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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어사전에는 시정잡배(市井雜輩)를 '펀둥펀둥 놀면서 방탕한 생활을 하며 시중에 떠돌아 다니는 점잖지 못한 무리'라고 풀이하고 있다. 원래는 저잣거리에서 온갖 모양의 그릇들이 정사(政事)를 이야기한다는 뜻의 시정잡배(市井雜盃)에서 유래했다. 높은 관직에 있는 나랏님들이 범부들의 생각과 언행에 대해 한마디로 무지렁이와 같은 백성들이 무슨 나랏일을 알겠느냐며 일갈했던 말인 것이다. 며칠 전 몇몇 지인들과 주막에 시장의 그릇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도정을 논했다. 입심 좋은 후배가 먼저 전·현직 도지사들에 관해 삼국지 주인공들과 비교하며 품평했다. A지사는 지략과 용맹을 갖추고 있으나 덕이 부족하고, B지사는 군주로 일세를 풍미하기 보다 스스로 공직사회의 수장에 머물렀다고 했다. 지방선거에 도지사 후보로 나섰던 C씨는 제법 유비의 덕과 장비의 용맹을 갖춘듯 하지만 세상을 경륜하려면 앞으로 더 많은 절차탁마가 필요하다고 훈수했다. 그러면 우근민 도지사는 어떤가. 우 지사는 덕을 갖추고 있다고 보았다.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상대방의 말을 기억하기 위해 노트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남들과의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기 원치 않지만 승부욕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그래서 용맹심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취약점도 있다고 평했다. 제주 지역과 도민들을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이끌려면 지략이 필요한데 주변에 제갈공명과 같은 책사들이 포진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삼고초려하며 젊고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려는 모습도 보이지 않으니 우도정에 큰 변화와 성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 지사와 그 주변 인물들이 듣는다면 그야말로 시정잡배들의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있다. 선거 때 캠프에 포진해 있던 유능한 인물들이 얼마나 많은 지를 모르고 제멋대로 지꺼리는 저잣거리의 취중 잡담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더구나 다섯번의 선거를 치렀고, 4번째 도지사직을 차지한 경력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범부들에게 역정을 내도 크게 탓할 일은 아니다. 사실이 그렇다면 우 도정은 그런 책사들이 많음을 정책으로 보일 일이다. 그럼에도 잡배(雜盃)들의 품평은 여전히 기억속에 똬리를 틀고 있다. 도정이 출범했지만 본격적으로 엔진이 가동 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도정이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니다. 신문지상에도 상습수해지역 점검이나 강정마을 주민들이나 환경미화원들과의 만남과 같은 우지사의 동정이 실리고 있다. 공무원들에게도 아이디어나 도정 제언과 같은 것을 제출토록 지시도 했다. 이러한 행보도 필요 하지만 더 중요한게 있다. '세계는 제주로, 제주는 세계로'가 도정이 가야 할 방향이라면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과 실행계획이 제시돼야 한다. 인공위성이 대기권에 진입하려면 추진 로켓을 단계별로 떨어뜨리며 스스로 무게를 감량해야 한다. 도정도 마찬가지다. 우근민 후보를 도지사로 당선시켰다면 발사체인 선거캠프를 해체하고, 모든 역량을 도정의 본궤도에 진입하는데 쏟아야 한다. 더구나 우지사는 차기선거를 접었다고 밝히지 않았던가. 도지사가 모든 것을 지휘하고 직접 해결에 나서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도정의 핵심과제 몇가지만 챙기고 나머지 권한과 책임은 부지사나 실국장들, 행정시장 등에 과감히 넘겨 그들이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일은 끊임 없이 외부 전문가들의 지혜를 빌리는 일이다. 그럴려면 선거캠프 만이 아니라 도내·외의 책사(策士)들과 폭넓은 만남과 대화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제주의 현재와 미래를 경영할 제갈공명들을 거느릴 수 있다. <논설실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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