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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범의 제주생각
[고희범의 제주생각]'다사다난'을 넘어 우울한 세밑
남북관계 악화·구제역 공포까지
중앙정부 홀대속 해군기지 논란
입력 : 2010. 12.30. 00:00:00
매년 연말이면 또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함께 새해 다짐을 담은 인사를 나눈다. 이 인사말 서두를 흔히 장식하는 표현이 '다사다난'(多事多難)이다. 어느 해인들 그렇지 않을까만 유독 연말이 되면 그런 느낌이 드는 탓일 게다.

이제 이틀 남은 경인년 역시 다사다난했다. '올해가 백호랑이해여서 온 나라에 좋은 기운이 뻗칠 것'이라는 희망을 담아 새해인사를 나눈 기억이 생생한데, 특히 연말에 접어들어 연이어 터진 대형사건들로 다른 표현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거대여당의 세 번째 예산안 날치기 처리는 '형님예산'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만큼 민심을 흔들어놓았다. 남북관계는 악화할 대로 악화해 전쟁 분위기까지 이어졌다. 그 불안이 가라앉기도 전에 구제역이 온 나라를 덮치면서 축산업 전체에 드리워진 먹구름은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제주도는 중앙정부의 홀대에 더해 국회의 예산안 날치기 처리 폭탄을 정통으로 맞은 격이 됐다. 세계자연보전총회(WCC)는 예산이 깎여 총회를 반납해야 할지도 모를 상황에다, 4·3 관련 예산도 사업비가 전액 삭감됐다. 신공항은 물 건너가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제주도의 예산안을 두고서는 집행부와 도의회가 기 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다사다난'했던 경인년은 해군기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면서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해군은 절대보전지역 변경동의안 처리 무효 소송에 대한 1심 법원의 각하 판결이 나자마자 공사를 밀어붙이면서 극한 대립으로 몰고 가고 있다. 공사강행 반대 기자회견을 하던 성직자 등 34명을 경찰이 체포하는가 하면, 항의농성을 하려는 시민사회단체의 천막 설치를 제주시가 물리력으로 가로막았다. 20여명이 칼바람 속에 노숙농성을 벌이다 공무원들과 충돌 끝에 2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끝내 노숙농성은 한밤중 경찰에 의해 강제해산당했다.

강정 해군기지 문제가 갈등을 빚어온 지난 3년 동안 정부는 단 한차례도 진지한 태도로 도민을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경주 방폐장이나 평택 미군기지의 경우와는 달리 보상과 관련한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 제주도정은 이런 정부에 대해 무능력했다. 고작 국무총리실로부터 받은 문서 한 장을 주민설득 수단으로 활용했지만 '해군참모총장의 유감표명' 약속마저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강행 수순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무슨 약속을 했으며 그 약속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는 항의가 타당한 이유다.

신뢰를 주기는 커녕 끝까지 제주도민을 무시하는 정부, 대를 이어 정부에 끌려가기만 하는 제주도, 밀어붙이기로 도민의 원성을 사고 있는 해군이 경인년 세밑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제주포럼C 공동대표, 전 한겨레신문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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