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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지 보존 활용방안 특집
[유적 보존과 활용 어떻게 할 것인가]
국내외 유적 정비현장을 가다(2)하치노헤시 네죠 유적
일본에서도 보기 드문 중세성곽의 특징 잘 간직
이윤형 기자 yhlee@hallailbo.co.kr
입력 : 2011. 01.12. 00:00:00

▲네죠유적은 발굴한 초석 자리에 낮은 나무기둥을 세워 복원한 건물과 비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진=이윤형기자

300년간 지속된 14세기 건축…일본의 100대 名城으로 꼽혀
장기간 걸친 발굴·정비 눈길…제주 항파두리성 교훈삼아야

일본 본토 북동부 끝에 위치한 아오모리현은 수려한 경관뿐 아니라 풍부한 역사문화유적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죠몽시대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다양한 고고역사 현장을 만나볼 수 있다.

일본 전역에는 크고 작은 성이 5만~6만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가히 '성곽의 나라'라고 할수 있을 정도다. 그 가운데서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에 위치한 네죠 유적은 일본에서도 드문 중세성곽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네죠 유적은 계통이 다른 두 천황을 둘러싸고 대립했던 남북조(南北朝)시대 쌓은 성이다. 이 성은 1334년 지방의 토호세력이었던 난부 모로유키(南部 師行)에 의해 축성됐다. 그는 '근본이 되는 성'이라는 뜻에서 네죠(根城)라고 이름지었다고 한다. 에도시대(江戶時代) 초기인 1627년 영지의 이전으로 사용되지 않게 될 때까지의 약 300년 간 지속됐다. 그 기간 동안 17회에 걸쳐 해체했다 건축했다고 한다. 지금 전시되고 있는 것은 16회째의 건물모양과 유적유구 등을 따라 복원해 놓은 것이다.

네죠 유적은 성곽 배치뿐 아니라 오랜 기간에 이르는 복원 정비 보존활동이 평가돼 일본내에서 100대 명성(名城)에 선정된 곳이다. 하치노헤성으로 불리기도 하며, 1941년 21㏊(약 6만4000평) 면적이 국가특별사적으로 지정되는 등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네죠 유적은 1978년부터 11년간에 걸쳐 발굴이 이뤄졌다. 발굴조사 결과 이곳에서는 해자와 토루, 우물지, 건물지 등이 확인됐다. 굴립주 건물터 354동을 비롯 수혈건물터 82동, 울타리 등이 발굴결과 드러났다. 발굴에 따라 복원된 유구로는 토노모와 창고, 마굿간, 공방, 헛간 등의 건물지가 있다.

▲네죠 유적은 성곽 배치만이 아니라 오랜 기간 복원정비 보존 활동이 평가돼 일본의 100대 명성에 선정된 곳이다. 네죠유적의 상징건물인 토노모

▲당시의 도구와 마네킹을 이용해 옛날 의식을 재현한 모습

▲복원된 야외 건물.

현재 네죠 유적은 해자에 걸쳐놓은 목조다리를 건너 성 안쪽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해자를 사이에 두고 광장과 가교 역할을 하는 목조다리는 축성 당시의 것을 복원해 놓은 것이다. 가급적 현대적인 느낌을 배제하고 최대한 원형을 고려해서 정비 복원을 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해자에 의해 둘러싸인 성의 중심 건물지에는 토노모를 중심으로 중세의 성곽을 알 수 있는 여러 건조물이 복원돼 있다. 성의 상징건물인 토노모는 네죠의 주인이 손님과 접견하거나 여러 의식을 거행한 가장 중요한 건물이다. 내부에는 난부 모로유키가 무운을 빌며 정월 11일에 했던 의식이 인형으로 재현되어 있다.

토노모 남쪽에는 무기의 제작과 수리를 하던 공방, 철제품 등을 만들었던 철기공방이나 야외 대장간시설이 복원돼 있다. 복원된 건물에는 당시의 도구와 마네킹을 이용하여 옛날 모습 그대로를 재현해 전시하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네죠유적의 체계적인 발굴과 이에 따른 복원정비 과정은 대규모 유적지 발굴 정비를 앞두고 있는 제주로서도 새겨야 할 대목이다. 중세시대의 성이라면 제주도의 경우 국가사적지인 항파두리 항몽유적지를 들 수 있다. 하지만 항파두리성은 1970년대 말 발굴조사 없이 서둘러 성역화 하는 바람에 현재까지도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구체적인 건물지에 대한 파악조차 안 된 상태에서 기념관이 들어선 데다, 그 후에도 토성의 원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정비 등이 이뤄지면서 오히려 유적을 훼손 파괴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항파두리성은 13세기 후반 동아시아 격변의 역사와 관련된 국제적 성격의 유적지다. 그런데도 졸속 정비사업으로 인해 유적의 중요성과 가치가 빛을 보지 못하고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제주시가 건물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처음으로 본격 시굴조사에 들어가고 이를 토대로 종합정비계획 마련에 나서기로 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이번 기회에 단기간의 유적발굴과 성과에 급급하기 보다는 보다 긴 호흡으로 미래를 생각하는 방향으로 보존 정비의 원칙을 세워나가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최소한 10년 정도의 장기계획을 갖고 체계적인 발굴과 이에 따른 복원이 무엇보다 중시돼야 하는 것이다.

[ 발굴에서 보존까지… ]11년간 발굴해 복원 정비에 9년

네죠 유적은 장기간에 걸친 발굴조사와 그 결과에 따른 체계적인 복원 정비가 진행됐다. 발굴만도 1978년부터 1988년까지 11년간에 걸쳐 이어졌다. 그 결과에 따라 복원 정비에만도 9년이 소요됐다. 300년 정도 되는 건물을 복원한 것은 일본에서는 첫 번째라고 한다. 21㏊ 면적 가운데 60%가 공원화됐다.

네죠 유적은 유적관련 다양한 체험학습과 문화학습으로 관람객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매년 5월경에 네죠광장을 무료 개방한 가운데 벚꽃축제를 열고 네죠 기념제도 마련한다. 매년 10월초에는 하치노헤 발상지인 네죠의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하는 여러 가지 이벤트를 진행한다.

네죠광장에는 옛 모습의 건물로 재현한 휴게소를 비롯 곳곳에는 그 시대의 식물을 식재하고 있다. 해자 유구도 그대로 재현하여 계단을 설치하여 해자를 따라 성 유적을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복원되지 않은 일부 건물지는 발굴한 초석 자리에 낮은 나무 기둥을 세워 복원된 건물과 비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또한 건물지 윤곽에는 벽돌을 쌓고 아스팔트를 전체적으로 깔아 건물의 모습을 추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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