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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박눈이 내리는 것을 보며 그것이 쌀이나 밀가루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는 가난에 찌든 동심의 표현일 뿐 물욕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미다스(Midas)'라는 왕은 차원이 달랐다. 그는 신에게 간청해 자신이 만지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꿈은 이루어졌지만 손을 댄 음식마저 황금으로 변하는 바람에 결국은 신에게 예전처럼 평범한 손을 되돌려 달라고 청원하기에 이른다. 여기에서 비롯된 '마이더스의 손'은 분수 넘치는 욕심을 경계하는 예화로 읽혀져 왔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 분야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이고 있다. 출연한 영화마다 대박을 터뜨리거나 하는 일마다 수익을 창출해 내는 이들에게 자랑스럽게 붙이는 영광과 흠모의 호칭이 되었다. 그런 뜻에서 본다면 국내 굴지의 재벌인 롯데도 '마이더스의 손'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롯데는 잠실 제2 롯데월드에 555m짜리 초고층빌딩에 관한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괴력을 발휘했다. 공군의 작전 비행에 큰 장애가 된다는 빗발치는 반대 여론을 뚫고 롯데의 깃발을 꽂음으로써 진정한(?) '마이더스의 손'임을 과시했다. 그에 비하면 제주에서 벌이는 축재(蓄財)의 재주는 맛뵈기 축에도 끼기 어렵다. 롯데 빌딩이 들어서게 될 신제주 부지는 30년 가까이 행정당국의 건축 완공 재촉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당시는 건축허가 받은 지 2년내 완공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재벌에게는 예외 조항이나 다름 없었다. 이런 롯데에게 도정은 불이익보다 은전(恩典)을 베풀었다. 기존의 건축고도를 훨씬 뛰어넘는 초고층빌딩을 세울 수 있도록 앞장서 당위성을 선전했다. 얼마나 고품격의 철학을 가진 행정가들인가. 그래서 적대적일 수도 있는 흐름을 일거에 친기업적인 우군으로 바꿔 놓는 롯데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이더스의 손'은 계절에 따라 강한 활동성을 보인다. '마이더스의 손'이 어쩔 수 없는 대상은 자연의 섭리다. 그들은 바람이 언제나 한 방향으로 불지 않음을 잘 안다. 정권도, 도정도 그렇다. 순풍이 불 때 배를 띄워야 하듯이 기회를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다. 그 결과는 마침내 서귀포시 예래동에서 펼쳐지고 있다. 전체 면적의 10%도 안되는 사유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나머지 90%가 훨씬 넘는 국유지 40만평을 공시지가로 매입하는 놀라운 역사(役事)가 곧 눈앞에 전개될 것이다. '마이더스의 손'이라고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할 수는 없다. 여기에는 행정가라는 이름의 도우미들이 있어야 한다. 이들은 선천적으로 대기업을 만나면 지극히 자애로운 모습으로 무엇이든 적극 도와 줄 준비가 되어 있는 그룹이다. 그래서 기꺼이 대기업의 도우미로서 견마지로(犬馬之勞)를 아끼지 않는다. 의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 신경 쓸 대상은 아니다. 이들은 선천적으로 앞을 적확히 보는 눈을 갖지 못하는 결함이 있다. 그래서 정면을 보는 듯 하지만 마음의 시선은 자주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종종 그러하듯이 몇번 공격하다가 제풀에 드러 눕거나 최근에는 상대의 덩치가 크면 멀리서부터 꼬리를 내리고 침묵하는 비겁성 질환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그 중에는 먼저 나서서 꼬리를 흔들며 영합해 회심의 미소를 짓기도 하니 뭘 두려워 할 것인가. 그래서 '마이더스의 손'은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만든다. 그러나 바람이 언제까지 한 방향으로만 불지는 않는다. 그래서 계절에 민감한 이들은 엄동설한 속에서도 봄이 오는 소리를 벌써부터 예감하고 있지 않을까. <논 설 실 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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