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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문화유산을 찾아서
[해양문화유산을 찾아서-8](2)소금밭-②염전을 복원하는 사람들
염전터 갈대숲 너머 '날외소금밭' 수십년만에 되살려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입력 : 2010. 06.25. 00:00:00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1리에 복원된 '날외소금밭'. 마을 노인회에서 옛 기억을 되살리며 만들어 놓은 소금막과 물통 등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이승철기자

행정 지원받아 동일리 염전 활용 체험마을사업
마을 노인회 주축… "장마 끝나 소금 생산 계획"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의 대정서초등학교 앞쪽에 펼쳐진 너른 바다. 썰물이면 소라, 성게 등 바닷생물이 훤하게 드러나 마을 사람들이 그것들을 맨 손으로 잡는다는 그곳에 염전이 있다. 과거형이 아니다. 지금, 그 바다에 염전이 있다. 마을의 노인들이 수십년간 기능을 잃었던 염전을 복원하는 작업에 나섰다.

▶100여년전 생산량 다른 지역 앞서

대정읍 동일리는 일과리에서 분리된 마을이다. 일과리의 옛 이름은 '날외'나 '날래'로 불렸는데, 흔히 그곳의 염전을 지칭하는 이름 역시 '날외소금밭'이다. 동일리에서 만난 주민들은 동일리 소금밭도 그렇게 불렀다.

▲갈대밭으로 변한 동일1리 복원 소금밭 인근의 염전터. 기능잃은 염전은 대개 그렇게 사라졌다.

조선총독부농상공부편찬의 '한국수산지 제3집'(1910) 제주도편에 따르면 서일과·동일과의 염전 면적이 제주지역중에서 꽤 넓은 편인데다 연간 생산량도 평균치를 훨씬 웃돈다. 서일과의 경우 100여년전쯤 연 12톤을 생산해냈고, 동일과는 16톤을 거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수산지'에 기록된 23곳의 염전중 두 지역보다 연간 생산량이 많은 지역은 구엄, 두모, 종달, 시흥, 지금의 남원읍에 속하는 보한 등 몇몇 마을에 불과하다.

조선총독부는 제주지역 염전을 조사하면서 "전도 가는 곳마다 다소의 염전이 없는 곳이 없으며 그중 가장 넓고 완전한 곳은 종달리며 이에 버금가는 것이 시흥, 두모, 일과, 귀덕 등이다"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해놓았다.

동일1리는 2007년 서귀포시 자립형 마을육성 사업중 한 곳으로 선정되면서 소금밭 복원을 추진했다. '소금밭 체험관광마을'로 지역주민 스스로 소득을 끌어내보자는 취지였다. 염전에 얽힌 경험이 있는 마을 노인들이 사업을 맡았다.

▶바닷물 뿌리며 소금 모래 만들어

옛 염전은 지금의 동일~일과리 일대에 드넓게 자리했는데 마을에서는 이용객들의 접근을 고려해 대정서초등학교 앞바다를 복원 사업 부지로 정했다.

이 지역의 노인들은 2008년부터 농한기를 이용해 가마솥에서 소금을 만들던 소금막을 짓고, 염수를 저장할 수 있는 물통을 제작했다. 허벅, 산태(긴 채 두 개 사이에 가운데만 가로장을 띄엄띄엄 박아 들것처럼 만든 도구), 당그네(고무래) 등 소금 생산에 필요한 각종 민구류도 수집하고 사들였다. 버려졌던 염전터를 정돈해 실제 소금을 만들어낼 수 있는 600㎡ 가량의 소금밭을 복원하기도 했다.

동일리에선 모래에 바닷물을 뿌리는 방식으로 소금을 만들어왔다. 복원된 소금밭은 염전터에 진흙을 깐 뒤 그 위에 모래를 덮었다. 모래위에 바닷물을 뿌리고 말리기를 반복하면 하얀 소금기가 생겨난다. 그것을 거둬들여 바닷물로 씻어내는 방식으로 염수를 뽑아낸다. 염수의 불순물이 가라앉은 뒤 가마솥에 넣어 5~6시간 불을 때고 졸이면 소금알갱이가 나온다.

마을에서는 아직 복원된 염전에서 소금을 생산하지 못했다. 염수를 만드는 단계까지 시연이 이루어졌다. 2009년말 복원 공사를 마무리지을 예정이었지만 사업이 미뤄지면서 소금 생산도 늦춰졌다.

최근 동일리 소금밭 복원 현장을 찾았더니 염전은 비닐로 덮여있었다. 주변엔 주인없는 집 뜰인 양 풀이 높게 자랐다. 문공일 노인회장은 "밭농사로 바쁜 시기라 작업이 잠시 중단되었다"면서 "장마철이 끝나는 8월쯤 소금 생산을 시도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정서초등학교 부근엔 무성한 갈대밭이 있다. 문공일 회장의 기억에 따르면 그곳도 염전이었다. 그는 어렵사리 살아난 마을의 염전이 그렇게 갈대밭처럼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비쳤다. 머잖아 '날외소금'을 맛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소금밭 제자리 찾으면 해양관광코스 개발을"

문공일 동일1리 노인회장

"소금 생산이 늦어지고 있어 안타깝네요. 요즘은 마늘농사로 바빠서 염전 돌보는 일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만 지나면 다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염전 작업을 할 겁니다."

교직에 몸담았던 문공일(74) 대정읍 동일1리 노인회장은 염전 복원 과정을 담은 사진을 꺼내 보였다. 비교적 고령인 마을 주민들이 초가 모양의 집을 짓고 지붕을 잇고 있었다. 모래에 바닷물을 뿌리는 장면도 사진에 담겼다.

문 회장은 중학교 시절까지 소금밭을 다녔던 기억이 있다. 들것인 '산태'를 이용해 염수를 날랐던 일이며, 소금을 소에 싣고 팔러나가던 일 등을 이야기했다. 그와 비슷한 경험을 안고 있는 마을 노인들은 바닷물이 뿌려진 모래를 긁어모으거나 펼 때 쓰는 '당그네'를 직접 만들고, 가마솥 불때기용 땔감나무를 구해왔다. 가로2m쯤 되는 사각형 가마솥은 동네 철물점에서 제작됐다. 마을 노인들은 옛 기억을 되살려내며 그렇게 염전을 복원했다.

"이번 사업이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소금을 생산해서 성분을 분석하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청정 지역에서 생산되는 소금이라는 점을 알리고 관광객들이 체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이같은 과정을 거쳐 복원된 염전에서 만들어진 소금을 다양한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동네 어른들에게 종종 '날외소금'을 치약으로 써도 좋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노인회에서 소금 생산까지 시연하면 이후엔 마을에서 소금밭체험마을 운영위원회 등을 구성해서 염전 활성화에 힘썼으면 좋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노인회관 한켠에 날외소금밭 전시관을 조성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그는 이번에 복원된 소금밭이 제자리를 찾으면 동일리 해양관광코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말을 덧붙였다. 소금밭 인근에 썰물 때 바닷생물이 잡히는 해안가 암반 지역, 원담(돌그물)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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