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어머니가 입원한 병실에는 다양한 질환을 앓는 할머니들이 입원해 계신다. 환자 모두 80대 이상의 노인들이어서 가족들이 24시간 간병을 해야 한다. 밤에는 간병하는 가족들이 환자들의 침대 옆 방바닥에서 토막잠을 잔다. 어머니의 오른쪽 침대에는 80살 할머니가 있다. 아들 딸 며느리 등 다섯 사람이 교대로 간병을 한다. 막내딸이 '당번시간표'를 짰다고 했다. 가족들의 직장 근무나 각 집안의 형편에 따라 시간을 배정했다는 것이다. 막내딸이 정한 자신의 당번시간은 밤 9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30분까지였다. 막내딸에게 왜 본인이 가장 힘든 밤샘당번을 하도록 시간표를 짰는지 물어봤다. 대답이 엉뚱했다. "내가 막내여서 손해를 가장 많이 봤잖아요." 막내니까 언니 오빠들을 생각해서 손해 보는 셈 치고 밤샘간호를 자청했다는 뜻인가 했지만 석연치가 않았다. "큰언니는 나 보다 15살이 많아요. 어머니 아버지랑 15년이나 더 오래 지낸 셈이잖아요. 거기다 내가 결혼한 뒤에는 어머니 아버지랑 같이 잠을 잘 기회도 없는 거예요. 이렇게 어머니 아버지랑 밤을 지낼 기회가 언제 다시 오겠어요? 그래서 언니들 보다 어머니 아버지랑 같이 오래 있으려구요." 최근 두 달 사이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번갈아 입원하시는 바람에 이번이 세 번째 밤샘간병이란다. 아들 셋을 두고 있고 학원을 운영한다고 했다. 밤새 간병을 하고나면 낮에는 일을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정 피곤하면 낮에 한 시간쯤 자면 괜찮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집을 나서기 전 중 1 큰아들이 묻더란다. "엄마는 아빠의 아내, 우리의 엄마,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딸, 학원의 원장 가운데 어느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매일 밤 병원으로 가는 엄마에 대한 불만이 가볍게 묻어났다. "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만 지금은 할머니가 많이 아프시기 때문에 딸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라고 했다. 아들은 웃으며 "얼른 병원에 가세요"라고 했단다. 이렇게 속이 깊은 딸은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태어나는 것일까. 아버지는 항상 어머니의 손을 꼭 붙잡고 다닌다는 것이다. 공중목욕탕에도 그렇게 같이 간다고 했다. 심지어는 집에서도 두 분이 손을 잡고 있단다. 81살 할아버지는 고관절 골절상을 입고 난 뒤 몸이 불편한데도 낮에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있다가 밤에는 바닥에서 주무신다. 내내 병실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그녀는 얘기를 나누다 말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한참이나 통화를 했다. 학원에 나오는 중 3 학생이란다. 얼마 전부터 연합고사를 앞둔 수험생 네 명에게 밤에 그녀의 집으로 와서 공부를 하도록 했는데, 요즘 봐주지 못해 전화로 격려를 한 것이라고 했다. 보기 드물게 착한 딸은 좋은 선생님이기도 했다. 내가 어머니 간병을 하던 날, 딸은 나란히 누운 아버지의 손을 꼭 잡은 채 긴 밤을 노부모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제주포럼C 공동대표, 전 한겨레신문사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