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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인의 건강보고서
[제주의 질병 50선](13)인지장애
냉장고 문 열면서도 "무엇을 가지러왔더라?"
입력 : 2011. 03.31. 00:00:00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치료에서는 1~2년에 한번씩 정기적인 평가를 실시해 인지기능의 변화를 추적 관찰, 치매로의 진행을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강경민기자

뇌 손상으로 기억력 등 저하
치매로 진행되는 고위험군
동반된 우울증 적극 치료를

#1. 정년 퇴직한 70세의 A씨는 최근 1년 사이에 기억력이 부쩍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꼼꼼한 성격으로 약속을 어긴 적이 없었는데, 동창모임을 잊어버려 약속시간에 동창에게 연락이 온 적이 있었다. 한달 전에는 물건을 찾지못해 온 집안을 뒤져 부인에게 핀잔을 들었다. 며칠 전에는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 무엇을 가지러 왔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TV를 보는데 오랜만에 나온 배우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하루 종일 애를 써도 기억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잠자리에 드는 순간 문득 이름이 떠올랐다. 최근엔 종종 친구이름도 입에서는 맴돌지만 기억이 나지 않아 곤혹스러운 적이 많았다. 주변 친구들에게 이러한 사실에 대해 물어봐도 본인들도 다 그렇다면서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증상이라고 괜찮다고 얘기하고 있으나 안심이 되지 않았다. 정말 정상적으로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아봐야 되는지 걱정스러운 A씨.

#2. 35세의 B씨는 교통사고를 당해 급성 경막하 출혈, 급성 뇌내 출혈에 대한 수술을 받았고, 수술 후 3개월 만에 신체적인 후유증 없이 직장에 복귀했다. 그러나 B씨는 사고 후 몇 가지 중요한 인지적, 정서적인 변화를 보였다. 일에 대한 건망증이 늘었고, 집안에서도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고, 성격도 매우 급해 부인과 다툼이 잦았다. 직장에서도 혼자 정해진 일을 할 때는 큰 지장이 없었으나, 새로운 일을 구상할 때 머리가 텅 빈 느낌이었고, 회의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 조리 있게 말을 하기 힘이 들었다. 다른 사람과의 의견을 교환할 때 본인과 의견이 다르면 불같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런 문제로 상사에 몇 번 주의를 듣고 본인도 고치려고 해도 되지 않았다. 이러다가 가족, 직장을 다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B씨.

#3. 79세의 C씨는 발을 헛디뎌 넘어지며 우측 대퇴골 경부 골절로 수술을 받았다. C씨는 수술 전에는 비교적 신체적으로 건강했고, 기억력도 연령층에 비해서 좋은 편이었다. 그런데 C씨는 수술을 한 그 날 저녁부터 갑자기 사람이 달라졌다. 본인이 병원에 입원을 한 사실도 기억을 못할 뿐만 아니라 본인의 아들도 못 알아보았다. 밤에는 잠을 한 숨도 못 자고 수액을 다 빼버리고 수술해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도 집에 가겠다고 떼를 써서 몸을 고정시켜놔야 할 정도였다. 허공에 손짓을 하면서 누가 보인다면서 그 사람 이름을 불렀다. C의 가족들은 이러다가 큰 일을 치루는 것이 아닌가 또는 치매가 온 것이 아닌가 걱정이 돼 주치의에게 급하게 상담을 요청했다.

인지기능은 기억력, 언어능력, 주의집중력, 시공간능력, 실행능력, 판단력 등의 뇌의 기능을 지칭한다. 인지장애는 이러한 뇌의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경우를 말한다. 인지장애는 원인에 따라 병의 경과, 예후도 매우 다양하다. 인지장애의 대표적 질환으로 치매, 섬망, 뇌손상으로 인한 인지장애, 경도인지장애 등이 있다. 치매에 대한 소개는 추후에 할 예정인 가운데 제주대학교병원 박준혁 교수의 도움으로 경도인지장애, 뇌 손상으로 인한 인지장애, 섬망에 대해 알아본다.

▲영상진단장비로 촬영한 경도인지장애 사진. 빨간색이 병적으로 아밀로이드가 축적된 부분이다. /사진=제주대병원제공

▶경도인지장애=경도인지장애는 객관적인 인지기능 장애가 존재하지만, 치매는 아닌 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 치매로 이행될 수 있는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을 얘기한다. 2008년 보건복지부의 전국치매역학조사 사업에서 우리나라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은 24.08%로 65세 이상 전체 노인 인구의 약 1/4로 추산됐다. 많은 연구에서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받으면 해마다 10~15%의 환자가 치매로 진행되는데, 정상노인의 1~2%에 비하면 매우 높은 비율이다. 이를 의학적으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노인 혹은 보호자의 주관적인 기억력 감퇴 호소 ▷일상생활 능력에는 이상이 없음 ▷전반적 인지기능은 정상범위에 포함됨 ▷해당 연령, 교육에 비해 객관적인 인지기능 저하 ▷치매는 아님 등의 5가지 기준을 사용한다.

