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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 명소]저지리/저지오름 숲길
돌고 도는 숲길 떨어진…떨어지는…떨어질…낙엽세상
표성준 기자
입력 : 2010. 11.13. 00:00:00

▲2007년 대한민국 생명의 숲 대상에 선정된 저지오름 숲길. 현무암으로 계단을 조성한데다 가을철에는 송이층 바닥 위에 낙엽까지 쌓여 노약자가 걷기에도 불편하지 않다. /사진=강희만기자

현무암과 송이층 바닥 푹신한 양탄자길
예덕나무 낙엽 떨어진 요즘 산행 제격

숲은 철마다 새 옷을 갈아입는다. 그런 숲에 제철이 있을 리 없건만 저지오름 숲길 탐방은 요즘이 제격이다. 철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11월 중순 전후의 이곳은 떨어진 낙엽과 떨어지는 낙엽, 떨어질 낙엽이 공존하는 낙엽세상이다.

▶낙엽 깔린 양탄자길

저지오름은 지난 2007년 생명의 숲과 유한킴벌리, 산림청이 주관하는 제8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한민국의 가장 아름다운 숲 대상에 선정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 9월에는 그동안 출입을 통제했던 분화구를 개방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오솔길 사이로 해송과 활엽수, 덩굴과 야생화가 천연림을 이뤄 산행과 자연생태학습장으로도 손색이 없는 그곳을 찾았다.

마을 안 골목길을 따라 오름 입구에 도착하니 특이하게도 현무암이 깔린 산책로가 위로 뻗었다. 김태훈 한경면사무소 지역특화담당은 이돌을 "네모반듯해 '각돌'이라 부르는데 산책로를 조성할 때 이곳 주민이 밭에 있던 것을 기증해서 만들었다"고 귀띔해줬다. 다른 오름 산책로와 달리 단단해서 영구적인데다 그 자체로 자연의 멋을 발휘한다. 현무암 계단을 오르면 양쪽으로 길이 갈라지는데 오름 아래쪽에 있다고 해서 밑숲길로 이름 붙였다.

오름 중턱을 한바퀴 도는 이 밑숲길은 총 1540m 길이다. 이 밑숲길을 돌아 반쯤 걸어가면 정상을 향한 분화구숲길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이곳을 따라 분화구숲길을 걸어 정상을 한바퀴 돌아서 다시 밑숲길로 내려온 뒤 올라갈 때와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면 오름 정상과 중턱을 각각 한번씩 돌게 되니 오름을 총 두바퀴 도는 셈이다.

▲마을에서 바라본 오름 전경

▲정상을 찾은 탐방객들

폭이 채 1.5m 정도에 불과한 밑숲길로 들어서니 양쪽에 해송이 울창하다. 지난 1962년 조림한 것인데 주민들이 아무 쓸모 없다고 생각했던 해송이 이곳 명물로 자리잡았다. 여름철 태풍이 몰아치고 간 이곳 숲길 바닥은 온통 떨어진 솔잎으로 물든다. 송이층 위에 깔린 솔잎은 황금빛 양탄자를 방불케 한다.

해송 못지 않게 많은 것이 예덕나무. 걷다 보면 어른 손바닥만한 나뭇잎이 살랑거리면서 살포시 내려앉는 모습을 곳곳에서 바라볼 수 있다. 바로 지금이 '사각사각' 낙엽 밟는 기분을 만끽하기에 최적이다. 숲길가에는 잡초가 무성한데 산행하는 이들이 야생화를 구경하라고 부러 베지 않았다고 한다. '도둑놈의 갈고리'와 '양지꽃' 등이 조용한 숲길의 운치를 더해준다.

이 숲길은 70년대 주민들이 동원돼 곡괭이와 삽으로 흙을 파고 매워서 만든 방화선이다. 산불이 발생했을 때 불이 밑에서 위로 올라가거나 반대로 위에서 밑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성했던 것인데 덕분에 지금은 노약자도 쉽게 산행할 수 있게 됐다.

▶숨겨진 볼거리

주민들은 살기 좋은 마을로 선정된 저지리를 에코빌리지 환경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지역에 조성됐거나 조성될 예정인 관광지도 생각하는 정원과 방림원, 수컷돌거북이, 꽃박물관 등 한결같이 친환경적이다.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곳을 소개하자면 '가메창'과 '할망당'을 내세울 수 있다. 저지오름 서쪽 도로에 자리잡은 가메창은 길가에서 보면 언덕에 불과하지만 분화구를 갖춘 어엿한 오름이다. 제주에서 가장 낮은 오름으로 높이가 6m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분화구 깊이는 16m에 달해 분화구 속으로 들어가면 도로보다 10m나 낮아 바깥세상과 잠깐이나마 단절감을 느낄 수 있다.

▲저지마을 주민들의 정신적 의지처인 '할망당'

▲높이 6m로 제주에서 가장 낮은 오름 '가메창'

저지오름 북서사면의 마을공동묘지 인근 할망당은 팽나무를 신목으로 삼고 있는 당이다. 아직도 마을사람들은 물론이고 인근 월림과 청수, 조수리 멀리는 이 지역 출신으로 제주시에 거주하는 이들도 치성을 드리러 오는 곳이다. "할망당 옆에 볼래나무가 많아서 어릴 때 많이 왔다 갔는데 올 때마다 '할망하르방 볼래 타먹으레 와수다'하면서 절을 해야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신발을 잃어버린다는 전설이 있었거든요." 저지리 출신 김태훈 담당의 설명이다.

저지마을은 오름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다른 중산간마을과 달리 오름을 한가운데 두고 마을이 형성돼 있다. 그렇다 보니 특이하게도 저지마을 중심에 할망당과 공동묘지가 들어섰다. 이렇게 오름과 마을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마을사람들에게 오름은 어떻게 정신적 의지처 노릇을 해왔는지 되새기는 것이 저지마을 탐방의 핵심이다.

# 저지오름 가는 길

▷자가용=제주시-평화로-동광사거리(우회전)-금악리-저지사거리-저지오름 휴게소.

▷대중교통=제주시외버스터미널-일주서회선-한림 하차-한림고산 순환버스 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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