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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 ] ※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가) 삼대(三代)* 이후로 세상에는 자신의 생명을 외적인 대상과 바꾸지 않은 사람이 없다. 소인(小人)은 재물을 얻기 위해 제 몸을 희생하고, 사(士)는 명예를 얻기 위해 제 몸을 희생하고, 대부(大夫)는 영지(家)를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하고, 천자(聖人)는 천하를 위해 제 몸을 희생한다. 이 여러 부류의 사람들은 하는 일이 다르고 명성의 정도도 달랐지만 생명을 손상시키면서 제 몸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다. 백이(伯夷)는 이름을 위해 수양산 아래서 죽었고 도척(盜?)은 재물을 위해 동롱산 위에서 죽었다. 이 두 사람이 죽은 곳(혹은 추구한 것)은 달랐지만 생명을 해치고 본성을 손상한 점에서는 둘 다 같다. 어떻게 백이는 옳고 도척은 그르다고 할 수 있겠는가? 세상 사람들은 모두 무엇인가를 위해 희생한다. 그런데 인의(仁義)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세속에서 군자라 하고, 희생의 대상이 재화일 경우 세속에서는 그를 소인이라고 부른다. 두 종류 모두 제 몸을 희생한다는 점에서는 같음에도 불구하고 군자가 있고 소인이 있는 것이다. 생명을 해치고 본성을 손상한다는 점에서 도척 또한 백이와 같을 뿐이다. (나) "표범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중국의 선철(先哲) 왕언장(王彦章)의 말이다. 동물의 가죽 중에서 가장 선명하고 가장 아름다운 것은 표범의 가죽이다. 인간은 죽어서 무엇을 남기는가. 자기의 이름을 남긴다. 더러운 이름은 오명이요, 추한 이름은 추명이요, 악한 이름은 악명이요, 허망한 이름은 허명이다. 세상에 이런 이름을 남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아름다운 이름은 미명이요, 고귀한 이름은 고명이요, 훌륭한 이름은 영명(英名)이요, 성대(盛大)한 이름은 성명(盛名)이요, 향기로운 이름은 방명(芳名)이요, 용감한 이름은 용명이요, 높이 들어 난 이름은 저명(著名)이요, 위력을 떨치는 이름은 위명이다. 우리는 이러한 이름을 남겨야 한다. 물려주신 이 소중한 생명을 자중자애(愛之重之), 잘 보존하는 동시에 올바른 뜻을 세우고 바른 길을 걸어, 입신양명(立身揚名), 세상에 훌륭한 이름을 남기는 것이 부모에 대한 효도의 극치라고 공자는 갈파했다. 이것이 효의 윤리다. 명진사방(名振四方), 자기의 이름을 널리 세상에 떨치고, 명전후세(名傳後世), 자기의 이름을 후세에 오래 전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요,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이다. 인간은 누구나 명예욕이 있다. 세상에 명예욕이 없는 사람은 없다. 인간은 명예욕이 있기 때문에 저마다 부지런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한다. 명예욕은 인간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이요, 사회를 발전시키는 추진력이다. 무명인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 유명인이 되기를 원한다. (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는 가운데, 이 자애(自愛)의 심리에서 여러 가지 욕망이 일어난다. 명예욕이라는 욕망도 그 근원을 자애의 심리에 두었다고 생각되거니와, 명예의 추구와 자아(自我)의 성찰 사이에는 복잡한 함수 관계가 있다. 명예라는 것은 본래 남의 모범이 될 만한 탁월한 인물에게 돌아가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명예를 얻기 위해서는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고, 비상한 노력은 나의 사람됨을 키움에 있어서 가장 절실한 조건이다. 이러한 뜻에서, 명예를 아끼는 마음은 자아의 성장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명예에 대한 욕망이 언제나 좋은 일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헛된 욕망으로 말미암아 여러 개인들이 어리석은 행동을 하였고, 여러 사회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만약 인간에게 헛된 욕망이 없었더라면, 우리들의 생활은 오늘과 같이 화려하지는 못한 대신 훨씬 차분하고 착실한 내용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명예가 반드시 객관적 인품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명예라는 것은 유동하는 대중 심리와 깊은 관계를 가졌으며, 그 행방이 엉뚱한 사람에게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대와 같이 대중 매체의 영향이 압도적인 시대에 있어서는, 우연과 선전에 의해서 또는 야비한 조작에 의해서 명예의 행방이 좌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회적 존재인 까닭에 우리는 명예를 희구한다. 여러 사람의 칭송을 받고 싶은 심정은 인간에 있어서 매우 자연스러운 심리이며, 사실과 부합하는 명성은 삶의 보람과도 연결되는 크나큰 축복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아의 성장이며, 명예는 부차적인 가치 이상의 것이 될 수 없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도 아주 무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남들이 알아주든 말든, 스스로 자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일단 성공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군자는 이것을 나에게 구하고 소인은 이것을 남에게 구한다."