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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출입금지'떼고 오픈 스튜디오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입력 : 2010. 02.02. 00:00:00
서귀포시 창작스튜디오
개관 1년만에 시민 만남
작가· 관객 갈증 느껴져

주렁주렁 걸린 옷가지, 바닥에 오종종한 신발, 문이 활짝 열린 욕실. 이 풍경만 놓고 보면 여느 집과 크게 차이가 없을 것 같다. 거기서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캔버스 따위가 눈에 들어온다. 대롱대롱 매달린 붓도 보인다. 어느 방에서는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그림이 더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지난달 30일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관계자외 출입 금지' 안내문을 달았던 창작스튜디오가 이날 그 글귀를 떼어내고 방문객을 맞았다. 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 작품 전시를 겸해 지난달 29일부터 3일간 오픈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창작실을 외부에 공개하는 행사를 가진 거였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씨였지만 창작스튜디오를 드나드는 발길이 잦았다. 오픈 스튜디오는 이달 6일 한차례 더 치러진다.

도내 지자체가 운영하는 첫 창작스튜디오로 지난해 1월 문을 연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엔 현재 6명의 작가가 입주해있다. 정든 작업실을 떠나 이달 중순쯤 2기 입주 예정자들에게 방을 '빼줘야'하는 몇몇 작가의 얼굴에 여러 표정이 겹쳤다.

제주섬과 만나길 주저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어느 작가는 당분간 도내에 머물며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서귀포시 창작스튜디오가 단순히 작가들에게 작업실을 제공하는 일에 멈춰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던 이였다. 또다른 작가는 어느 곳에 작업실을 구할까 고민중이었다. 입주 연장 여부에 대한 서귀포시의 방침이 뒤늦게 결정난 탓이 컸다.

이 지면을 통해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에 대한 바람을 몇차례 밝힌 적이 있다. 그때마다 지역 작가를 몇할 선정하느냐보다 중요한 일이 운영 프로그램이라는 걸 써놓았다.

창작스튜디오가 '도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된다. 어느 공립미술관 관계자는 창작의 현장이나 유망 작가가 제주에서 퍼올린 작품만으로도 한 해 미술관을 가동할 수 있는 기획 프로그램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창작과정을 예술교육과 닿게 하고, 입주 작가 작품은 미술관 기획전의 하나로 내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창작스튜디오 운영에 대한 부러움이 섞인 말로 들렸다.

서귀포시는 이번에 오픈 스튜디오 등을 기획하면서 "올해부터는 작가 작업실 수준의 개념에서 벗어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명 작가 초청 세미나, 다양한 장르의 창작자들이 만나는 교류 프로그램, 지역 주민과 연계한 교육 등을 개발해 '작지만 파급력이 큰 문화생산의 새로운 터전'으로 창작스튜디오를 꾸려 나가겠다는 포부를 덧붙였다. 이들의 바람처럼 지난 1년의 1기 운영을 거울 삼아 2010년엔 작가와 관객의 목마름을 채워주는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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