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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떵살암수과
[어떵살암수과]재일문인 김시종·김길호·김유정씨
日 오사카 이쿠노쿠의 제주출신 시인·소설가
"재일 제주인의 삶 작품으로 담아 낼 것"
김명선 기자 mskim@hallailbo.co.kr
입력 : 2010. 11.11. 00:00:00
일본 오사카 쓰루하시역 다방에서 인터뷰 도중 50년만에 고향 땅을 밟은 뒤 외조카와 나눈 이야기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리던 시인 김시종(79·사진 왼쪽).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란 펼침막이 이쿠노쿠(生野區)에 걸려 있는 것을 보고 분을 삭이지 못했던 소설가 김길호(61·사진 오른쪽). 쓰루하시역 인근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며 제주 여성의 삶을 소설로 풀어내고 있는 소설가 김유정(57·여·사진 가운데).

이들은 2008년 필자가 4·3문학의 현장을 취재하며 일본의 오사카에 만났던 작가들이다. 김시종과 김길호는 밀항을 통해서 일본으로 건너왔고 김유정은 재일동포 2세이다.

지난 1일 이들 3명을 쓰루하시에서 다시 만나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시인 김시종은 남로당 예비당원이었던 1949년 4·3의 와중에 일본으로 밀항했다. 식민지 시대 초·중학교를 다녔던 시인은 한글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일본 생활을 시작하면서 일본어와 결별하리라 다짐했다. 그 결과 일본어로 쓰여진 그의 시에 등장하는 시어가 일본의 작가들보다는 독특해 일본인들이 더욱더 시인의 시를 찾는 이유다.

최근에 발간한 시집도 일본 내 서점에서 모두 팔렸다는 소리를 그에게 들을 수 있었다. 그는 현재 재일동포는 대표하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1973년 일본으로 밀항해 이쿠노쿠에서 30년 넘게 살면서 재일동포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소설가 김길호. 그는 최근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이곳에 살던 재일 제주인의 삶을 소설로 쓸 계획으로 취재를 하고 있었다.

그에게 이쿠노쿠는 제2의 고향이다. 민단 활동을 하면서 조센이치바 상가를 돌며 회비를 걷었던 그에게 재일 제주인들은 한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집안마다 숟가락 몇개인지 알 정도로 친하게 지낼 수 밖에 없었다"며 "일본으로 건너온 저마다 나름대로 사연은 있지만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 외로움이어서 아직도까지도 가까운 집의 제사를 지내러 다닐 정도로 가깝다"고 말했다.

소설가 김유정은 고향 제주에 대한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 제주인 2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가능한 한 한국을 많이 방문해 취재를 한다. 지난 여름 어머니의 병간호와 집안·가게일로 인해 글을 쓰지 못했다는 김유정은 100년전의 제주 여성의 삶을 소설로 쓰기 위해 12월 제주사람이 많이 거주하는 부산의 영도와 자갈치 시장을 찾아 취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3명은 "제주는 고향이라는 의미 외에 글을 쓸 수 있는 원천이 있는 곳"이라며 "재일 제주인의 힘들었던 삶의 모습을 계속해서 글로 닮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시인 김시종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코리아국제학원은 오는 14일 서울의 대한기독교서회 건물에서 학교설명회를 개최하고 중·고등학교 신입생을 모집한다.

코리아국제학원은 사상과 이념의 차이로 대립을 하고 있는 재일동포 사회에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남북한의 통일과 세계와 동아시아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이바지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2008년에 설립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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