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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문화유산을 찾아서
[해양문화유산을 찾아서-19](6)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①유네스코 무형유산 강릉단오제
유네스코 등재 이룬 강릉시민의 '단오 DNA'가 자산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입력 : 2010. 10.11. 00:00:00

▲오방색 호개등이 나풀거리는 강릉시 남대천 강릉단오제 단오굿당에서 국태민안, 풍농풍어, 건강 등을 기원하는 단오굿이 펼쳐지고 있다. 2005년 유네스코 등재 이후 단오굿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세계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강릉시민들이 늘고 있다. /사진=이승철기자 sclee@hallailbo.co.kr

등재 이후 단오제위원회 상설 기구로
음력 단오 전후 8일간 관람객 백만명
강릉 전통문화의 자부심 키우는 축제

굿당을 알리는 오방색 호개등이 나풀거렸다. 경쾌하고 빠른 무속 가락이 귓청을 울렸다. 악사들의 몸놀림이 신났다. 화려한 지화들이 놓여있는 제단 앞으로 관람객들이 빼곡이 들어찼다. 만가지 소원을 적은 종이를 태우는 소지올리기가 진행될 때는 너나없이 무격 앞으로 나가 경건하게 의식을 치렀다.

▶"단오니까" 한마디면 해결

지난 6월 12일부터 19일까지 열린 강릉단오제의 단오굿당 풍경이다. 동해안 어민들의 풍어를 기원하는 용왕굿 등 20여거리 무당굿이 펼쳐지는 단오굿당, 팔도의 온갖 장사꾼들이 모여드는 난장 등 발디디는 곳마다 사람들로 북적였다. 강릉을 방문한 시기는 강릉단오제가 끝을 향해 달려갈 무렵이었다. 2010강릉단오제가 머잖아 막을 내린다는 아쉬움 때문일까. 살찐 초승달이 밤하늘에 또렷할 즈음엔 강릉시 남대천 단오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단법인 강릉단오제위원회 이경화 사무차장은 강릉 사람들에겐 '단오 DNA'가 있다고 했다. 강릉사람이라면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단오제를 생활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강릉에는 모든 것이 "단오니까"라는 말 한마디로 이해되고 상당 부분 해결된다. 단오제 기간에 장사가 잘되지 않는 것도, 교통 체증이 생기는 것도, 밤마다 취객들이 거리를 덮는 것도 '단오니까'란 한마디에 묻혀버린다. 오랜 역사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강릉시민의 정서는 강릉단오제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려놓는 힘이 됐다.

물론 무당굿에 대한 일각의 곱지않은 시선도 있었다. 빈순애 강릉단오제 무격부문 예능보유자는 "미신으로 여겨오던 단오굿이지만 유네스코에 등재되면서 전통문화의 하나로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늘었다"면서 "강릉시민과 함께하는 화합의 굿으로 단오굿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단오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남대천 일대에 들어선 난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승철기자

▶공동체의 힘이 발원하는 축제

'우리'보다 '나'를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강릉단오제는 공동체의 힘이 발원하는 축제다. 1967년 1월 강릉단오제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제례·단오굿·관노가면극 3개 부문의 예능보유자를 뒀다. 2005년엔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록됐다.

강릉사람들은 강릉단오제가 강릉문화의 시작과 그 명맥을 같이해온 것으로 본다. 일제강점기, 6·25전쟁때도 끊긴 적이 없다. 그래서 천년의 역사와 함께한 축제라고 했다. 한해 100만여명이 찾는 강릉단오제는 매년 음력 5월 5일 단오를 전후해 대외적으로 8일간 진행되지만 실제 음력 4월 5일 신주빚기부터 시작된다. 강릉시장이 내린 신주미 등으로 신에게 올리는 술을 빚는데 거리축제나 단오장에서 신주와 더불어 쫀득쫀득한 수리취떡을 맛볼 수 있도록 나눔의 행사로 진행한다.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축제로 이름을 널리 알리기 이전부터 강릉단오제는 전통음악, 전통무용, 가면극, 농악, 민요, 무가, 민속놀이 등 전통예술을 전승하는 교육적 기능을 강화해왔다. 정기적인 축제를 계기로 관노가면극, 강릉농악 등 전통예술 공연에 성인남녀만이 아니라 초·중·고교·대학생이 여럿 참여하도록 이끌었다. 강릉단오제는 강릉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고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강릉단오제는 축제 운영 상설 기구인 강릉단오제위원회를 뒀다. 당초 강릉문화원에 있다가 2006년 분리 독립했고, 이듬해 사단법인으로 새출발했다. 단오제를 이끄는 강릉단오제위원회, 강릉단오제보존회, 강릉시는 유네스코 등재 이후 사계절 즐기는 축제로 단오제를 끌어가는 방안과 함께 강릉단오제를 활용한 도시마케팅, 도시 디자인 등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강릉 사람들에게 강릉단오제의 세계무형유산 등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칠머리당영등굿을 둔 제주도 그와 다르지 않다.

강릉단오제위원회 최종설 위원장 "기층문화 꽃핀 단오제 단오민속촌 건립 추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되고 세계무형유산 축제가 되면서 강릉시민들의 자부심이 한층 높아졌다. 그만큼 강릉단오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강릉단오제위원회 최종설 (73) 위원장은 하얀 모시 한복을 입고 손님을 맞고 있었다. 유네스코 등재 이후 강릉단오제 전담 기구로 사단법인 강릉단오제위원회가 새로 출범하며 위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기층문화가 꽃을 피운 강릉단오제는 개·폐회식이 따로 없고 횟수가 매겨져 있지 않은 행사로 서민이 즐기는 축제"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강릉시의회 의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단오제 경비가 대부분 강릉시에 의존해 왔는데 작년 2000만원에 이어 올해 1억8000만원의 국비를 지원 받았다"면서 앞서 유네스코에 등재된 다른 종목에 비해 지난 4년간 국비 지원이 전무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민간인들로 구성된 강릉단오제위원회는 난장으로 불리는 남대천 일대의 상가 분양 대금, 메세나운동의 하나로 강원지역 기업에서 내놓은 기금 등 강릉단오제 전체 사업비의 35~40%를 자체 조성하고 있다. 이중 강릉단오제 난장은 전국 최대 규모로 뽑힌다. 2006년 강릉단오제위원회가 독립법인으로 출범할 당시엔 1000개에 이르렀다. 이중 1/3을 떨쳐내고 최근엔 300여동을 운영하고 있다.

강릉단오제는 그동안 강원도민들의 열정적 참여덕에 도민 축제로 풍성하게 치러져왔다. 그러다 유네스코 등재 이후 외연을 넓혀가는 작업을 하나둘 진행하고 있다. 단오가 한국만이 아니라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인 만큼 지속적 교류를 통해 강릉을 아시아단오문화의 도시로 키워보자는 방안이 그중 하나다. 또한 단오 관련 유산을 한데 만날 수 있는 민속촌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속촌 건립비는 800억~1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위원장은 "강릉시장의 주요 공약이었던 만큼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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