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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시대
[물의 시대](4)-②용천수 정비사업
원형 고려 않고 진행하거나 사후관리 제대로 안돼 문제
최태경 기자 tkchoi@hallailbo.co.kr
입력 : 2010. 04.15. 00:00:00

▲한림읍 수원리 해안가에 있는 용천수 돈짓물은 원형을 훼손하면서까지 정비한 대표적인 사례다. 위 사진은 정비하기 전 모습(발전연구원 박원배 연구원 제공)이며, 아래사진은 정비후 모습이다. 아래 오른쪽 사진은 정비된 용천수 구조물 안의 모습이다./사진=강경민기자

'안하니만 못한' 용천수 정비 사업 상당수
보호·이용시설 갖추고 지속적 정화 필요

제주의 생명수인 용천수에 대한 복원 및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자연환경이 훼손된 부분을 복원하고 정비해 동·식물의 서식환경을 보호하고, 해당 시설 이용객편의 제공 및 자연생태학습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자연환경보전이용시설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시는 지난해 중엄리 새물, 신창리, 쇠물정, 세화리 돈물통, 조천리 큰물, 신촌리 엉장물, 함덕리 알개물 등 6개소에 1억9800여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정비했다. 서귀포시의 경우도 대정읍 산이물, 동홍동 가시머리, 대천동 막은소 등 5개소에 5억5000만원을 투입해 복원활동을 펼쳤다.

올해의 경우 제주시가 2억4000만원을 투입해 애월읍 하물을 비롯해 한경면 금등리 비례물 등 8개소에 2억4000만원을 투입해 정비사업을 펼치고 있다. 서귀포시의 경우도 비슷한 금액의 사업비를 받은 상황이지만 올해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없다.

이처럼 용천수에 대한 복원 및 정비사업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지만 원형복원은 커녕 정비도 형식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안하니만 못한' 사업들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취재결과 드러났다.

▲협재해수욕장 내 용천수 주변이 정비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용천수 안이 쓰레기로 가득차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용연 머구낭물 샘물터의 모습으로 사람들이 바다에 빠질 것을 우려해 펜스를 치고 파란색의 고무 바닥을 깔아 정비했지만 주변경관과 어울리지 않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이상한 정비=용연 다리 인근 바다와 인접한 곳에 통물 샘물터와 머구낭물 샘물터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안내 표지판이 없으면 용천수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주변을 석벽으로 둘러치고 위를 막아 바닥을 까는 등의 정비를 해놓았지만, 원형복원은 고사하고 용연과 인근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통물 샘물터의 경우 주변을 석벽으로 쌓고 안으로 드나들 수 있도록 정비해 놓은 상태다. 주변은 음식점 야외 부지로 사용했었는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용천수의 수질은 안좋아 보였고, 옆으로는 오수로 보이는 듯한 물이 바다로 흘러들고 있어 주변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있었다.

통물 샘물터 바로 옆에 있는 머구낭물 샘물터는 상황이 더 심각해 보였다. 샘물터로 들어가는 비좁은 통로가 나 있었지만, 용천수 위를 모두 덮고 사람들이 오가면서 용연과 바다를 조망할 수 있게 정비해 놓은 상태다. 사람들이 바다에 빠질 것을 우려해 펜스를 치고 파란색의 고무 바닥을 깔았지만, 전혀 자연적인 미는 없었다. 또 용천수터라는 안내표지판만 있을뿐 용천수의 유래 등 자세한 설명이 없어 형식적으로 정비했다는 인상을 풍겼다.

이와 함께 한림읍 수원리 해안변에 있는 돈짓물의 경우 정비라고 해놓았지만 왜 이런 정비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원형복원은 커녕 주변경관과 구조물이 전혀 어울리지 않아 마을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상태다. 관리도 전혀 이뤄지지 않아 사람이 다칠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었다. 전형적인 원형 훼손사례다.

해안변에 위치하고 있는 돈짓물은 현재 한쪽은 돌담으로 둘러쌓인 예전 모습이고, 나머지 한쪽만 벽을 쌓고 구멍이 나있는 지붕을 덮어 정비한 상태다.

하지만 원형을 고려하지 않고 정비사업을 진행해 주민들로부터도 원성을 사고 있다. 또 용천수를 둘러싼 구조물 자체가 주위 환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고 있다.

특히 구조물 안으로 들어가 용천수의 상태를 확인한 결과 상당히 심각했다. 정비만 해놓고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탓인지 바닷물이 오가며 구조물 안은 온통 해조류로 가득차 바닥이 미끄러웠다. 사람이 드나들 경우 자칫 안전사고 발생 우려까지 낳고 있었다.

인근의 한 주민은 "도대체 왜 이런 정비를 해 놓았는지 모르겠다"며 "정비를 하려거든 주변과 잘 어울릴만한 구조물을 설치해야지 전혀 이상한 공사를 해 놔서 경관을 다 망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 주민은 "이곳은 밀물때는 바닷물이 들어와 사용하지 못하고, 썰물때도 지역 주민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며 "전형적인 혈세 낭비다. 예전 원형 모습 그대로가 훨씬 낫다"고 말했다. 특히 이 주민은 "얼마전에는 서울에서 온 사람이 무슨 구조물인지 궁금해 들어갔다가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져 뇌진탕으로 큰일 날뻔 했다"며 관리 실태를 꼬집기도 했다.

▶전문적 검토과정 거친 뒤 정비를=제주발전연구원 박원배 연구원은 용천수 정비 사업과 관련 주변경관을 고려한 전문적인 검토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원은 "제주의 생명수인 용천수를 보존하고 원형으로 복원하거나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긴 하지만, 모든 용천수를 돈을 들여 정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도내에 산재하고 있는 900여개의 용천수 중 꼭 보존해야 하거나 잘 정비해야 하는 곳을 선택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주변 경관을 배려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검토과정을 거친 후 보호·이용시설을 갖춰야 하고 보호시설을 설치할 때에는 용출지점의 원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 연구원은 "대다수의 용천수는 한시적으로 유지관리나 청소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여름철에는 청년회나 부녀회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정화활동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 시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며 지속적인 정화활동 전개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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