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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규칼럼
[강문규칼럼]월계천 걸으며 이 생각, 저 생각
입력 : 2011. 02.08. 00:00:00
설 연휴가 끝나던 지난 일요일 제주학 연구자모임 회원 몇몇과 한림읍일대를 답사했다. 한림읍사무소에서 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오용승 선생으로부터 개략적인 지역 소개를 들은 뒤 반나절 훨씬 넘게 명월리에서 옹포리로 이어지는 하천을 둘러 보았다.

하천이나 오름은 마을의 설촌은 물론 지역의 정체성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대상이다. 그래서 오름이나 하천 지명을 놓고 크고 인근 마을끼리 크고 작은 갈등을 보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1960년대 서귀포시 표선면 하천리와 성산읍 신천리 경계에 있는 다리를 건설할 때 각자 자기 마을의 명칭을 붙일 것을 고집하는 바람에 결국 양 지역의 지명을 뺀 '평화교'라는 이름을 짓게 됐다. 남원읍 하례리 주민들은 효돈천이라는 이름을 마뜩치 않아 한다. 이는 하천의 긴 구간을 갖고 있는 하례리의 이름을 빼고 효돈천으로 지어버렸기 때문이다.

다른 경우도 있다. 영실에서 발원하는 하천은 중산간마을인 도순리에 이르면 '도순천'으로 부르다 해안지대로 접어들면 '강정천'으로 부르게 된다. 한라산 'Y 계곡'을 원류로 삼고 있는 하천도 마찬가지다. 중산간 마을인 광령에서는 광령천, 또는 무수천으로 부르는데 하류에 이르면 외도천으로 명칭이 달라진다. 이와 같은 사례는 오름도 예외는 아니어서 같은 오름을 놓고 마을마다 다르게 부르는 경우도 있다. 이를 애향심의 발로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타지역 사람들이나 관광객들에게는 불편을 안겨주는 지명으로써 개선이 필요하다.

옹포천 또는 명월천도 다르지 않다. 이 하천은 명월리 중동을 거쳐 명월진성 서쪽을 휘돌아 옹포리 동쪽으로 흘러 들어간다. '탐라지도'와 '해동지도'에 수록된 '제주삼현도'에는 이 하천을 월계천(月溪川)으로 표기하고 있다. 월계천 주변에는 월계정사(月溪精舍)와 월계과원(月溪果園)이 있었다고 전한다. 영조 임금 때 문장가 양유성, 풍수가 고홍진, 점술가 문영후와 함께 제주의 사절(濟州四絶)로 이름을 날렸던 월계 진국태도 월계천 부근에 그 자취를 남기고 있다. 그럼에도 유서깊고 아름다운 이름 월계천을 버리고 명월리는 명월천, 옹포리는 옹포천으로 부르고 있으니 안타깝다.

언필칭 '문화의 세기'라고 하는 요즘은 감성의 시대라고도 부른다. 그래서 저마다 자기지역이 갖고 있는 문화적 자원을 문화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해 몰두하고 있는 시대다. 그런데 역사·문화·생태적 자산과 더불어 스토리텔링거리가 풍부한 '월계천'의 이름을 버려야 할 것인지 지역주민들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월계천의 지명을 다시 찾을 경우 옹포리는 명월대와 팽나무군락을, 명월리는 옹포리의 맑은 수자원을 정신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 작은 것을 버림으로써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는 상생과 번영의 지혜인 것이다.

명월대와 팽나무군락, 명월성, 옹포천 줄기를 따라 바다에 이르는 코스에는 다양한 역사·문화·생태자원이 널려 있었다. 이를 활용하기 위한 옹포천 살리기 프로젝트가 추진된다고 하니 퍽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월계천 하상은 이미 처참하게 부서져 원형을 상실했다. 각종 새와 곤충, 습지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넓고 고즈넉한 호수는 매립되고 있다. 그것 만이 아니다. 하천 가에는 탐라국시대 전기인 A.D 1세기경의 것으로 보이는 토기편들이 무더기로 눈에 띄었다. 이는 하천 주변을 정비하며 사전 조사도 없이 문화유적을 파괴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역사·문화·생태자원을 파괴하고, 그 곳에 다시 수백억원을 들여 하천 살리기작업을 벌이겠다고 하니 어처구니 없고 씁쓸한 일이다. 행정은 언제면 이러한 시행착오를 벗어날 것인가.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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