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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 명소
[우리마을명소]제주시/도두동
온 세상 안은 키작은 오름과 숨겨진 비경 곳곳에 가득
표성준 기자 sjpyo@hallailbo.co.kr
입력 : 2010. 07.31. 00:00:00

▲제주시 도두봉 산책로 모습

망망대해 맞선 도두봉 정상 문전성시
온몸 오그라들게 만드는 용천수 인기
마을 난제 항공기소음도 관광상품화

"등잔 밑은 어둡다. 등잔은 허리를 구부릴 수 없지만 우리는 허리를 구부릴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숨겨진 비경을 찾아 먼 곳만 다니다 제주시 도두동으로 눈길을 돌렸더니 새삼 떠오른 어느 작가의 말이다.

도두동은 제주시 동지역 중 인구수가 가장 적어 미니동으로 불린다. 공유수면 매립 이후 펜션과 민박 등이 들어서고, 여기에 60세대 규모의 아파트도 건설돼 인구가 소폭 늘긴 했지만 여전히 2700여명 수준이다. 그러나 무더위와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7월말 찾은 도두동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알게 모르게 도두동은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쉴거리, 먹을거리로 가득한 명소로 자리잡고 있었다.

▲도두동 오래물을 맞는 어린이들.

▶뼛속까지 시원한 용천수=도두동은 수량이 풍성한 용천수로 유명하다. 특히 이곳의 용천수는 암석의 틈을 통해 솟아나는지라 한여름에도 16~18도를 유지한다. 포구 어귀의 '오래물'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크고 차가워 한 여름철엔 늘 인파로 북적인다. 한 번 들어갔다 오면 3~4시간 정도는 더위를 잊을 수 있다. 고영율 도두1동마을회장의 자랑이다. "지하수가 암반을 통해 나오기 때문에 무더위에도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데 땀띠로 고생하는 사람도 3분 정도만 물 속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땀띠가 말끔히 사라져요." 아무리 더운 여름철에도 물 속에서 2분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다. 한창 붐빌 때는 하루 1000명 이상이 찾기도 한다. 1000원의 요금을 받는데 관리비와 사회봉사활동을 위한 용도로 사용된다. '오래물' 북쪽으로 '마구물'이 인접해 있고, 마을회관 남쪽에는 '생이물'도 자리잡고 있다.

▲바다에서 바라본 도두봉 모습

▶바다 위에 뜬 도두봉=해발 67m에 불과하지만 아름다운 경관을 만끽할 수 있는 오름으로 공항에서 자동차를 타고 7분 정도 내달으면 닿을 수 있어 최근에는 관광객과 수학여행단이 즐겨찾고 있다. 정상에 올라가 북쪽으로 돌아서면 끝없이 펼쳐질 것만 같은 망망대해 위에 맑은 날엔 사수도와 관탈섬, 추자도까지 볼 수 있다. 남쪽으로는 멀리 한라산 정상이 모습을 드러내고, 눈 앞에는 제주시가지, 코 앞에는 제주국제공항 활주로가 가시거리에 들어온다. 소음으로 도두동 주민들에게 오랜 시간 고통을 안겨준 항공기도 이 오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신기한 볼거리다. 평상시에는 하루 70~80회, 성수기에는 350~360회 정도 비행기 이착륙이 진행되는데 그 자체가 관광상품이 되고 있다. 그래서 도두봉에 오른 관광객들은 도두봉 정상을 태평양 바다 위에 떠 있는 항공모함 조타실이라고 표현한다. 제주시가 사유지를 매입해 자연공원으로 조성 중인데 지난해 산책로가 완공돼 접근성이 한결 나아졌다.

▲도두봉에서 내려다본 도두포구 전경

▶아기자기한 볼거리=도두항은 동방파제와 서방파제로 나뉘는데 추억의 거리로 조성된 서방파제를 찾는 발길도 늘고 있다. 굴렁쇠 굴리기와 제기차기, 고무줄놀이, 팽이치기, 말타기 등 추억의 놀이를 재현한 조각품은 사진촬영장소로 제격이다. 어촌계사무실과 수산물판매센터를 오가는 어촌계원들의 편의를 위해 포구에 건설한 물고기육교도 이색적이다. 포구에는 요트계류장이 설치됐으며, 카약도 즐길 수 있다. 매립지를 중심으로 민박과 펜션이 20여채 정도 있으며, 횟집 등 음식점도 많아 관광객들로 유동인구가 늘어 아침에는 제법 시끌벅적인다. 과거 공항과 하수처리장 문제로 시끄러워 거칠고 센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인식됐던 곳이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조그만 어촌마을 도두동이 도약하는 모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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