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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소규모 어항 개발만 하면 뭐하나
어선 줄어드는데 어항은 '번드르르'
표성준 기자 sjpyo@hallailbo.co.kr
입력 : 2010. 03.15. 00:00:00

▲어선 감척사업을 벌이고 있는 서귀포시가 이에 반하는 소규모 어항개발을 무분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방파제 건설중인 하예포구. /사진=표성준기자

감척사업 추진하면서 포구 무분별 개발
4척뿐인 곳도 수십억 들여 방파제 건설

어업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수백억원이 투입돼 감척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반면 또 한편에서는 연안어선 구조조정을 위해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소규모 어항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어선이 없는 포구를 날로 키워만 가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로 예산 낭비는 물론이고 예산 집중 효과도 거두지 못한 채 모두 실패한 사업으로 귀결될 우려를 낳고 있다.

▶구조조정한 어항 개발=서귀포시지역에는 항만으로 분류되는 무역항(서귀항)과 연안항(화순·성산항)을 제외하고 모두 40개의 어항이 이용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서귀포시는 어업인 소득을 증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40개 어항 가운데 28개 정주어항 및 소규모어항을 대상으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어항개발 및 어항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은 대부분 방파제와 선착장 등을 건설하는 것으로 총 219억5100만원이 투입되고 있다. 현재까지 28개 중 11개 어항을 대상으로 60억여원이 투입돼 일부 사업이 진행됐으며, 나머지 17개 어항도 향후 159억여원을 투입해 개발 및 정비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소규모 어항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서귀포시는 8톤급 미만 연안어선을 대상으로 감척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239억1700만원을 들여 총 523척을 감척했으며, 올해도 19척을 감척하기 위해 7억3000만원을 폐업 지원금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문제는 감척사업과 어항 개발사업이 같은 시기에 동일한 어항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부 어항은 어선이 고작 2~5척만 정박해 사실상 존폐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50억원에 가까운 사업비가 투자돼 방파제 건설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실제 서귀포시 하예항은 3월 현재 등록어선이 4척에 불과하지만 50억원에 가까운 사업비가 투입되고 있으며, 등록어선이 2척뿐인 성산읍 신풍항과 태흥3리항은 물론이고 1척만 정박해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는 대정읍 동일항도 모두 개발 계획에 포함됐다.

▶난개발에다 예산 낭비까지=감척사업에 반하는 어항 개발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어선은 없는데 어항 규모만 커져가는 기형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귀포시는 "모순되는 문제점이 있어 어항 세력을 키워나가던 종전 개발사업에서 탈피해 관광과 어촌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마리나항을 개발해 해양레저스포츠가 활성화되면 레저용 배가 많이 늘어 결과적으로 어항 개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감척사업과 병행해 어항을 개발하면서 다시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업 타당성 분석도 없이 모든 어항을 마리나형태로 개발하면 난개발과 함께 예산이 분산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들조차 사업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마을에서는 "주민 소득을 창출하기 위한 마을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1년여에 걸쳐 주민들로 TF팀을 구성하고, 수십여차례 회의와 벤치마킹을 통해 기획안을 제출했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현실성 없는 소규모 어항 개발사업에 투입될 예산을 마을만들기 사업에 배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소규모 어항 개발은 방파제 건설에 집중하다 보니 1개 어항에 통상 10억원에서 40억여원까지의 막대한 사업비가 소요되고 있지만 각 마을에 지원되는 마을만들기 예산은 1억여원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 올해 역시 전체 마을만들기 사업 예산은 9억원으로 1개 소규모 어항 개발 사업비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14개마을이 신청해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주민들의 요구가 설득력 있게 들리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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