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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규칼럼
[강문규 칼럼]'제주의 江'은 지하로 흐른다
입력 : 2010. 07.27. 00:00:00
제주의 하천은 어떤 존재인가. 통수기능에 만 절대적 가치를 갖고 있는가. 그래서 물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는 명분이면 마음껏 깨고 부셔도 될 대상인가. 요즘 도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행정기관의 하천정비사업을 보며, 또한 언론과 시민단체의 집단적인 침묵을 보며 가끔 서글픔과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10여년 전 '한라산대탐사'를 벌일 때 '제주생명의 원류/ 하천과 계곡'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하천은 제주말로 '내창'이라고 한다. '내(川)'이면서도 평시에는'창(밑바닥)'이 보이는 하천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제주선인들도 물이 흐르지 않는 '내창'을 보며 마음 한구석에 늘 아쉬운 생각을 갖고 살았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창'을 지극히 소중히 여기며 살았다. 때때로 큰비가 오고 내가 치면 용암으로 형성된 내창 위에는 곳곳에 소(沼)가 생겨났고, 마을 사람들에게 생명의 원천이 되었다. 그곳의 물은 사람과 마소들의 음용수가 되었고, 목욕과 빨래터로도 이용됐다. 어디 그뿐이랴. 동·식물에게는 종(種)을 퍼뜨리는 생명의 터전이자 피난처이기도 했다.

그런 '내창'이 개발시대에 접어들며 갑자기 천대를 받기 시작했다. 수도가 보급되고 하수구를 '내창'으로 연결해 시궁창을 만들더니 그곳에서 풍기는 냄새가 역겹고 보기 흉하다며 매립하거나 복개에 나섰다. 지금은 걷어냈지만 산지천이 그랬고, 병문천을 비롯한 크고 작은 줄기의 하천들도 그렇게 콘크리트로 덮혀버렸다. 그렇게 '내창'은 야멸찬 대우를 받아도 되는가. '내창'의 효용은 이제 끝이 난 건가. 아니다.

어느 시인은 '제주의 강은 지하로 흐른다'고 했다. 시인다운 놀라운 직관력이며 언어다. 사실 한라산에 내린 엄청난 양의 강우는 지하로 복류(伏流)한 뒤 바닷가에 이르러 용출한다. 그래서 하천에 버린 하수들은 언젠가 지하수와 섞이며 다시 우리에게 다가 올 지도 모른다. 물 부족시대의 도래도 우려를 안겨준다. 그 때 물을 담지 못하는 그릇인 '내창'을 보며 후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 그래서 선인들은 일찌기 경고했다. '네가 마시던 우물에 침을 뱉지 마라, 훗날 다시 돌아와 반드시 그 물을 마시게 될 터이니'라고 말이다.

맑고 깨끗한 용수확보 만이 문제는 아니다. '하천과 계곡탐사'에 나섰던 기억과 체험을 빌어 말한다면 '내창'은 제주관광의 '블루오션'과 같은 존재다. 육지부의 하천은 발원지에서 바다까지 탐사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제주의 하천은 가능하다. 물이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하천과 계곡은 저마다의 독특한 얼굴과 개성을 갖고 있다. 머지 않아 제주를 찾는 이들은 제주의 숨겨진 내면을 보고 싶어 할 것이다. 그리고 모험과 스릴을 즐기며 다양한 경관과 지질, 생태자원을 거느린 '내창'에 탄성을 지르게 될 것이다. 의구심이 든다면 불과 2~3년 전만 해도 '제주올레'가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예감했던 가를 떠올려 볼 일이다.

그러나 하천은 행정기관에 의해 하루가 다르게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도지사는 교체되고 정책은 바뀌어도 '내창 부수기' 하나는 일관성(?)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 마치 역사적 사명을 갖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여기에는 토목건설업계의 요구와 재해방지라는 절묘한 명분이 깔려 있다. 언론과 시민단체도 다르지 않다. '세계지질공원' 지정에는 호응하면서도 용암분출로 형성된 지질자원의 보고인 하천 파괴는 애써 외면하고있다. 그래서 '4대강 살리기' 구호는 들리는데 '제주의 강'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그렇게 블루오션인 '제주의 강'은 처참하게 파괴되고 있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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