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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 명소
[우리마을명소]북촌리/다려도
어디선가 본 듯한 한 폭의 수채화가 눈 앞에 펼쳐진다
최태경 기자 tkchoi@hallailbo.co.kr
입력 : 2010. 06.26. 00:00:00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는 4·3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조용한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다려도·서우봉·북촌환해장성, 옛 등대터, 선사주거지 유적터 등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숨겨진 마을 명소들과 돌하르방공원 등 관광지도 들어서 있다. 사진은 서우봉에서 바라본 북촌리와 다려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북촌리 숨은 비경 다려도
서우봉산책로·환해장성·등대터 등 마을명소 가득

제주시 함덕과 김녕 사이 일주도로를 오갈 때 무심코 바다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 들어오는 풍광이 있다.

푸른 바다 위에 정자가 떠있다. 아니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섬에 정자가 있다. 마치 신선들이나 놀고 갈법한, 일반인들은 감히 범접도 할 수 없을 만큼 뭔가 특별함이 느껴진다. 육지와 연결이 안된 작은 바위섬에 정자만 덩그러니 있는 모습이 꼭 한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의 명소 다려도다. 섬의 모습이 물개를 닮았다고 해서 달서도(獺嶼道)라고도 한다. 북촌리 마을 해안에서 400m 정도 거리의 앞바다에 떠있는 무인도. 온통 현무암으로 이뤄진 바위섬에는 3~4개의 또 작은 섬이 모여 이 섬을 이뤘다. 거센 파도와 해풍으로 바위가 갈라지는 절리현상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원앙의 집단 도래지로 유명한 다려도는 매년 12월에서 2월 사이 많게는 수천 마리의 원앙이 찾아든다. 바다 낚시터로도 알려져 있지만 지금은 어장 보호를 위해 낚시를 금하고 있다. 섬 위의 정자는 40여년 전 마을에서 관광객들을 위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해안가에서 다려도와 함께하는 일몰이 끝내준다.

▲북촌리 포구에 있는 옛등대터.

섬에 가고 싶은 이는 북촌리 포구에서 고기잡이배를 타고 가면 된다. 어선주협회를 찾아 배삯(왕복 7000원)을 내면 된다.

조용한 마을 북촌리에는 마을 명소가 많다.

서우봉해변에서 시작해 해동마을까지 이어지는 산책로, 북촌리포구, 북촌리 환해장성터 등 해안가를 돌아 다시 도로변으로 나와 4·3유적지 너븐숭이, 선사주거지 유적과 돌하르방공원까지 특별한 여행코스가 이어진다.

함덕해수욕장 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서우봉은 해발 113m인 기생화산이다. 동쪽 바다를 바라보는 조망이 특히 뛰어나 서우봉일출제가 열리기도 한다. 역사적으로는 진도에서 거제로 피신해온 삼별초군이 마지막으로 저항했던 곳으로 김방경 장군과 삼별초군의 전투가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서우봉에는 일본군이 만들어 놓은 진지동굴도 있다.

서우봉해변에서 서우봉 정상을 타고 해동마을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또하나의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북촌리 환해장성터.

해동마을로 내려와 마을길과 해안을 따라 걷다보면 원형이 훼손됐지만 우리눈에 익숙한 돌담이 나온다. 환해장성터다.

환해장성은 북촌리 포구를 지나 마을 동쪽 끝부분에도 보인다. 제주도기념물 제49-5호로 지정된 북촌 환해장성(環海長城). 제주도 해안선 300여리(120km)에 쌓여진 석성을 말한다. 삼별초군이 제주로 들어가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고려조정이 영압부사 김수와 고여림 장군을 보내어 쌓은 것이 시초다. 환해장성은 그 이후 왜구 침입이 심했던 고려말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계속적으로 보수·정비가 이뤄졌다. 현재 성벽이 남아있는 곳으로는 온평리, 행원리, 한동리, 동복리, 북촌리, 애월리, 고내리 등 14곳이 있다. 김상헌이 지은 '남사록'에는 환해장성을 두고 '탐라의 만리장성'이라 부르기도 한다.

북촌리 포구에서는 다려도를 조망하는 재미 말고도 지금도 마을풍어제를 지내고 있는 신당과 오래전 마을주민들이 직접 만든 등대터를 볼 수 있다. 북촌등명대는 속칭 '도대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바다에 나간 고기잡이배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하기 위해 1915년 마을사람들이 세웠다. 처음에는 송진이 많이 엉긴 소나무로, 나중에는 석유로 불을 밝혔다고 한다. 등대위에 건립연도를 알리는 표석이 있다.

4·3 역사 간직한 북촌리

북촌리는 4·3으로 인한 역사적 상처가 고스란히 간직된 곳이기도 하다. 330여호 1500여명의 마을 인구 중 500여명이 토벌대의 보복학살로 희생돼 리 단위로는 최대의 피해마을로 기록되고 있다.

북촌초등학교 인근 4·3유적지 너븐숭이는 제주4·3사태 때 무장대의 기습에 의해 군인 2명이 사망한 사건을 발단으로 같은 날인 섣달 열아흐레 날에 군 토벌대에 의한 대학살이 벌어진 참사의 현장이다. 주민들이 밭일을 하다가 돌아올 때 쉬어가던 넓은 팡이 있어 '너븐숭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애기무덤 20여기가 모여 있다.

▲조천읍 북촌리 북촌초등학교 인근 너븐숭이 위령성지.

북촌리에서는 1948년(음)11월16일 청년민보단원 23명이 낸시빌레에서 집단 희생됐으며, 1948년(음)12월19일에는 군인 2명의 피살에 대한 보복으로 온 마을이 불질러지고 마을주민 300여명이 일시에 목숨을 잃었다.

이곳에는 2007년 정부의 지원으로 북촌리 4·3희생자원혼 위령제단과 북촌 4·3기념관, 그리고 북촌리 사태를 소재로 해 쓰여진 현기영 의 소설 '순이삼촌'의 문학비가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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