앞에서 소개한 A씨는 치매는 아니었지만 주관적인 기억력 저하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신경인지검사에서 저하소견이 관찰됐던 경도인지장애로 평가됐다. 이론적으로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를 일으키는 모든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불행히도 아직까지는 허가받은 치료제는 없다. 알쯔하이머병의 인지기능 개선제가 치매의 발병을 억제하지는 못하지만, 경도인지장애의 치매 진행을 늦춰주는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적극적인 혈압조절이 치매의 발병을 낮추고, 규칙적인 운동이나 두뇌활동이 치매의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보고가 있듯이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도 신체건강과 생활관리에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울증이 경도인지장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주요 질환중의 하나일 뿐 아니라 향후 치매의 위험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인지기능을 평가할때 우울증에 대한 평가도 같이 시행하고 만일 우울증이 동반됐다면 반드시 우울증을 적극 치료해야 한다.

▶뇌 손상으로 인한 인지장애=뇌의 손상 정도에 따라 비교적 가벼운 인지기능 저하와 과민성 등의 증상에서부터 심하게는 치매까지 생길 수 있다. 이전에는 흔히 기질적 뇌 중후군으로 불렸는데, 인지기능의 저하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신과적 증상을 동반하게 된다. 현대에는 뇌손상의 가장 많은 이유로 교통사고로 들 수 있는데, 이 경우는 특히 뇌의 앞쪽인 전두엽 부위의 손상이 많이 일어나게 된다. 전두엽 부위의 손상으로 인해 기억력 저하, 집중력 저하, 정신적 유연성 저하, 융통성저하, 성격변화, 불안정한 정서, 과민성, 충동성, 우울증 등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앞의 B씨 경우에 객관적인 검사에서는 기억력 저하는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조직화하고 계획하는 기능,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서 융통성 있게 대처하는 정신적 유연성 등의 전두엽의 고차원적인 인지기능의 저하가 나타났다. 성격이 충동적으로 변화로 인해 직업적 활동에 큰 제약을 받고 있었다.

이런 환자의 치료는 먼저 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인지기능 및 정서, 성격 변화에 대해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그 상태는 인식하도록 해 본인에게 닥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리고 환자 증상에 따른 항우울제, 정동안정제 등의 약물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섬망=섬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의식장애가 동반되면서 전반적 인지기능장애와 지각장애가 나타나는 일종의 증후군이다. 통상적으로 급격하게 발병하고 증상의 기복이 심한 특징을 갖고 있으나, 원인이 되는 신체질환이 좋아지면 다시 회복된다. 섬망은 일반 건강한 사람에게는 드물지만 병원 입원환자의 10~30%, 중환자실의 30%, 대퇴골절 환자의 40~50%가 경험을 하게 된다. 비슷한 신체질환의 상태라도 고령, 이전의 뇌 질환의 과거력, 알코올 의존증, 양양실조 등이 있는 사람에게 섬망이 잘 나타난다. C씨는 대퇴골 경부 골절 이후에 나타난 섬망이 나타난 경우이다. 치료의 원칙으로는 섬망의 원인이 되는 질환이나 의학적 상태를 교정해주면 된다. 즉 폐렴이 생기면서 발생한 섬망은 폐렴이 적절하게 치료가 되면 저절로 호전된다. C씨의 경우도 수술 후 신체상태가 좋아진 후 3일만에 전반적인 섬망 증상이 호전됐다.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 전문의 의견/ 정신과 박준혁 ] "조기 발견·치료가 중요"

치매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치매에 대한 근원적인 치료방법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최선의 치료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가 주요 관심대상으로 되고 있다. 경도인지장애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관점이 있다.

첫 번째는 경도인지장애는 정상적으로 노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나고 치매의 병적인 생기기 이전에 경도의 인지기능 손상의 시기를 거쳐 치매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경도인지장애가 정상적인 노화과정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병적인 단계라는 것이다. 건망형 경도인지장애의 경우에는 1년에 10~15% 치매로 진행되고 6년후에는 거의 80%까지 치매로 진행되는 연구 결과도 있듯이 최근에 두번째 가정에 더 많은 무게가 실리고 있고, 그래서 적극적인 개입과 치료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이 많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부터 이미 지역사회의 거점 병원과 보건소에서 치매조기검진사업이 시행되고 있고, 2011년부터 전국 모든 보건소에서 그 시행이 확대됐다. 제주도에서도 이미 2006년도부터 제주대학교병원을 거점병원으로 6개 보건소에서 치매조기검진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제주도민 60세 이상은 누구나 보건소에서 기본적인 인지기능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거기서 인지장애가 의심되면 2차 전문의 문진, 정밀한 신경심리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어, 치매뿐만 아니라 경도인지장애를 진단을 받을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 경우에는 1~2년에 한번씩 정기적인 인지기능 평가를 실시해 인지기능의 변화를 추적 관찰해야 하고, 이를 통해 치매로의 발병을 조기발견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뇌손상으로 인한 인지장애에 대해선 지속적인 정신과적 상담과 환자 증상에 따른 약물치료 등이 병행돼야 한다.

수술 후 갑자기 사람을 몰라보는 섬망과 관련해서는 상태가 좋아질때까지 적절한 환경조절과 불안 및 불면 등의 문제조절을 위한 항정신병성 약물사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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