는 공자의 말씀을 새삼 음미하게 된다. 허영이 난무하고 허위가 창궐하는 세상이다. 이러한 세태에 적응해 가며 요령 있게 사는 것은 결코 옳은 길이 아니다. 세상의 물결을 타고 허황한 이름을 얻고자 동분서주할 것인가. 차라리 안으로 나 자신의 빈 칸을 하나라도 더 채우는 편이 상책일 것이다.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위하여 그 길이 상책일 것이다. *삼대(三代) : 중국의 하·은·주의 세 왕조를 일컬음 논제 1)제시문 (가)~(다)는 명예욕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자신의 입장과 가장 유사한 제시문을 선택하여 그 중심 내용을 정리하고, 이를 활용하여 명예욕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1200자) ☞ 출제 : 박정하(성균관대학교 교수) [ 대상 ]제주사대부중 3학년 김강산 ![]() 예를 들면, 비록 오늘날 더 향상된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욕망으로써 과학이 발전하기는 했으나, 그 욕망 때문에 환경오염이라는 더 큰 문제를 낳았다. 따라서 우리는 명예욕 같은 욕망을 채우기에 바쁠 것이 아니라, 자아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우선, 명예가 반드시 객관적 인품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명예는 대중의 심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리고 대중 심리는 대중 매체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명예는 대중매체의 과장과 왜곡에 의해 수시로 변할 수 있다. 그에 대한 예로 국회의원들을 들 수 있다. 언론에서 한 후보에 대해 좋게 이야기하면 대중은 이를 곧이듣고 그 후보에 표를 준다. 당선된 그 후보는 명예를 바탕으로 온갖 비리를 저지른다. 명예가 있다고 도덕적 인품을 가졌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무엇 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자아의 성장이다. 명예는 단지 자아의 성장 과정에서 얻을 수 도 있고 못 얻을 수도 있는 부차적인 부분일 뿐이다. 자아의 성장보다 명예를 앞세우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 우린 가치의 서열을 인식하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하여,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주위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자신이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공자의 말처럼 명예는 남에게서 구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으로부터 구해야 한다. 허위와 왜곡으로 포장된 세상의 비위에 자신의 삶을 맞춰가며 명예를 얻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맞춰 가며 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지 다른 사람에게 좀 더 좋은 평가를 위한 삶을 산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오늘과 같이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자신의 자아를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는 더 큰 화를 일을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자신의 자아에 대해 인식하고 살아가며 명예에 대한 욕구에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 심사평 ]장훈 ![]() 처음 논제를 받아 든 학생들은 제시문의 입장을 파악하고자 고심하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에서 많이 잡혔다. 그만큼 제시문에서부터 까다로운 까닭이다. 그래서인지 심사위원들의 눈에 확 들어오는 논술은 보이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은 많은 고민을 하였다. 답안들이 모두 고만고만하였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다섯 편을 먼저 골라 놓았다. 이 다섯의 순위를 정하는 데에도 힘이 들었다. 논술 답안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논지의 전개와 논거의 타당성을 중점으로 보았다. 다섯 편 중에서 제주사범대학부설중학교 김강산 학생의 답안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금상과 은상의 경우에도 순위를 결정하기 힘들었다. 다만 은상을 받은 서귀포여자중학교 고선우 학생의 답안이 결론 부분에서 약간의 논리적 비약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한림여자중학교 양연재 학생의 답안은 금상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한라중학교 고규예 학생과 제주동여자중학교 이현주 학생의 답안은 논거가 미약하여 동상으로 정하였다. 수상자 모두 3학년인데, 금상의 양연재 학생만 2학년이다. 내년이 기대된다. <도교육청 톡톡 튀는 논술학교 중학교운영위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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