960년대까지 제주섬 사람들이 애용했던 노동복이자 생활복이었다. 갈옷은 제주도의 10대 문화상징중 하나다.

얼마전 제주시 한경면 낙천리에 있는 공방 '물드리네'가 제주시 도심에서 스카프 전시회를 가졌다. 물드리네가 창립한 이후 전시장으로 진출해 대중들과 가깝게 호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3일간 이루어진 짧은 전시였지만 관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고, 천연염색으로 빚은 문양과 빛깔에 반해 스카프를 구입한 이들도 많았다.

물드리네는 제주에서 생산되지 않던 쪽을 재배하고 있다. 제주 토종 풋감을 손수 구하기 위해 일일이 마을을 돌아다닌다. 제주풋감과 쪽을 중심으로 복합염 작업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제주 천연염색이 차별화된 제품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친환경을 내세우는 제주도는 천연염색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데 맞춤한 곳이다. '제주산 천연염색 제품'이란 공인된 문구만 달아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천연염색 공방에 대한 지원, 제품 디자인 개발,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컨설팅 등 천연염색을 제주의 문화사업으로 키우기 위한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물드리네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손으로 일일이 만들어낸 천연염색 제품이 제대로 평가를 받기 위해선 마케팅과 디자인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주도 천연염색 산업이 새로운 방향을 찾기 위해선 이 대목에 주목해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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