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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규칼럼
[강문규 칼럼]제주, 동북아 새 지표로 거듭날 때
입력 : 2010. 06.08. 00:00:00
지난 6·2지방선거 와중에서 매우 의미 심장한 기사가 스쳐갔다.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동북아 3국의 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한 '협력사무국'을 한국에서 설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이 사무국은 앞으로 10년간 3국이 지향해야 할 비전과 협력상을 담은 로드맵을 제시하기 위한 기구로 알려졌다. 이같은 뉴스가 전해지자 인천광역시는 상설사무국 유치에 적극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북아의 허브도시로서 유리한 지리적 여건을 살리자는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정이든, 어느 도지사 후보 진영이든 이에 관한 반응이 없었다. 이는 국제자유도시 건설을 지향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선장을 꿈꾸는 후보들의 비전과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제주사(史) 연구자들에 따르면 지금부터 1,300~1,400년 전인 7~8세기는 탐라국의 전성기였다. 그 당시 탐라는 한반도는 물론 중국의 당나라, 일본과 활발한 해상교역을 전개해 왔다. 대양을 항해할 수 있는 선박을 만들어 그 속에 탐라의 물산들을 싣고 연안국(도시)들과 교역하며 탐라국의 기초를 다져나갔다. 이같은 탐라인들의 왕성한 해상교역은 한·중·일을 잇는 지리적 여건과 지정학적 위치, 그리고 탐라인들의 대양을 향한 진취적 기질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러한 여건은 제주에 남겨진 표류·표착사를 볼 때 더욱 확연하다. 제주인들은 바다와 더불어 살아간다. 그러나 바다는 거칠고 바람은 사나워 툭하면 중국의 여러 도시와 일본, 유구국, 심지어 안남(베트남)으로 표류됐다. 이웃나라의 사람들도 적지 않게 제주에 표착했다. 그 때마다 이웃국가들은 표류·표착인들을 구조한 뒤 배를 만들어 그들의 고국으로 송환(送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매우 평화적이고 인도주의적인 해양 구난·구조의 제도를 공유했던 셈이다. 세계평화의 섬을 지향하는 제주특별자치도로서는 대단히 소중한 역사·문화적 유산이 아닐 수 없다.

이 것만이 아니다. 우리와 같은 기초·광역도시개념으로 본다면 한·중·일의 연안도시는 수백개에 이를 것이다. 하지만 비행거리로 본다면 불과 1~2시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이웃도시들이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해양문화가 공존한다는 사실이다. 제주의 해양문화는 어느 지역보다도 다채롭고 풍성하다. 이런 제주에서 한·중·일 연안도시들이 함께 벌이는 동북아 해양축제를 연다면 어떨까. 지역마다 안고 있는 해양자원의 이용과 보존을 위한 동북아 컨퍼런스도 함께 개최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러한 정책이야말로 제주가 이웃 도시들과 교류와 협력의 토대를 다지며 공동의 이익과 발전을 꾀하는 일이며, 나아가 한·중·일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대단히 중요한 작업이다. 대한민국에 한·중·일 협력사무국을 두기로 한 것은 중국과 일본의 주도권 다툼에서 완충(緩衝)·조정자로서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측면도 없지않다.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세계평화의 섬을 표방하는 제주야말로 협력사무국 설치에 가장 적지라고 볼 수 있다.

칼 맑스가 이야기 했던가. "사람 만이 유일하게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새로운 역사라는 것도 결국 과거로부터 쌓여온 굴레와 무관하게 새로운 역사가 창조될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그렇다. 제주에는 그런 역사와 문화가 있다. 동북아 선원들이 서로 어려울 때 도움을 주었던 인도주의정신과 서로 공존하는 해양문화가 있다. 더구나 제주섬은 이들 국가의 선원들이 항해할 때 언제나 그들의 지표가 되어왔다. 이제 제주도는 동북아시대의 새로운 지표로 거듭나야 할 때다. 우 근민 당선자의 관심을 촉구한다.<논 설 실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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