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주말에 만나는 詩
[주말에 만나는 詩]
입력 : 2010. 07.03. 00:00:00
지난밤 꿈에

김 아무개

유劉 아무개가 보여서



소식을 알아보니

그 친구들 이미 저 세상 간 친구들이네.



이승과

저승이라

안부 전할 길이 막연하구나.



죽은 사람

더러 꿈에 보이기는 하지만

살아서 다 하지 못한 일

버리고 가면 그만인 일을



혹여

저승 가서도

이승 미련을 못 버려 떠돌고 있기라도 하나.



살아 있으나 죽어나

모두가 다 부질없는 일

청산에 떠가는 한 조각 흰 구름인데.

- 성종화의 '유명幽明' 전문



한 권의 시집을 증정 받고 나는 깜짝 놀랐다. 50여 년 전에 『학원』이라는 중고교학생 잡지에 시를 발표하던 전주고교 학생 시인이던 성종화가 10대에 절필했다. 그는 50년도 더 지나 처녀시집을 발간하고 내게 그 시집을 보내온 것이다. 그는 그때 이미 시인이었다. 외국의 경우 10대에 빼어난 시를 쓴 시인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프랑스만 해도 말라르메, 베를렌, 랭보, 발레리 등이 그들이다. '꽃 지는 마을에 서러운 전설이 진다', '절' 같은 빼어난 시를 쓴 성종화와 오현고에 다니던 나는 문우였다. 편지를 주고받았다. 고교 졸업 후 서로를 잊고 살았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도 절필했기 때문에 서로를 잊었던 것일까? 그런데 요즘 내 낡은 기억의 한 녘을 허물고 고교시절을 그가 깨워낸다.

이 시집에 실려 있는 이 시는 문득 보들레르의 산문시 '이방인'을 생각나게도 한다. '그대는 누구를 가장 사랑하는가?'에 대한 마지막 대귀는 이러하다. '나는 구름들을 사랑하지요.(……) 저 찬란한 구름들!'(졸역). 어쨌거나 인간의 삶이란 70년을 더 살았어도 '허무'하다고, '살아 있으나 죽어나/모두가 다 부질없는 일/청산에 떠가는 한 조각 구름인데.' 하고 노래하는 시인 성종화의 절창은 삶과 죽음을 초월해 있다.

< 문충성 (시인)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