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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시골에 가서 지냈습니다. 책상머리만 지키던 손에 괭이와 호미를 들고 땅을 일구려니 쉴새 없이 땀이 이마를 흘러내리더군요. 그렇지만 무성한 잡초를 제거해 콩과 배추, 상추씨를 뿌리고 집우영을 정리하니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한결 뿌듯하더군요. 사실 잡초를 뽑고 나면 금방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잡초가 뒤에서 자라납니다. 한마디로 '도루묵'과 같은 일이지요. 요즘은 우리가 사는 세상도 그런 것이 아닌가 여겨지기도 합니다. 한 때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온갖 잡초들을 힘겹게 제거하고 그곳에 꽃씨를 심었지요. 사람들은 그 꽃을 민주니, 자유니, 통일이니 하는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그런 꽃들이 피어나는 것을 보며 제법 이웃들에게 자랑할 정도의 격조(格調)높은 삶의 터전을 일구었다는 자존감이 들기도 했지요. 그런데 갑자기 비바람이 불어오더니 꽃들이 맥없이 스러지고 어느새 우리가 가꾸던 뜰이 그야말로 쑥대밭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놀라움과 탄식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 요즘의 현상이지요. 사람들이 사는 세상도 자연의 이치와 다를 바 없지요. 누군가 그것을 지키고 깨끗이 치워내겠다는 자각(自覺)이 없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언제든 잡초밭으로 변한다는 평범한 이치 말입니다. 그래서 머지않아 장마가 오면 우리들의 삶과 그 터전은 어떻게 변할 지 걱정이 듭니다. 잡초를 뽑다가 문득 신구범 전 제주지사가 떠오르더군요. 그 분이 도지사로 재임시 도청 출입기자로 처음 만난 뒤부터 그 분을 존경해 왔습니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올곧게 제주의 미래를 열어나가려는 용기와 지혜로움, 그리고 그 분이 지향하는 세상에 공감 했지요. 그런데 그 분을 감옥으로 보내게 한 단초가 되었던 '은혜재단' 문제를 기사로 다룰 때는 담당 '데스크'로서 악연이 맺어지기도 했지요. 그 분이 옥고를 치를 때 마음 한 구석에 늘 미안함과 아쉬움을 갖고 살았던 것도 이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런 상황이 반복된다 해도 그게 인간적으로는 독배라고 할지라도 기자로서는 그것을 물리칠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그 분이 형집행 정지로 출옥했을 때 기대하는게 많았습니다. 그 분이 영어(囹圄) 기간 중에 자연치유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고, 그에 관한 운동을 펼칠 의향을 밝혔다는 풍문을 접하며 그러했지요. 그 소식을 들으며 야인생활을 할 때 청정유기농업을 몸소 일으키려하던 모습도 떠올라 더욱 기대가 컸지요. 그래서 역시 그분답다고 고개를 끄덕였지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특정인을 존경하며 따르는 것은 권력이나 부(富) 때문 만은 아니지요. 그것은 특정인의 언행이 일관성 있고 세상을 이롭게 하려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그를 닮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 분이 인터넷 카페를 차리고 '신구범이 세상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면 했지요. 그 것을 통해 제주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과 고민을 함께 나누며 제주의 인물들을 키우는 현자(賢者)나 제주의 큰 어른이 되기를 바랐던 것이지요. 그런데 최근 그 분이 보인 말씀과 행보는 너무나 많은 충격을 안겨줍니다. 어느 정파적 시각에서 다룰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그 언행이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제주의 뜰에 더 큰 갈등과 분열, 반목과 대립의 씨앗을 뿌리는 일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것이지요. 그것이 평소 그 분이 지향하던 가치관이라면 실망할 것도 없지요. 하지만, 많은 이들은 아직도 그 분의 참 모습은 그게 아니라고 믿고 싶은 것이지요. 그렇다면 맑고 향기로운 제주를 위해 뚝심있게 몇 걸음 더 이끌어야 할 분이 무엇 때문에 힘없이 주저 앉는 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신구범 전 지사님! 당신의 참 얼굴은 무엇입니까? <논설실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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