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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가 내렸다. 창밖에 늘어선 느티나무는 여전히 스산한 나목의 모습을 보이지만 하천 주변에 심은 버들가지에는 이미 연초록 잎이 완연하다. 한라산도 겨울의 외투를 하나씩 벗고 있다. 한라산도 오랜 동안거(冬安居)를 마치고 봄맞이 차비에 나서고 있다. 제주사회도 부활과 부화의 봄을 준비하고 있는가. 줄탁동시( 卒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껍질을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닭이 쪼는 것을 탁이라 한다. 이것이 함께 이루어져야 부화가 가능하다는 비유에서 나온 고사성어로 그 의미가 심장하다. 어미닭이 품은 달걀에서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려면 껍질을 깨트리려는 병아리와 어미닭의 몸짓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하나의 생명이 온전히 태어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줄탁동시의 지혜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일깨움을 안겨준다. 개인이 절호의 시기를 놓치면 불행의 파급효과는 상대적으로 작다. 그러나 사회의 부작용은 매우 심각해진다. 그런 경우가 제주사회에도 여럿 있다. 2000년대 초에 B·T산업이라는 용어가 메스컴에 등장할 무렵 남제주군에서는 한방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관련 업체와 전문가들은 무척 고무되기도 했다. 제주도는 '식물의 보고'이면서 곤충류 역시 3500종이 서식한다. 이러한 자원을 바탕으로 행정기관과 대학, 업체가 단지조성과 인재육성을 위한 학과 설치, 유통과 판매에 나섰다면 지금쯤 한방산업의 기초를 굳건히 다졌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행정기관은 한방산업의 껍질을 쪼는 시늉만 하다가 중단해버렸다. 말산업도 아쉽다. 제주는 대규모 목마의 기틀을 다진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국내 최고의 수준에 이르렀다. 목장의 규모와 마필수, 사양법에 이르기까지 어떤 지역도 견줄 수 없는 독보적 존재였다. ㄴ말을 지키는 별인 방성(房星)을 모시는 마조단(馬祖壇)이 전국에서 제주에만 존재하는 것도 그런 경우다. 제주가 '말의 고장'이라는 말이 허투루 생겨난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키워낸 산업이 없다. 내부의 움직임과 관심, 육성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절박하게 촉구하는 전문가들의 토론과 주장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결국 선점시기를 놓쳤다. 최근에는 오히려 다른 시·도들이 대학에 관련 학과를 설치하고 행정내부에 T/F팀을 구성하는 등 말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제주의 말산업은 어쩌면 우리 시대에 종언을 고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행정기관 못지 않게 제주대학도 실망스럽다. 1960년대 제주는 우리나라의 가장 독특하고 풍성한 '민속의 보고'로 나라 안팎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정작 학문적으로 육성해 나갈 관련 학과를 설치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결국 육지부의 대학이 민속학과를 차지한 뒤 국내 대표적인 민속학과로서 그 지역을 민속의 고장으로 탈바꿈 시키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는 '민속의 보고', '말의 고장', '식물의 보고'를 외치면서도 관련 학과 하나 없는 공허한 대학으로 남게 된 것이다. 이는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제주지역의 대학으로서 정체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줄탁동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부화하려던 계란은 결국 '고린 독새기'가 된다. 사람이나 사회로 본다면 '꿈의 좌절'이며 절망과 한(恨)의 또 다른 씨앗이다. 두렵고 우울한 것은 그게 제주의 미래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병아리들은 부화하려는데 어미닭인 제주도정과 대학은 지금 무얼 하는가. <논설실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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