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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명품도시 진단
[교육도시 서귀포 비전과 전략](6)문화로 빚는 교육도시
도시에 흩어진 풍부한 문화시설 '상상놀이터'로
입력 : 2011. 03.23. 00:00:00

▲지난 2월 창단식을 가진 서귀포시청소년오케스트라는 서귀포 지역의 초·중·고 학생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서귀포시청소년오케스트라는 교육도시 서귀포의 또다른 희망을 보여주는 단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서귀포시 제공

문화예술적 환경 도시에서 건강한 인재 양성 기대
오케스트라·공공도서관·책읽기 등 교육도시 연계
문화예술교육·도서관 활성화 위해 교육청 변해야


지난 20일 서귀포시청 강당. 일요일인 이날 파릇파릇한 선율이 실내를 채웠다. 서귀포시가 운영하는 서귀포청소년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고사리손으로 연주하는 악기 소리였다. 오케스트라는 이제 막 첫 걸음을 내디뎠다.

▶서귀포발 '엘 시스테마' 꿈꿔=지자체가 청소년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사례는 드물다. 서귀포시는 지역의 문화예술 인적 자원을 발굴하고 청소년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할 목적으로 오케스트라 창단을 추진했다. 한국마사회 출연재단인 농촌희망재단의 농촌희망문화교실 청소년오케스트라 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농촌희망재단은 베네수엘라의 청소년오케스트라 교육운동을 일컫는 '엘 시스테마'에서 동기를 얻어 오케스트라 지원 공모를 벌였다. 엘 시스테마는 1975년 전과 5범 소년을 포함한 11명의 아이들로 시작한 음악교실이 35년 뒤에는 베네수엘라 전역으로 퍼져나가 30만명의 단원을 배출하고 베네수엘라를 음악적 강국으로 만든 세계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빈곤층이나 소외계층도 음악을 통해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자는 거였다.

전국 20개 단체중 한 곳으로 뽑힌 서귀포시의 현실은 '엘 시스테마' 출발 무렵의 사회적 분위기와 다르지만 문화예술을 매개로 지역을 바꿔보려는 열망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서귀포시는 단원 공개 모집을 거쳐 서귀포시 지역 초·중·고 학생 30여명을 선발했는데, 그중 30%는 다문화 가정, 저소득층 자녀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 2월 창단식을 가진 이래 매주 일요일마다 연습을 이어오고 있다. 빠르면 연말쯤 첫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

서귀포시기적의도서관을 찾은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서귀포는 '도서관 천국'이다.

▶학교도서관 활성화 관심 가져야=서귀포시는 흔히 열악한 문화환경을 갖춘 도시로 꼽혀왔다. 공연이나 전시가 제주시에 비해 드물고 관람객 참여도가 낮은 점 등을 그 예로 든다. 하지만 도시에 흩어진 문화적 인프라는 만만치 않다. 제주발전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제주도 문화자원 분포현황 조사 및 활용방안 연구'에 따르면 서귀포시 동(洞)지역은 박물관 11곳, 문화의집 8곳, 공공도서관 8곳이 운영되고 있다. 인구수를 감안하면 제주시 동지역과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중 서귀포시 공공도서관의 경우 읍·면 지역을 합쳐 1관당 봉사대상 인구수가 2009년 12월말 기준으로 1만398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쾌적하고 여유있는 환경에서 책을 만날 수 있는 전국 최고 수준의 규모다. 공공도서관만 잘 활용해도 문화도시의 미래를 한층 앞당길 수 있다. 다행히 서귀포시는 지난해 8월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를 창립해 '책 읽는 서귀포시'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책의 도시가 곧 문화도시, 창의도시, 행복도시라는 취지 아래 지역을 돌며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서귀포시기적의 도서관 내부.

국내에서 '책 읽는 도시'프로젝트가 활발한 곳은 경남 김해시를 꼽을 수 있다. 김해시는 향후 5만명당 1곳 기준으로 공공도서관 10곳을 확충하고 작은 도서관 100곳 건립을 추진중이다. 김해시는 궁극적으로 책 읽는 도시에서 자란 책 세대가 국가와 지역사회의 리더가 되도록 사회 각 분야의 핵심 인재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뒀다.

'교육도시 서귀포'가 문화를 통해 성장해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문화는 한 지역의 삶의 질을 반영한다. 서귀포에 머물며 자녀를 키우고 성장시키려는 바람을 가진 부모들이라면 문화예술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도시를 희망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제주도교육청과 서귀포시지역교육청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서귀포시청소년오케스트라, 책 읽는 서귀포시 프로젝트 등과 맞물려 학교 문화예술교육 확대, 학교도서관 활성화 대책이 동반되어야 한다. 박물관, 미술관, 공공도서관 등 서귀포시에 넓게 퍼져있는 문화시설을 아이들의 '상상 놀이터'로 가꾸기 위한 방안도 서귀포시와 교육청이 함께 고민할 대목이다.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교육도시에 바란다]문화예술교육으로 창조도시 만들기

서귀포를 발전시키기 위한 여러 제안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서귀포 미래를 위해 교육에 투자하겠다는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지역발전을 위해 교육에 투자하자는 전략이 나왔으니 이제 어떤 전술이 있어야 할까? 대한민국의 초·중·고 학생 대부분이 입시에 매달리는 현실에 서귀포와 같은 중소도시가 소위 입시위주인 대도시 수준의 교육 인프라를 갖추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예를 들면 성적을 잘 올려주는 학원이 많이 있어야 하는데 서귀포에 학원이 생길만한 수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공교육 내에서 학원 시스템을 적용해야 할까?

이제는 대한민국 1%를 지향하는 소모적인 교육 방법보다는 서귀포에 어울리면서도 창의적인 인재를 발굴하는 교육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바로 지역에 필요한 사람들을 키우는 것이다. 1차 산업, 서비스산업 그리고 새로운 성장산업과 지역에서 필요한 많은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하되 지역의 정체성에 맞게 창의적인 방법으로 자아실현이 가능하고 경제적으로도 윤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귀포에 필요한 인재는 어떻게 키워야 할까? 서귀포는 참 아름다운 곳이다. 풍경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서인지 정신을 아름답게 만드는 예술가들도 많이 태어나고 지금도 많은 예술가들이 서귀포에서 작업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도시적 입장에서 문화예술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욱이 문화예술은 가장 인간적이고 친환경적이기 때문에 자연환경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서귀포로서는 적절한 선택이 될 것이다.

문화예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공교육 시스템 내에서도 문화예술교육을 강화하고, 문화예술에 대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예술관련 학교가 있어야 하며 평생교육 프로그램에도 예술적인 커리큘럼이 많이 생겨 문화예술을 즐기는 시민들이 많아져야 한다. 지역 내에서 문화예술의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것은 문화예술이 산업화되는 것이며 서귀포를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어 문화예술 분야만이 아닌 사회적,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서귀포의 발전을 교육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인 것이다.

현대 사회는 창의적인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문화예술에 대한 교육은 예술가를 양성하는 교육일 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인재를 만들어준다. 챨스 랜드리는 창의적인 일을 하는 창조계급이 많이 활동하는 도시가 창조도시이며 앞으로 도시발전은 창조계급이 끌고 갈 것이라고 한다.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창조도시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는 이유이다. 토건개발로 도시가 발전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도시의 발전을 위해서는 창조적인 인재 양성이 필요하며 이것이 우리 시대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제주대 건축학부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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