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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범의 제주생각
[고희범의 제주생각]아흔 아홉 내 어머니 품같은 제주
마을마다 분주한 발걸음과 갈등 공존
미래가치 보전은 이 땅 우리들의 몫
입력 : 2010. 10.07. 00:00:00
○… 한겨레신문사 사장을 지낸 제주포럼C의 고희범 대표가 칼럼 '제주생각'으로 한라일보 독자를 만난다. 격주로 만나게 되는 칼럼은 제주도 구석구석의 자연, 문화역사 탐방 후기를 담는다. 그리고 제주의 정책비전을 제시하고 제주의 마을, 제주인의 삶의 진솔한 모습들을 간결하고도 격조있는 문체로 들려줄 것이다.…○

제주도의 마을들은 지금 뜨겁다.

더덕을 대량 재배하고 있는 표선면 성읍2리는 더덕가공공장을 지었다. 더덕분말을 음료로 개발하거나, 경마장에 말을 위한 건강사료로 납품할 길을 찾고 있다.

서귀포 월평동은 마을이야기 탐방코스를 만들고 마을 주민들이 밴드를 조직했다. 오는 16일 마을탐방 행사에 이은 '월평밴드'의 첫 무대를 준비하느라 8개월째 연습중이다.

성산읍 온평리에는 썰렁하게 비어있던 황토집이 게스트하우스로 변신한 뒤 몰려드는 올레꾼들로 분주하다. 이 마을 발전위원장을 지낸 이가 통째로 임대해 운영을 맡고나서 벌어진 일이다.

용왕 난드르 마을 안덕면 대평리는 얼마 전 개발한 '꿀마늘'과 유독 당도가 높은 감귤 홍보에 안간 힘을 쓰고 있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식당은 몰려드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중산간 오지인 한경면의 아홉굿 낙천마을은 주민들이 제작한 1천개의 의자를 보러오는 차량들로 시끄럽다. 이 마을에서 생산한 채소로 만든 비빔밥과 보리빵이 인기다.

동백마을 신흥2리는 수백년 된 동백숲을 살리기 위해 주변 잡목 제거를 고민하고 있다. 동백비누는 직접 만들어내고 동백기름과 동백잎 등은 국내 유명 화장품회사에 팔고 있다.

한림읍 월령리장은 풍력발전 유치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을에 별다른 자산이 없어 풍력발전으로 마을 수입을 올릴 생각이다.

하귀1리 노인회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짜놓고 있어 경로당은 언제나 노인들로 가득하다. 경로당 목욕탕에서는 부녀회가 매주 한번씩 할머니들에게 목욕을 시켜 드려 이곳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행복하다.

상처가 깊은 마을도 있다.

바닷물이 유난히 맑고 동풍이 불면 바다가 잔잔해 '한담(漢潭)'이라는 이름을 얻은 한담동은 유명 탤런트 등 외지인들이 별장용으로 주택들을 사들이는 바람에 마을 사람 모두가 고향을 떠나고 말았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한담 바닷가에 세운 작은 비석의 비문은 보는 이들의 가슴마저 아리게 한다. 해군기지 후보지 강정은 찬반으로 엇갈린 주민들 사이에 쌓인 갈등으로 주민들이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할 정도다. 지금 강정은 해군기지 유치를 원하는 다른 마을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마을 사이에 벌어지는 경쟁으로 오히려 이웃마을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진 곳도 적지 않다.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만난 제주땅 사람들이 미래를 향해 내딛는 힘찬 발걸음을 본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도 있고, 충돌·경쟁·갈등으로 몸살을 앓는 아픔도 본다. 현재의 풍요와 미래의 가치 보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안을 찾아나서는 길에서 풀어야 할 과제는 이 땅을 밟고 사는 우리의 몫임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고향 제주, 올해 아흔아홉이신 내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함과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함께 느끼게 하는 이 땅 제주에 사는 것이 더 없이 행복하다.

<제주포럼C 공동대표, 전 한겨레신문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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