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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공 월드컵이 개막된지 어느덧 10여일이 흘렀다. 예선전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이변이 속출하며 희비가 엇갈리고 흥미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리스전에서 기분 좋게 승리를 거두었던 대한민국 대표팀은 아르헨티나에 패했지만 아직 16강으로 가는 기회는 남아 있다. 내일 새벽 열리는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전국은 축배의 소리로 진동할 것이다. 이번 월드컵 중계방송을 보며 또 하나 흥미를 끄는 것이 있다. 경기에 앞서 연주와 함께 자막으로 뜨는 각국의 국가(國歌) 내용이다. 이들 가사를 보며 5대양 6대주로 나눠진 지구촌답게 세계 각국의 풍토와 역사·문화, 지향점 또한 다양한 빛깔을 갖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전차군단' 독일의 국가는 '일치단결, 권리, 자유/ 내 조국 독일을 위해 구하며 몸과 마음 합쳐서/ 형제답게 애쓰세/ 일치단결, 권리, 자유/ 이는 행복의 보증/ 그 행복 빛나는 곳에 / 꽃피어 번영하라, 내 조국 통일'로 구성돼 있다. 지극히 모범적인 시민정신을 고양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당초 3절로 이루어진 독일국가는 1945년까지 쓰이다 1절은 나치의 팽창주의를 정당화하고, 2절은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이라는 이유로 지금은 3절만 불리우고 있다고 한다. 나치시대의 굴곡진 역사가 국가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국가인 '라마르세예즈'는 1879년 4월 혁명 당시 불려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은 이 보다 훨씬 전인 1792년 프랑스가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했다는 소식을 들은 한 공병장교가 하룻밤 사이에 가사와 멜로디를 썼다고 전해진다. '일어서라 조국의 젊은이들/ 영광의 날은 왔다. 자아 진군이다/ 놈들의 더러운 피를 밭에다 뿌리자'로 되어 있다. 섬뜩한 가사지만 밝은 선율(旋律) 때문에 그 후 급속도로 국민들 사이에 불리어지며 국가로 채택됐다. 이탈리아는 로마제국의 후예답게 카르타고 전쟁의 영웅에서부터 로마정을 지켜낸 장수들의 용맹을 들먹이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우리는 짓밟혔고, 조롱당했네/ 한민족이 아니었기에, 갈라졌기에/ 하나의 깃발아래 뭉치자, 하나의 깃발아래/ 통일의 종소리는 울렸네/ (로마의) 보병대처럼 전장에서 뭉치자/ 죽을 준비가 되었네/ 조국이 우리를 부른다'(5절 중 2절). 세계를 주름잡던 이탈리아였지만 그 이면에는 이민족의 침탈과 수모를 겪었던 얼룩진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 나라의 국가에 비해 남미(南美) 칠레의 그것은 매우 아름답고 고상하다. '칠레여, 그대의 하늘은 참으로 푸르고/ 잔잔한 실바람이 주위를 스쳐지나는구나/ (중략)/ 아, 조국이여, 칠레는 맹세했느니/ 그대의 제단 앞에 이렇게 맹세했느니/ 자유인의 무덤이 되리라/ 아니면 탄압받는 이들의 피난처가 되리라.' 스페인의 지배를 받다 1819년 독립선언하며 만들어진 이 노래는 압제를 딛고 고결한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칠레 국민들의 굳센 다짐이 느껴진다. 가나 국가는 또 어떤가. '(전략) 자유와 권리의 근본인/ 우리의 마음을 겸손으로 채우게 하사/ 우리가 두려워 하지 않는 정직을 소중히 여기게 하소서/ 그리고 우리가 압제자의 지배에 맞서게 도와주소서 / 항상 의지를 영원케 하소서.' 오랫동안 서구열강의 압제에 시달렸으면서도 이를 초연히 극복해 온 아프리카인들의 정신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우리의 애국가는 이들 국가의 가사와 어떻게 다르며, 그 속에 어떤 정신과 지향점을 담고 있는가. 이를 곱씹어 보며 다른 나라들을 떠올려 본다면 그것도 월드컵이 주는 망외(望外)의 소득이 아닐까 싶다.<논설실장> ※'오피니언'면의 외부필자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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